양대노총 공공노동자들, “노-정 교섭은 ILO 권고”
양대노총 공공노동자들, “노-정 교섭은 ILO 권고”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8.16 18:20
  • 수정 2023.09.0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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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공대위, ILO 권고에 정부 응답해야
8월 말까지 노-정 교섭 응답 안하면 공동행동
16일 오전 양대노총 공대위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노총 공공노련
16일 오전 양대노총 공대위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노총 공공노련

양대노총 공공노동자들이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정부는 각종 지침과 경영평가로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된 지침 수립부터 노-정 교섭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내용과 교섭 의제를 담은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16일 오전 양대노총 공대위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노-정 교섭 요구 및 ILO 권고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대노총 공대위 :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한국노총 공공노련, 금융노조, 공공연맹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양대 노총 5개 산별노조·연맹이 참여하는 연대기구

지난 6월 17일 ILO 총회에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공공기관 관련 각종 지침과 경영평가 제도가 공공기관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진정에 제기된 사안에 대한 수립 과정에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 협의 메커니즘 수립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민주노총·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국제공공노련 등이 공동으로 진정한 사건에 대한 것이다. 3곳은 한국 정부가 총액인건비제도, 예산운용지침,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 등의 각종 지침과 가이드라인으로 공공기관 단체교섭에 개입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단체교섭권 행사와 단체협약 체결권을 침해했다고 진정한 바 있다.

단체교섭을 통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결정에서 공공기관 사측이라는 직접적 교섭 대상보다 정부의 지침과 가이드라인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므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교섭을 통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ILO가 권고한 셈이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한국 정부가 ILO 기본협약 87호·98호를 비준한 이후 한국 정부에 보낸 첫 번째 권고고, 국제 기준에서도 정부의 각종 지침 등으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침해가 명백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 대안으로 노-정교섭 및 협의 제도화를 촉구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대노총 공대위 소속 5개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현재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문제, ILO의 권고의 의미, 권고에 따른 노-정 교섭의 필요성 등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정정희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침 제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불이익 변경하고 밀어붙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노골적인 노동조합 적대 정책과 반헌법적 지침 남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노동자의 기본권 사수를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ILO 권고가 나온 지 정확히 두 달이 됐다. 두 달 동안 정부는 ILO 권고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며 “지금 정부는 ILO 권고에 대한 무시를 넘어 공공기관 민영화, 구조조정, 인력 감축, 직무성과급제 도입 강요, 공공기관 복리후생 축소 강요, 노사 교섭으로 체결한 단체협약 개악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수차례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정부 지침이 헌법상 단체교섭권 침해의 문제를 호소했다”며 “그러나 정부 지침이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판단을 회피하는 각하 결정을 계속해왔다. 공대위가 3월 20일 제기한 헌법소원이 계류 중인데, 헌법재판소는 결정을 회피하지 말하고 ILO 권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나순자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보장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손을 떼고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렇게 해 일방적인 통제와 관리 대신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민주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끊임없는 민영와와 영리화 공세의 고리를 끊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고, 낙하산과 졸속운영, 밀실운영 대신 공정과 개혁, 전문경영과 책임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목소리 냈다.

박홍배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은 “기재부는 각종 지침을 통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 후퇴를 강제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을 경영평가에 반영해 인사, 예산, 임금 등에 대한 더 큰 보복을 가하는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러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항목들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헌법상 단체교섭권,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우리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박해철 한국노총 공공노련 위원장은 직무성과급제 도입과 노-정 교섭과 관련해 “정부가 공공기관에 강제 도입하려는 직무성과급제가 공공부문에 적합한 임금체계가 맞냐”며 “제대로 된 직무분석 없이, 채용과 승진 시스템의 검토 없이, 생애임금 총액 변동 없이 도입하는 직무성과급제는 임금삭감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3년 전 지속가능한 공공기관 임금제도와 후속 논의를 위해 노-정대화를 지속한다고 합의했다”며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고, 지속가능한 공공기관 임금제도에 대해 노동계와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양대노총 공대위가 대통령실에 서한을 전달하며 마무리됐다. 서한에는 ILO 권고에 따른 노-정 교섭 개최 요구와 교섭 의제 5가지가 담겼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오는 8월 말까지 노-정 교섭 개최 일시와 장소를 정해 알려주길 요구했다. 5가지 교섭 의제는 △국민피해 초래하는 공공서비스 민영화 중단 및 공공서비스 확충 △공공기관운영법 전면 개정 △공공성 파괴·차별조장,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로 개편 중단 ·공공부문 좋은 청년 일자리 확대 △공공부문 실질임금 인상 및 총인건비 제도 폐지와 노동 탄압 중단 등이다.

오는 8월 말까지 정부의 응답이 없으면 양대노총 공대위는 ILO에 한국 정부를 공식 제소하고, 공동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