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4기 임원 선거 토론회, 어떤 말 오갔나?
공공운수노조 4기 임원 선거 토론회, 어떤 말 오갔나?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1.04 19:04
  • 수정 2023.11.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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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3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4기 임원(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선거 합동정책토론회'가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2층 모아홀에서 열리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 제4기 임원(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2023 조합원 직접선거’ 투표가 오는 21일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3파전으로 진행된다. 지난 3일 모든 후보조가 모여 공공운수노조의 앞날에 대한 각자의 청사진을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2층 모아홀에서 '4기 임원 선거 합동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세 후보조의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후보가 모두 토론자로 나왔다. 

기호 1번은 엄길용(위원장 후보)-고기석(수석부위원장 후보)-김태인(사무처장 후보)이고, 기호 2번은 윤정일(위원장 후보)-이윤희(수석부위원장 후보)-진기영(사무처장 후보)으로 구성됐다. 기호 3번으론 강철(위원장 후보)-안명자(수석부위원장 후보)-이종훈(사무처장 후보)이 출마했다.

출마의 변에서 기호 1번 엄길용 위원장 후보는 “앞으로 정부의 탄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탄압이 있을 때마다 매번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선 승산이 없다”며 “우리가 뭉쳐서 한번에 제대로 투쟁해야 한다. 조합원 한명 한명과 소통하며 노조를 하나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기호 2번 윤정일 위원장 후보는 “국민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지지율은 현재 17% 정도”라며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는 사회 공공성을 지향하겠다. 사업장 안에 갇히지 않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방식으로의 투쟁 방식을 변화시켜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기호 3번 강철 위원장 후보는 “변화하려면 힘이 중요하다. 지난 3년간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정부에 맞서 공동투쟁을 조직해 왔다. 흩어져 있는 노조의 힘을 하나로 모아본 경험을 통해 이런 조직된 힘이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25만 명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강하면서도 유연한 힘을 만들겠다”고 출마의 변을 이야기했다.

공통질문 시간엔 △윤석열 정부 노조 탄압 대응 △산별노조 전환 △사회 공공성 투쟁 △비정규직 철폐 등 고용 구조 개선 등에 대한 각 후보조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 대응책

정부의 노조 탄압에 대한 대응책으로 기호 1번 고기석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선제 대응을 강조했다. 고기석 후보는 “윤석열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라는 미명하에 기존 제도를 악용 중이다. 그 말은 법 제도를 꼼꼼하게 점검하면 탄압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며 “회계 공시에 대한 공격이 들어올 것은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내년쯤 시행하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에 막지 못했다. 우리 후보조는 촘촘한 정책으로 탄압을 예측하고 먼저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기호 2번 진기영 사무처장 후보는 ‘사회적 연대’에 주목했다. 진기영 후보는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100만 명의 시민 서명을 받으며 국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냈다”며 “지금 정부나 재벌보다 노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다. 노조 탄압에 국민의 지지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기호 3번 강철 위원장 후보는 ‘공세적 대응’을 주장했다. 강철 후보는 “노조 탄압의 목적은 노동조합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탄압에도 위축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움츠러들지 않고 노동조합 외부와 활발히 소통하겠다. 정부·극우 언론·경영계에 당당히 맞서 나머지 99%와 연합할 것이다. 당선 즉시 공세적인 대응으로 시민사회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산별노조 전환 방법론

산별 노조 전환과 관련해 기호 1번 엄길용 위원장 후보는 “현장에선 산별노조 전환에 관심이 적다. 결국 공동투쟁이 중요하다”며 “현장 조합원과 현장 간부들에게 산별노조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산별 공동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호 2번 윤정일 위원장 후보는 “그동안 산별노조 전환 방식은 다분히 탑다운적이었다”며 “산별노조를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대정부 교섭을 하기 위해서다. 대정부 교섭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 속에서 산별 전환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기호 3번 강철 위원장 후보는 “철도·에너지·지하철·미전환 조직 등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산별 교섭과 조직 체계의 전망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그렇게 수립한 전망을 조합원들과 나눌 수 있도록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현장과 토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 공공성 투쟁 방향성

