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스피커] 박희은 “윤석열들에 맞선 이기는 투쟁”
[선거스피커] 박희은 “윤석열들에 맞선 이기는 투쟁”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11.06 09:44
  • 수정 2023.11.07 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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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밖 노동자 조직화로 민주노총 대표성 강화”
[인터뷰] 박희은 민주노총 11기 위원장 후보
기호2번 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호2번 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투쟁해야 할 시기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될 사람은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판을 짜는 승부사’는 기호2번 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에게 동료들이 붙인 수식어다.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 시절인 2015년 박근혜 정권의 노동 개악 저지 4.24총파업 결의대회를 주도하면서 구속됐고, 2018년에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은폐 의혹을 받는 대구지방노동청장의 사퇴를 이끌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전면에 세웠고, 지난해 12월엔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며 30일간 단식농성을 했다. 자신을 “변방의 여성 노동자”로 소개했던 박희은 후보는 “민주노총의 대표성을 확대한 경험”을 기호2번 후보조의 장점으로 꼽았다. ‘체제전환을 위한 투쟁’과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해 3년간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밝힌 박희은 후보를 <참여와혁신>이 지난 2일 만났다.

“민주노총 바꿔야
윤석열 퇴진 투쟁 이긴다”

- 이번 선거에서 내건 슬로건인 ‘다르게, 강렬하게, 바꿔야 이긴다’에 담긴 의미는?

투쟁도 사업도 민주노총이 그간 해 온 것과 달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노조파괴와 노조탄압으로 현장 곳곳을 할퀴었고,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그에 맞서 싸워야 할 민주노총이지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집회를 위한 집회, 빨리 마치는 게 목적인 보여주기식 거리 투쟁 등을 보면서 과연 정부나 자본이 민주노총을 두려워하겠냐는 의문에 다다랐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성격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사수 총파업을 할 때 이미 노조 탄압의 방식으로 공격했고, 거제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투쟁과 건설노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을 겨냥해 들어올 거란 것을 예측했지만 제대로 힘 있게 싸우지 못했다. 노동조합 회계 공시, 타임오프 문제도 예견되어 있었는데 준비하지 못했다.

조합원에게 자신감을 주는, 그리고 정부와 자본이 두려워하는 민주노총으로 바뀌어야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된다면 조합원 대상 교육과 선전 등으로 투쟁을 준비하고, 실제 공격이 들어왔을 때 당장 맞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 입후보자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파의 이해를 위한 민주노총의 정치·총선 방침 결정으로 투쟁이 무기력해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올해 정기대의원대회를 시작으로 정치·총선 방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견과 문제제기가 있었다. 처음 집행부가 낸 정치·총선 방침의 핵심은 진보연합정당 건설이었는데, 사실 민주노총 내에서도 굉장한 이견이 있었고 진보정당 간 합의도 없었던 상황이다. 진보정당 간 합의도 되지 않은 연합정당 건설을 추진하게 되면 그 노선에 찬동하는 정당만 참여하게 된다. 결국 특정 정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부활할 수밖에 없다. 투쟁에 집중할 시기에 정치·총선 방침 논쟁으로 조직이 분열하진 않을까 상당히 우려스러웠다.

민주노총은 올해 5월 양회동 열사 분신 이후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내걸었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 조합원들이 함께 투쟁을 조직하고 공모했어야 하는데, 지도부가 특정 정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조직화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실제로 투쟁을 하려는 것이냐는 의심도 생겼다. 내부 역량이 정치·총선 방침 논쟁에 힘이 실리다 보니 실제 민주노총의 투쟁이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집회는 엄청 많이 했지만 남은 성과가 없다.

‘윤석열들’에 맞선
체제전환 민중 총파업

- ‘이기는 투쟁’을 주요 공약으로 밝혔다.

‘이기는 투쟁’의 핵심은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체제전환 민중 총파업’이다. 이를 위해 당선 직후엔 22대 국회를 겨냥해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 쟁취 투쟁을 조직하고, 진보민중 단체와 함께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체제전환 전략특위(가칭)’를 구성해 운영하겠다.

이와 함께 3년에 걸쳐 비정규·여성·이주·최저임금·기후 등 영역별 투쟁과 파업을 조직하고 결행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의 플랫폼노동 적용을 쟁점화시켰는데, 플랫폼노동을 중심으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해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적용을 전면화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또 성별임금격차나 돌봄을 의제로 여성노동자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다. 이렇게 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선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할 계획이다.

체제전환 시대의 중장기 대안으로 ‘녹색 노조운동’을 공약했다.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기후위기-산업전환 운동을 연대세력과 공동으로 기획하겠다. 또 녹색단협 운동을 전 조직적으로 확대하고, 기후정의·산업전환을 두고 정부·지자체를 상대로 한 교섭구조를 쟁취하고자 한다. ‘임금삭감 없는 주35시간 노동제’도 전면에 내걸 계획이다.

- 후보조 모두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내걸었는데, 기호2번 후보조의 정권 퇴진 투쟁은 어떤 의미인가.

