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스피커] 양경수 “민주노총·한국사회 30년 전략 수립”
[선거스피커] 양경수 “민주노총·한국사회 30년 전략 수립”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11.06 09:10
  • 수정 2023.11.06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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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큰 흐름 변화시키는 역할 해야 할 때”
[인터뷰] 양경수 민주노총 11기 위원장 후보
기호1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호1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내는 역할을 민주노총이 주도해야 한다.” 기호1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는 한국 사회의 큰 흐름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민주노총이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향후 30년의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양경수 후보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만 미래 전망 구축을 맡길 수 없는 지금이라고 밝혔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민주노총이 한 단계 진전된 대안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직선 3기에 이어 직선 4기 위원장에 출사표를 던진 양경수 후보는 연임에 도전하는 배경에 대해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경우는 없다”고 답했다. 위원장 임기 3년 동안 “미래 담론을 위한 토대를 한 수 한 수 두어왔다”는 양경수 후보를 <참여와혁신>이 지난 3일 만났다.

“민주노총 주도로
미래 전망 세워내야”

- 이번 선거 슬로건인 ‘압도하라 민주노총’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민주노총의 기세와 역할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투쟁 광장을 압도하는 민주노총’, ‘미래를 압도하는 민주노총’, 그리고 ‘새로운 시대 담론을 압도하는 민주노총’ 이렇게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거리 투쟁은 민주노총이 가장 많이 하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로 소위 뉴라이트라고 하는 태극기부대가 광장의 일부를 점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실제 사회적 공론장이라고 할 수 있는 광장을 압도하는 투쟁을 민주노총이 만들고자 한다. 또 새로운 사회로 전환할 시점인데 여전히 낡은 정치 체제와 담론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이 작은 변화나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큰 흐름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때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일부만을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는 민주노총이 되어보자는 의미로 슬로건을 만들었다.

- 새로운 판을 짜는 민주노총이라면?

민주노총도 한국 사회도 오랜 기간 지향점이 명확했다. 1960~1970년대에는 소위 선진국이라고 했던 미국과 일본의 모델을 따라서 많이 달려왔고, 그 이후로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유럽식 모델을 많이 쫓았다. 복지국가에 대한 지향이 있었고, 노동조합 활동만 보자면 산별운동이 주요한 담론이었다.

이제 한국은 경제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고, 민주노총도 나름대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추며 규모나 운영 면에서 성장했다. 우리 사회에 맞는 시대적 담론은 무엇이며, 그에 맞는 민주노총의 역할은 무엇인지 방향을 명확히 설정할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자본이나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 투쟁만 해야 하고, 잘 싸워야 제자리걸음이다.

앞으로는 근시안적인 대책보다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내는 역할을 민주노총이 주도해야 한다. 다른 나라를 보면 정당이나 시민사회가 미래 전망을 세우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 사회는 진보정당의 역량도 미비하고 시민사회의 힘도 허약하다. 그래서 가장 강력한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그런 역할을 자임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시기에 굉장히 중요하다.

- ‘시대 담론을 압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소위 말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민주노총이 한 단계 진전된 자기 대안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법인세 인하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이 아니라 재벌·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한다.

한편 그동안의 민주노총 투쟁은 산업 자본을 대상으로 한 투쟁이나 대정부 투쟁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구조조정의 양상만 봐도 과거와 다르다. 과거에는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났다면, 지금은 펀드들이 기업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한다. 전통적인 구조조정 저지 투쟁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경제 질서 속에서 가장 지배력이 높은 집단은 금융자본인데, 금융자본 관련 정책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안이나 입장은 고민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그래서 재벌·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나 금융자본의 움직임 등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 기호1번 후보조 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포용력과 실력이다. 지난 3년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 회의 때 권위의 상징인 의사봉을 없앴다. 산별 위원장과 지역 본부장이 모이는 회의는 다수의 논리에 의해서 결정할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중집 회의에서 정리할 때도 표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예컨대 지역본부 분담금 문제, 선거권을 둘러싼 의무와 권리 일치 문제, 정치 방침을 세워내는 문제도 이견 없이 일치된 견해로 중집에서 통과됐다. 길게 보면 10년, 짧게는 5~6년간 민주노총에서 논쟁해 왔던 문제를 정돈했고 큰 불협화음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 지난 3년간 미래를 준비하는 토대를 닦아왔다. 민주노총 방송국과 청년특별위원회 설치처럼 많이 알려진 것 외에도, 직선 3기 공약이었던 ‘학교부터 노동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를 결성했다. 결국 2025년부터 특성화고에 노동인권과 산업안전이란 새로운 교과목이 생긴다. 미래 담론을 위한 토대를 한 수씩 두어왔기 때문에 기호1번은 실력을 갖춘 후보조라고 할 수 있다.

- 선거에 함께 출마하는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를 소개해 달라.

