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사용자는 정부’ 노·정교섭 요구한 공공기관 노동자들
‘실질 사용자는 정부’ 노·정교섭 요구한 공공기관 노동자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2.13 07:31
  • 수정 2023.12.13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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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동자들, 공공기관 노동조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며 정부 규탄
양대노총 공대위, “정부 노정교섭 안 하면 ILO에 다시 제소할 것”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대위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양대노총 공대위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양대노총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정부에 노정교섭을 재차 요구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가 지침·경영평가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공기관의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노정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양대노총 공대위)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에 노정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대노총 공대위엔 양대노총 공공부문 5개 산업별노조·연맹(한국노총 공공노련, 공공연맹, 금융노조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이 함께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등의 지침과 이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에 점수를 매기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실질적인 사용자’이기 때문에 노정교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주장은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서도 인정됐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정부가 공공기관의 단체교섭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정부를 지난해 6월과 지난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제소한 바 있다. ILO는 지난 6월과 11월 공공기관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인정하며 정부에 “노동조합이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4차례(지난 8월 16일, 10월 17일, 11월 6일, 12월 5일)에 걸쳐 기획재정부에 공문을 보내고 노정교섭의 개최를 촉구했으나 기획재정부는 회신하지 않았다.

정정희 공공연맹 위원장 당선자는 “ILO 권고는 한국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감염병 대응에 나섰던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치중하느라 일반 환자들이 줄어 팬데믹이 끝난 현재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공공병원을 지원할 예산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에 공공병원의 노동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는 중”이라며 “기획재정부는 노·정교섭에 임해 공공병원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지침과 경영평가로 공공기관의 자율교섭권을 말살하고, 그 책임을 각 기관의 경영진에 떠넘겨 왔다”며 “50만 명의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정부가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게 이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은 “양대노총 공대위가 펼친 노정교섭 요구 서명운동에서 10만 명이 넘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노정교섭이 필요하다며 서명에 동참했다”며 “정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섭할 권리를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정부는 공공기관에 직무성과급제 임금체계 개편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노동자들의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인 임금 인상률마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정교섭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는 교섭을 회피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악덕 사업주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기획재정부가 계속 양대노총 공대위의 교섭 요구를 묵살한다면 ILO에 추가자료를 제출하고 정부를 ILO 협약 위반으로 다시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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