윤석열 퇴진 투쟁을 넘어서 ‘윤석열들’에 맞선 투쟁을 하고자 한다. 노동자들에게 윤석열 정권의 퇴진 이미 너무 필요하고 절실하다. 노동 개악, 노조 파괴, 공공부문(철도·전기·의료 등)에 대한 민영화·영리화 추진, 최저임금 인상 억제, 직무·성과급제 개악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만이 아니다. 불평등을 먹고 사는 사회체제, 차별이 구조화된 일터, 이윤을 위해 권리를 희생시키는 수많은 정치인과 사용자 등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윤석열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투쟁의 대상을 윤석열들로 규정하면 실제 현장의 싸움과 민주노총 중앙의 정권 퇴진 투쟁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민영화, 최저임금, 노동 개악, 노조 파괴에 대한 투쟁이 분절되지 않고 합쳐지면 체제전환 투쟁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호2번 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호2번 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정부와 대화 가능성을 일체 끊어낼 계획인가.

대화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정부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노총을 찾아갔지만 민주노총에는 오지 않았다. 또 민주노총을 ‘없어져야 할 것’으로 규정한 게 현 집권 세력이다. 민주노총은 내셔널센터이기 때문에 노정 교섭이나 노정 채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퇴진을 얘기한다고 해서 정권과 모든 대화 채널을 차단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노정 간의 대화나 교섭은 늘 열려있다. 다만 노동자를 옥죄는 방식의 노동개악을 얘기하기 하는 경사노위 등의 노사정 대화기구 참여는 분명히 반대한다.

- 정부가 민주노총과 대화에 나서고 정책 방향을 바꾼다면 정권 퇴진 투쟁의 방향이 달라질까?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몇 프로나 될까. 천지개벽이 일어난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 한편 투쟁을 하려면 내부가 준비돼야 할 텐데, 민주노총 내부적으론 노조 조직과 운동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든든한 조직’을 공약으로 제시한 이유다. 민주노총이 투쟁을 펼치는 든든한 조직으로 바뀌려면 조직확대, 조직강화, 조직혁신 3개를 같이 잡아야 한다. 일단 모든 노동자에게 활짝 열린 민주노총이 되어야 한다. 청년, 퇴직자, 5인미만 사업장, 불안정노동, 이주민 등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권리 밖 노동자를 조직하지 않고서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이라고 부를 수 없다.

동시에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이는 산별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10%대 조직률을 보이지만 파업을 하면 국민들에게 굉장히 지지를 받는다. 단체협약 적용률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파업의 성과가 폭넓게 적용되는데, 반면 한국의 단체협약 적용률은 15% 정도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그래서 단체협약 적용률을 대폭 상향하는 법·제도 쟁취 사업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성별임금격차도 OECD 국가 중 27년째 꼴찌 수준인데, 사회와 일터에 고착화한 차별을 걷어내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배치해 병행해야 한다.

-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권리를 증진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일상(일터)에서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총연맹 차원에서 일상의 민주주의를 깊고 넓게 확산시켜 나갈 방안은?

조직에 체계를 만드는 이유는 민주적인 운영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현장과 나란히 걷는 민주노총’을 만들어야 한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공감하는 민주노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수의 패권적 운영을 막고, 소외되기 쉬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키워내려면 유사 업종이나 동일 지역 내 공동사업이나 공동투쟁 활성화를 고민을 해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과반의 다수를 무기로 한 패권보다는 충분한 숙의와 단결을 우선하도록 의결기구를 개편할 계획이다. 성주류화 정책을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평등사업 제도화도 공약으로 냈다.

인권국을 신설한 공공운수노조 등 일부 산별에선 관련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는데, 이런 과정을 좀 더 발전 시켜 미조직 노동자에게까지 사업을 확장해서 직장 내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사업장 뿐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의제에 개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상교통과 노인일자리, 장애인, 젠더, 기후위기 등 지역 차원의 사회적 의제에 노동조합에서 보다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지자체와 교섭하고 노동자의 관점으로 다양한 의제에 개입하고 참여하도록 하면 민주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
경험과 의지로 증명할 것”

- 함께 출마하는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를 소개해 달라.

종종 산별 구도나 득표 전략에 따라서 러닝메이트를 구성하기도 하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강력한 의지였다.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과 모두를 위한 민주노총을 실제로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후보들과 함께 출마했다.

김금철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특수고용노동자 조직화나 비정규직 투쟁에 끊임없이 앞장서 왔다.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건설노동자로서 덤프연대를 조직했고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 전국 비정규연대회의 의장, 그리고 전국건설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장에서 굵어진 잔뼈와 노련함이 김금철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민주노총 직선 1기 사무총장을 도맡아서 실제 노동개악 저지 투쟁과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을 기획했다. 촛불항쟁의 도화선이 된 민중총궐기 투쟁 때 대오를 이끌고 집회 현장을 책임졌다. 당시 우리 조합원들이 배치된 전선에서 주춤거릴 때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투쟁을 주도했다. 이겨본 사람이 이기는 길을 알듯, 승리의 길을 경험한 게 이영주 후보의 무기다.