기호 1번 고기석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사회 공공성 투쟁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공공기관이 운영·평가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기석 후보는 “기획재정부는 결국 재무적 성과로 공공기관을 평가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공기관 운영의 주안점이 재무가 아니라 공공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호 2번 윤정일 위원장 후보는 “그동안 공공운수노조의 사회 공공성 투쟁은 주로 민영화 반대 투쟁이었다. 하지만 이제 사회 공공성은 더 진일보해야 한다. 사회보험 강화 등 한국 사회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 공공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 의제 5개 정도를 국민들에게 내놓고, 노조가 이를 실질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정책적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끈질기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 3번 이종훈 사무처장 후보는 “지난 사회 공공성 투쟁으로 ‘민영화는 나쁘다’는 시대적 상식을 만들어 냈다”면서도 “하지만 우회 민영화를 막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사회 공공성 개념을 더 확장하고 또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 사회공공연구원을 중심으로 공공성 관련 국내 연구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이를 현장에 잘 설명하겠다. 연구자와 현장을 잇는 지도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고용 구조 개선 방안

기호 1번 엄길용 위원장 후보는 고용 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어느새 비정규직 처우 개선 투쟁으로 바뀌었다. 우리 의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려면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내 비정규직을 대표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해당 위원회에서 임원도 나오고, 중앙집행위원회에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호 2번 윤정일 위원장 후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현재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됐지만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이 된 경우가 많다”며 “이제 자회사 등에 있는 노동자들과 본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함께 투쟁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투쟁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호 3번 안명자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공무직·자회사 정규직·기간제·단시간노동자 등 노동자의 특성별로 대표자를 모아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라며 “이 위원회를 통해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모아낸 후 2025년부터 대정부·대국회 투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구체적 법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 토론 시간에 기호 1번 엄길용 위원장 후보는 ‘산별 총파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엄길용 후보는 올해 진행된 공공운수노조의 공동 파업에 대해 “시기 집중 파업이라고 하지만 각자 목표가 다른 조직이 각자 교섭하고, 각자 알아서 파업을 끝냈다. 그것이 무슨 공동파업인가”라고 평가하며 “우리 후보조는 처음 1~2년 동안 많은 소통을 통해 노조 내부의 공동 의제를 발굴해 내겠다. 예컨대 필수공익사업장들을 묶어 필수유지업무에 관한 법 개정 투쟁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하나로 잘 갈무리한 의제로 힘을 모아 제대로 산별 총파업을 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호 2번 윤정일 위원장 후보는 “기승전결이 있는 준비된 투쟁”을 강조했다. 윤정일 후보는 “가령 성과연봉제·직무성과급제 등의 임금체계 개악에 관한 정부안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항상 저지 프레임으로만 싸워왔다. 저지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우리가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싸워야 한다”며 “게다가 과거 대기업 등이 임금 극대화 투쟁을 해서 임금을 올리면 나머지 사업장도 같이 임금이 올라가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그러므로 더더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초기업적인 임금 기준 만들어 가는 등 대안까지 제시하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했다.

3기 집행부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을 맡았던 기호 3번 강철 위원장 후보는 3기의 성과를 강조했다. 강철 후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그럼에도 3기 집행부엔 많은 성과가 있었다. 언론 사업에 집중해 언론 보도를 지난 집행부 대비 대폭 늘렸다. 조합비 납부율도 77.2%에서 90.4%로 올렸다. 또 ILO 제소를 통해 ILO로부터 노정 교섭을 하란 권고를 받아내기도 했으며, 올해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며 “4기 집행부 위원장이 돼도 이처럼 강한 행동력으로 공공운수노조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후보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날 진행된 토론회의 전체 영상은 공공운수노조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지난 3일 오후 3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4기 임원(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선거 합동정책토론회'가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2층 모아홀에서 열리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