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선거] “투쟁 없던 3년” vs. “반대를 위한 반대”
[민주노총 선거] “투쟁 없던 3년” vs. “반대를 위한 반대”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11.18 02:16
  • 수정 2023.11.25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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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민주노총 11기 임원 선거 후보 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
기호1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기호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격돌
이선규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선규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노총 11기(직선 4기) 임원 선거운동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조합원 투표 시작일을 사흘 앞둔 17일 ‘민주노총 임원 선거 직선 4기 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가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기호 1번 후보조에선 양경수 위원장 후보가, 기호2번 후보조에선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가 자리했다. 각각 직선 3기 위원장, 직선 1기 사무총장을 지냈던 두 후보 간에 묵직한 말이 오갔다.

토론회는 직선 3기 집행부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시작했다. 이영주 후보는 “지난 3년 사업은 있었으나 투쟁은 없었다. 지난 3년 집회는 있었으나 어느 정권에도 자본에도 위력적이지 않았다”며 “박근혜 정권에 맞서 한 번도 무릎 꿇지 않았던 민주노총으로 다시 자랑스럽게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앙경수 후보는 “선거를 위해서 상대를 공격하고 그것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방식의 선거운동 이것이 과연 민주노총 내에서 적절한지 의문스럽다”고 되받았다. 그는 “지난 3년간 사업만 있고 투쟁은 없다고 하고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에서 모두 동의한 정치·총선 방침을 패권이라 비판하고, 집회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조합원 기획단을 만들겠다고 하니 투쟁을 외주화하냐고 비판한다. 이쯤 되면 정말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이영주 후보는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관점 자체가 문제”라며 “선거는 민주노총이 어떤 전망을 세워 나갈지 논쟁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상대 후보조는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 중 일부의 의견만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라는 본인들의 주장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 “화물연대 투쟁, 조합원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양 “무엇도 하지 않은 듯 매도하면 발전 없어”

이영주 후보는 “지난 3년 동안 민주노총은 전략 없는 민주노총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이영주 후보는 “지난해 말 윤석열 정권은 화물연대본부만 무너뜨리면 순차적으로 민주노총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화물연대본부는 민주노총을 대신해 대리전을 치렀다”며 “당시 민주노총이 정세를 정확하게 판단해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와 서비스연맹 택배노조가 화물연대본부 투쟁에 함께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산별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민주노총은 그 투쟁을 확대시키지도, 전선으로 만들지도, 대정권 투쟁으로 전환시키지도 못했다”며 “조합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할 지점이다”이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후보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려면 부족함을 물고 늘어질 게 아니라 긍정적인 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경수 후보는 “화물연대본부 투쟁 때 건설기계 동지들에게 동조파업을 하자고 호소했지만 부분적으로밖에 진행되지 못했고, 택배노조 동지들은 중집에서 파업을 결의했지만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을 중단하면서 이행되지 못했다”며 “노력이 부족했을 수 있으나, 모든 것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발전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박에 나선 이영주 후보는 “화물연대본부 투쟁이 진행되고 있을 때 민주노총에서도 건설노조에서도 건설기계분과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부산건설기계지부가 먼저 투쟁하겠다며 상경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그것을 다시 건설노조가, 이어 민주노총이 받았다. 과연 적절한 과정이었냐”고 비판했다.

양 “진보정당 단결하면 배타적 지지해야”
이 “정권의 발목 잡는 투쟁이 기호2번 정치 방침”

지난 8일 1차 합동토론회에서 다뤄졌던 총선 방침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양경수 후보는 “2번 후보조는 체제전환위원회를 만들어 진보정당과 함께 (내년 4월 총선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시기상) 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내년 총선 전략을 물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영주 후보는 “내년 초에 가장 먼저 맞닥뜨릴 사안은 총선이지만 총선에 맞춰서 움직일 게 아니라 선제적 투쟁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 개악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시기고, 정권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투쟁을 해야 한다. 그 투쟁이 바로 우리의 정치방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후보도 양경수 후보에게 총선 방침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이영주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중에 (직선 3기 때 결정된) 진보연합정당에 대한 우려를 확인했다”며 “만일 현재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가 진행이 되지 않아서 합류하지 않는 진보정당이나 진보세력이 있을 경우에도 진보연합정당을 출범시키실 것이냐”고 물었다.

양경수 후보는 “9월 대의원대회에서 80%의 찬성률로 신뢰와 합의 속에서 진보연합정당을 만들어 보자고 결정한 바 있고, 당연히 그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대의원대회에서 4개 진보정당 중에 어디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진보연합정당을 출범하지 못하는 구조의 총선방침을 결정했다. 그런데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게 과연 모두를 단결시키는 방식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개 진보정당이 하나로 단결하면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투쟁의 핵심은 노동 개악 저지”
양 “노동에만 몰입하면 투쟁 확대 어려워”

윤석열 정권 퇴진과 관련, 이영주 후보는 기호2번의 투쟁력을 자신했다. 그는 “직선 1기 한상균 집행부에서 진행했던 박근혜 퇴진 운동의 핵심은 민주노총의 중심성”이라며 “진보연합정당뿐 아니라 투쟁에도 민주노총의 중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후보는 “당시 민주노총은 투쟁본부를 통해서 투쟁을 실천·확대시키면서 제 시민사회단체를 이끌어냈다”며 “민주노총의 투쟁에 진정성이 보였기에 전 사회적인 확산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노동 개악 저지다. 그래야 민주노총이 단결되고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양경수 후보는 “민주노총이 노동 영역에만 투쟁을 집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핵오염수 방류 저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 대책위 등이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을 민주노총이 함께 모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양경수 후보는 “민주노총이 노동 개악을 막는 투쟁을 완강히 하는 건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문제에 몰입한다고 해서 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이 노동의 영역에서 투쟁을 하는 것만큼 사회 전반의 투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변화 원하는 청년 목소리 외면해선 안 돼”
이 “집회와 투쟁 방식은 유연하게 바꿔가야 한다”

양경수 후보는 변화를 원하는 청년 조합원의 요구를 기호2번 후보조 공약에서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경수 후보는 “빠르게 늘고 있는 청년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전통적인 투쟁·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집회 계획을 바꾸는 것도 또한 중요한데, 그것을 부차적인 것,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왔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변화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후보는 “민주노총의 실사업 계획과 총전선 계획은 아주 다르다”며 “장소·사안·정세에 따라 집회와 투쟁의 방식은 유연하게 바꿔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열악한 조건에서 되지도 않을 투쟁과 총파업을 끝까지 지향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우리의 의지가 한국 사회를 전환시키고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를 깨나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양경수 후보는 “‘싸울 땐 싸우고 유연할 땐 유연할 것’이라는 방식의 답변이 조합원과 민주노총을 멀어지게 했다고 생각한다”며 “투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청년조합원의 목소리를) 중요하지 않다고 외면한 탓에 조합원과 민주노총 간 거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이영주 후보는 “(양경수 후보가) 강력한 투쟁이 필요할 때 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선거는 21일부터 27일까지 7일간 진행된다. 당선자는 28일~30일 사이에 공고된다. 투표율이 조합원 전체 절반을 넘지 못하면, 현재 출마한 후보는 모두 사퇴하고 민주노총은 선거를 처음부터 다시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