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동자들 “노동자 없이 노동조건 결정” 기재부 규탄
공공부문 노동자들 “노동자 없이 노동조건 결정” 기재부 규탄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2.14 18:17
  • 수정 2023.12.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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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공대위, 8월부터 4차례 교섭 제안했으나 기재부는 모두 거절
1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후문에서 열린 ‘기획재정부는 노정교섭에 즉각 응하라’ 긴급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노정 간 대화 없이 공공기관의 임금과 복리후생, 복무수칙 등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기획재정부를 규탄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양대노총 공대위*)는 1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후문에서 ‘기획재정부는 노정교섭에 즉각 응하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대노총 공대위에는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등 양대노총의 5개 공공부문 산별노조와 연맹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기재부의 노정교섭 요구 묵살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의 일방적인 예산운용지침 심의·의결을 규탄하며, 노정교섭에 즉각 응할 것을 기재부에 요구했다. 또한 5개 공공부문 산별노조·연맹 간부들의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기재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운위를 열고 ‘202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심의·의결했다. 기재부는 해마다 공운위를 열고 예산운용지침을 세워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 성과급, 복리후생, 복무 관리에 대한 기준 등 실질적인 노동조건을 정하고 있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공운위에 노동계를 대표할 수 있는 위원이 참여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강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자리에 노동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양대노총 공대위는 ‘정부가 각종 지침으로 공공기관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2차례에 걸쳐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ILO는 지난 6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체계를 수립할 것’을, 11월에는 ‘공공기관 노동조건에 관해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과 협의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 권고를 바탕으로 양대노총 공대위는 지난 8월 16일부터 4차례에 걸쳐 기재부에 노정 교섭을 요구했으나, 교섭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기영 공공연맹 상임부위원장은 “기재부에선 ‘교섭 당사자는 기재부가 아닌 각 기관·공기업의 기관장과 사장’이라고만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선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금융노조에선 지난해 산별교섭을 통해 임금인상률 기준을 3.0%로 결정했지만, ‘기타공공기관’에 해당하는 9개 국책 금융기관은 예산운용지침으로 정해진 1.7% 임금인상률 이상의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공운위의 결정이 전체 공공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현행 구조가 공공기관의 자율경영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재석 공공노련 수석부위원장은 “공공기관운영법에서는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 11월 11일 열린 공운위에서 일방적으로 공공기관 자산 매각을 결정해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에선 결국 노동자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독선적으로 예산을 긴축할 때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복지와 여건이 축소돼 온 잘못된 관행을 꼭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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