이태환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품성을 장점으로 얘기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고 판단한다.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보면 사실 소소한 이야기를 다 챙기거나 들을 수 없는데, 이태환 후보는 그 점을 충분히 보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미경 사무총장 후보는 정말 헌신적이다. 저와 같이 일했던 3년간 민주노총 사무총국 내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고 오래 일하는 사람으로 정평 나있다. 기획실장 역할을 하면서 민주노총 사업 전반을 꼼꼼하게 챙겼다. 또 산별이나 지역본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새로운 30년 위원회’
조합원 직접 참여 강조

- 주요 공약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새로운 30년 위원회’*를 제일 중요한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유럽 등 외국 노동단체에서는 3년 혹은 5년에 한 번 주기로 2~3년간 논의한 핵심적인 의제들에 대해 토론한다. 그들에 비해 호흡은 짧지만 2024년 한 해 동안 현장 토론을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많은 조합원과 함께 민주노총이 나아갈,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고 핵심 의제를 선정할 것이다.
* 민주노총의 향후 30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위원회로, 조합원을 중심으로 한 200일간 현장 토론과 2박3일 정책 페스티벌 개최 등이 주요 활동 계획이다. 정책 페스티벌을 통해 현장 토론에 대한 심의 결과를 향후 30년 전략안으로 확정한다.

- 입후보자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노동운동의 전망을 세워낼 시점“이라고 했다. 새로운 노동운동의 전망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실현할 계획인가.

영역으로 보면 플랫폼과 돌봄 영역이 중요하고, 세대로 보면 청년과 노년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예전에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미 의사, 간호사, 교사의 업무가 플랫폼으로 전환했다고 하더라.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이 플랫폼으로 이미 전환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노인 빈곤이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돌봄 영역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게 굉장히 필요하고 그것을 강제해 내려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그래서 돌봄과 플랫폼 영역은 전망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새로운 30년 위원회를 통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결정해서 대안을 마련해 가고자 한다.

기호1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호1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플랫폼과 돌봄, 청년은 물론 노년도 미약하지만 조직화가 되고 있다.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예를 들어 우리 사회는 플랫폼 노동에 대해 명확한 규정도 내리지 못했다. 단순히 플랫폼 노동자들을 조직화한다는 문제를 넘어서 플랫폼 노동이 무엇인지, 그것이 정말 노동의 성격을 갖는지에 대한 규정도 필요하다. 또 사용자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 교섭 구조는 어떻게 만들지, 플랫폼으로 전환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전망과 전략도 ‘플랫폼이 막 늘어나니까 배달 노동자, 택배 노동자 열심히 조직하겠다’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플랫폼 노동의 성격과 노동자성, 사용자성, 교섭 체계에 대한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제도화할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권리를 증진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일상(일터)에서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총연맹 차원에서 일상의 민주주의를 깊고 넓게 확산시켜 나갈 방안은?

제출된 공약 중 하나인 ‘조합원 1억 참여 예산제 도입’을 강조하고 싶다. 조합원들로부터 사업을 공모하고 결정해서 집행하는데 1억 원을 배정해 보려 한다. 자신이 제기한 문제가 민주노총에서 받아들여지고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면 조합원들 사이에 민주주의가 확산할 것이다.

농담처럼 그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구글폼을 탄원서 받는 데만 맨날 쓸 게 아니라, 의견 수렴하는 데 활용하자고. 모든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건 어렵지만,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매체들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 이제 실현할 때다. 물론 의결기구가 갖는 결정력도 있어야 하지만, 논의를 풍부화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낡은 체제로의 퇴행, 용납할 수 없어”

- 2023년 노동계의 현실을 드러내는 장면을 하나 꼽는다면?

양회동 열사의 분신이다. 윤석열 정권의 거센 노동 탄압의 최전선에 건설노동자들이 있었다. 양회동 열사가 유서에서 ‘자존심이 상해서 못 살겠다’고 표현했는데,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노동조합의 역할을 짓밟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본다. 그것이 현재 2023년 노동자들의 현실, 노동의 본질 자체를 훼손하려고 하는 자들에 모든 것을 걸고 맞서 싸우는 노동운동의 현실을 정확히 드러내는 표현하는 것 같다.

- 후보조 모두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내걸었다. 기호1번 후보조의 정권 퇴진 투쟁은 어떤 의미인가.

낡은 체제로의 퇴행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켰을 당시에는 부정한 권력을 끌어내려야 된다고 하는 구호가 광장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반면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 평화, 인권, 노동 모든 영역에서의 퇴행을 꾀하고 있다. 하루라도 그 기간을 단축시키려면 당연히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

- 현 정부와 대화 가능성을 일절 끊어낼 계획인가?

