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 선거, ‘회계 공시 수용 결정’ 두고 공방
민주노총 임원 선거, ‘회계 공시 수용 결정’ 두고 공방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3.11.13 20:05
  • 수정 2023.11.13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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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은 후보조, 양경수 후보에 “회계 공시 수용 잘못 인정해야”
양경수 후보 측 “임시 중집까지 열어 책임 다해”
13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회계 공시 수용 철회, 전면적 노조법 개정 투쟁 제안 민주노총 임원선거 2번 박희은·김금철·이영주 선거투쟁본부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3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회계 공시 수용 철회, 전면적 노조법 개정 투쟁 제안 민주노총 임원선거 2번 박희은·김금철·이영주 선거투쟁본부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노총 11기 임원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박희은 위원장 후보(기호2번)가 양경수 위원장 후보(기호1번)에게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공시’ 방침을 수용키로 한 민주노총의 결정에 대한 철회 입장을 밝히자고 제안했다.

박희은 후보조는 13일 오전 민주노총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시 중구 경향신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경수 후보에게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의 회계 공시 수용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민주노총 임원 선거 기간 내에 회계 공시 철회에 대한 공동입장을 밝히며 ▲당선자는 당선 즉시 회계 공시 철회 투쟁과 함께 전면적인 노조법 개정 투쟁을 진행할 것 등을 제안했다.

박희은 후보는 “저 역시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 중집 성원으로 회계 공시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냈으나, 결정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조합원 동지들의 우려와 분노에 민주노총 임원이 되고자 선거에 나선 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답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희은 후보는 “민주노총 전체에 대한 노동 탄압, 무력화 시도가 노동조합 회계 공시였다”며 “이제라도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노조법 전면 개정과 윤석열들과의 큰 싸움에 함께 하자"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선 회계 공시 수용에 대한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회계 공시 수용과 거부를 결정할 당시 첨예한 논의 끝에 민주노총 중집 회의에서 회계 공시를 수용하되 향후 대응 방안과 사업·투쟁 계획을 제출하기로 했으나, 양경수 당시 위원장이 이를 책임지고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태은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지회장은 “중집 위원들의 주장과 요청은 실종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호1번 선본 관계자는 “양경수 당시 위원장이 (사업·투쟁 계획을) 제출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의 방향과 기조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도 양경수 후보는 위원장직을 사퇴하기 전 임시 중집까지 열어서 (회계 공시에 대해) 결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을 거쳤다”며 “그렇게 결정된 조직 전체의 방향성을 후보자 개인의 책임 방기로 끌고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선본 차원에서는 선거가 끝나는 직후 강력한 조직적 투쟁을 설계하고 있다. 현장의 요구가 있다면 중집에서도 재논의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중집의 공식적인 결정에 대해 (집행권이 없는) 위원장 후보가 철회 입장을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제안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일단 중집의 일차적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한다’며 회계를 공시하지 않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인 노동조합은 총연맹 등 상급단체 모두 회계를 온라인에 공시해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조합원의 불이익과 정부의 노동조합 혐오 조장을 막겠다는 취지로 지난 10월 24일 회계 공시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