기호2번 박희은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기호2번 후보조 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민주노총의 대표성을 확대한 경험을 갖췄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100만 명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조직률은 0.2% 미만에 그친다. 이주노동자는 갈수록 많아질 텐데 이들과 함께 할 계획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데 이들 노동자를 민주노총이 보다 주도적으로 조직화하고, 권리를 보장·확대하기 위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해야 할 시기다. 20년째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노동자를 아우르는 투쟁과 조직화 전략을 펼쳐나가겠다.

저는 공단의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해서 오랫동안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경험했다.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덤프노동자를 조직화를 경험했고, 새롭게 생겨나는 위장 자영업자나 플랫폼노동 조직화를 하고 있다. 사무총장 후보도 전교조 활동 시절부터 노동 교육에 관심과 역량을 투여했다. 예비노동자와 청년노동자에게 접근할 방법을 고민하고, 정책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세 사람의 경험을 합친다면 200만의 민주노총, 나아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 얘기한 대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나 소수자 관련 사업은 총연맹에서 후순위로 밀려온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박희은의 민주노총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결국 집행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지난 3년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함께 여성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고, 민주노총 성평등위원회를 복원해 성평등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성평등위원회 복원은 3년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후보로 나왔을 때 제 공약이기도 하다. 성평등위원회를 통해 민주노총 내 성주류화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남성만 마이크를 쥐고 있는 집회를 성비를 최대한 조율하도록 바꿨고, 성소수자·장애·이주 노동자 등이 집회와 교육, 간담회 등 모든 사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평등수칙을 만들었다. 지금 산별 조직에서 평등수칙을 만들어서 보급하는 상황이다.

또 과거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 임기를 마무리하고 직선 1기 집행부로 결합했을 때 처음 맡은 사업이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이었다. 대표적으로는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를 처음으로 기획해서 진행했다. 당시에는 다른 중요 사업이 많고, 현장에 이주민-정주민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꼭 해야 하느냐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반대 속에서도 사업을 관철할 수 있었던 건 담당자의 강한 의지를 당시 집행부에서 받아 안았기 때문이었다. 함께 출마한 기호2번 후보들 모두 후순위로 밀렸던 사업을 추진시키고자 한 경험을 지녔다. 모든 후보가 동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전과 다를 것이다.

특히 자본이나 윤석열 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개별화된 노동자들의 조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규직은 계속 줄고 이주노동자나 플랫폼노동자는 확대되는데, 이런 노동자들이 더 단단하게 뭉친 민주노총을 자본과 정권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존중과 연대의 노동자 정치로”

- 임기 내 22대 국회의원선거와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그리고 임기가 끝난 직후 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민주노총 직선 4기 집행부는 소위 빅3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의 주요 기치이며 그 원칙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크게 이견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진보정당은 각자의 이념에 따라 진보당과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등으로 다원화해있다. 이런 상황인데 지난 민주노총 집행부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 사업을 펼쳐온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특정 정당과 세력에 동원되는 노동자 정치가 아니라 존중과 연대의 노동자 정치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각자의 정견과 정치적 지향이 민주노총 안에서 자유롭게 교류되는 것을 보장하는 한편, 선거 시기에는 전략적인 목표를 공유하며 후보단일화나 전략공천에 힘을 모으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노동자의 투쟁 성과를 보수정당이 아닌 노동자 정치로 수렴하는 것 역시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노동자·민중에게 어떤 비전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를 진보정당과 논의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관련 내용을 민주노총이 준비해야 한다.

- 2023년 노동계의 현실을 드러내는 장면을 하나 꼽는다면?

최저임금이나 양회동 열사 투쟁 등 분노할 장면이 많은데, 아무래도 남아있는 과제에서 꼽자면 노조법 2·3조 개정이다. 개정안에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확대 △부당한 손해배상·가압류 제한 등의 내용을 담겨 있다. 노동자의 단결권·교섭권·파업권과 직결되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설사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노총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국회 일정을 쫓아 진행하는 투쟁이나 판에 박힌 대응, 현장 투쟁을 끌어내지 못하는 국회 앞 싸움, 다수당인 민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많이 비판받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과정은 민주노총의 한계와 과제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지 싶다.

- 코로나19, 산업전환(디지털화·탈탄소)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접근법은 무엇인가.

결국은 공공성 강화와 노동기본권의 확대가 답일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 많은 나라들이 공공성과 노동권 강화를 국가 책무로 받아들이는 상황인데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긴축 재정과 민영화, 연금개악,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등 모든 것들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공공성은 나날이 후퇴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작은정부나 민간주도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민중을 위한 확장 재정, 민영화한 공공서비스 재공영화, 또 최저임금 대폭 인상, 국가책임 일자리 확대가 대안 정책이라고 본다. 노동권도 갈수록 해체되고 있는데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직장에서 괴롭힘당하지 않을 권리, 최저임금 등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양극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 왜 박희은이어야 하나?

윤석열들에 맞서 투쟁해야 할 시기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될 사람은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제가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함께 하는 동지들이 위원장으로 원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