대화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올해 초 대통령이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안한 공개 토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방적으로 노동조합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노동조합을 지목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정말 정부의 노동 정책이 정당한지에 대해서 노동단체와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얼마든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 정부가 공개적인 소통을 받아들이고 정책 방향을 바꾼다면 정권 퇴진 투쟁의 방향이 달라질까?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정책 궤도를 수정한다면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는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 투쟁을 하려면 내부가 준비돼야 할 텐데, 민주노총 내부적으론 조직과 운동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의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었다. 민주노총이 변화하는 요체는 조합원들을 민주노총 사업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별 강화, 정치 세력화, 미조직 사업, 조직 운영 등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다양한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인입되고 그것을 반영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거냐는 문제가 핵심이다.

100인 조합원 집회 기획단을 만들어서 노동자대회를 기획할 전권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는데, 앞서 말한 조합원 1억 참여 예산제도 같은 맥락이다.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면 새로운 목소리, 더 많은 지혜들이 담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아주 비근한 예로 집회 때 발언을 누가 할 것인지, 순서를 어떻게 배정할 것인지, 또 대오 내 활력과 분위기는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의 문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기후위기 집회나 퀴어 퍼레이드 같은 경우는 대오의 활력이 굉장히 높은데 민주노총 집회는 그렇지 않다. 참가자들이 자기가 요구를 갖고 참여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본다. 집회문화도 결국에는 조합원들이 주체로 참여할 때 활력과 기세가 담보될 수 있고, 민주노총의 혁신도 바로 거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패권주의 폄하는
건강한 논의 가로막는 일”

- 임기 내 22대 국회의원선거와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그리고 임기 직후 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민주노총은 지난 9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서 광장 정치와 직접 정치를 병행하겠다는 정치 방침을 결정했다. 광장 정치는 전통적으로 우리가 해왔던 거리 투쟁을 완강하게 해나가겠다는 것이고, 직접 정치는 노동자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총선 방침의 경우 2026년 지방선거까지 노동 중심의 진보 연합정당 건설을 목표로 모든 진보 진영이 단결해서 추진한다는 결정을 했다. 이 결정을 얼마나 충실하고 완강하게 이행하는지가 관건이다.

어떤 집행부가 들어오든 조직적 결정 사항을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의원대회라는 민주노총의 일상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결정한 조직적 방침이다. 그래서 광장 정치와 직접 정치를 병행하면서 2026년도까지 노동중심 진보연합정당을 만들어 가는 것은 누가 당선되든 집행부에 부여된 책임이고, 그것을 잘 완수해 낼 생각이다.

기호1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호1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직선 3기 집행부에서 민주노총 정치·총선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정파의 이해를 위한 패권주의가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무엇이 패권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제기해 줬으면 한다. 약 1년 반 동안 정치·총선 방침 논의를 진행했다. 정치 방침의 경우 지난해 연말에 이미 토론안으로 현장에 제출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견은 별로 없었다.

총선 방침도 지난 2월 정기대의원대회의 결정에 따라 4월에 집행부가 안을 냈지만 반대가 많아서 약 3개월간 전체 지역을 순회하면서 토론을 진행했다. 결국 9월 초에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중집 단일안을 제출해 총선 방침으로 정했다. 이 과정이 왜 패권인지, 그리고 누구를 유리하게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제가 진보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진보당에 유리한 안을 만들었다는 폄하도 있는데, 중집 단일안이 만들어지기 전에 위원장으로서 대의원대회에 제출했던 안도 사실 제가 지지했던 내용이 아니다. 반대 의견을 가진 동지들이 제안한 안을 제가 수용해서 위원장 안으로 제출한 것이다. 그게 패권이라면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선 한 발이라도 나가지 말자는 것이다. 역으로 다수가 동의하는데 소수가 고집을 부리는 것도 패권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안에 대해서 패권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한 논의를 가로막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총선 방침 논쟁으로 투쟁 동력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총이 투쟁하지 않을 때가 없는데, 정치 방침을 논의하기에 적정한 시기는 언제일까. 문제 제기를 위한 문제 제기,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산업전환(디지털화·탈탄소)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접근법은 무엇인가.

앞으로는 기후패권의 시대가 열릴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다. 결국엔 에너지 문제다. 중동에서 전쟁이 많이 발생 것도 석유 때문이었다. 새로운 에너지원을 쟁탈하기 위한 기후패권 시대에는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전기·가스 요금이 지금보다 급격하게 오를 것이다. 에너지 빈곤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고, 양극화 문제도 여기에 기인할 거로 본다.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방법은 사회임금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의 비중이 약 9대1이지만, 소위 우리가 행복한 나라라고 하는 북유럽 국가들이나 뉴질랜드는 6대4 혹은 5대5 정도다. 사회임금을 강화해서 불평등 요소를 축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생존 전망을 세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 왜 다시 양경수여야 하나?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경우는 없다. 지난 3년간 위원장을 하면서 민주노총 내부에 관해서도,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싸움을 계속 이끌고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