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콜센터노동자들, 기습선전전···“전원 고용하라”
건보공단 콜센터노동자들, 기습선전전···“전원 고용하라”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1.29 18:35
  • 수정 2023.11.29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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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파업 중인 건보공단 콜센터노동자들
조합원들 “시민들께 우리 사정 알리고파 기습선전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11시 27분께 서울 중구 ‘서울로 7017’ 위에서 ‘해고없는 소속기관 쟁취’, ‘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켜라’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기습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지난 1일부터 파업 중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노동자들이 29일 기습선전전을 벌였다. 콜센터노동자들은 ‘해고 없는 소속기관 쟁취’, ‘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켜라’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서울 중구 ‘서울로7017’ 위에서 예고 없이 내걸었다. 현수막은 20여 분 만에 서울시 관계자에 의해 철거됐다.

기습선전전에 앞서 신고하지 않은 집회에 처음 참여한다는 콜센터노동자 A씨는 “불법 옥외광고물 설치라는 것을 안다. 최악의 경우, 경찰에 체포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솔직히 많이 무섭다”면서도 “이렇게라도 시민들께 우리 사정을 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나왔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단 콜센터노동자들은 2021년 결정된 ‘소속기관 정규직 전환’을 놓고 대립 중이다. 공단은 그간 민간업체와 콜센터 업무에 대한 도급계약을 맺고, 콜센터노동자들은 해당 업체의 정규직으로 일해 왔다.

그러던 중 2021년 공단은 공단 콜센터노동자들을 소속기관 전환 방식(별도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해당 공공기관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년 동안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26일 공단은 정규직 전환이 가시화됐던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 700명은 신규 입사지원자들과 함께 서류전형, NCS 등 필기전형, 면접전형 등 수단계의 채용 절차가 포함된 공개경쟁 방식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콜센터노동자들은 소속기관 전환 방식의 취지가 고용 안정인 만큼 전원 고용을 해줄 것을 공단에 요구하고 있다.

기습선전전에 참여한 김금영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 지회장은 “회사는 이런 채용 절차가 ‘공정’하다고 말한다”며 이를 “왜곡된 공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2019년부터 여러 차례의 교육을 받으며 문제없이 일해온 콜센터노동자들에게 생뚱맞게 신규입사자들과 함께 지필고사를 쳐서 입사하라는 것이 어떻게 공정으로 포장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금영 지회장은 “나는 공단과 교섭에 들어가는 교섭위원 중 한 명”이라며 “회사가 내놓은 안엔 공개경쟁 방식 채용뿐 아니라 소속기관 전환 후에도 전환배치 등을 권역에 상관없이 공단이 임의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르면 공단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전환배치하는 방식으로 해고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해당 안으론 고용안정을 목표로 하는 소속기관 전환이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금영 지회장을 포함한 20여 명의 공단 콜센터노동자들은 29일 오전 11시 27분께 서울 중구 서울로 7017에서 공단에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서울로 7017이 있는 육교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콜센터노동자 B씨는 현수막을 건 후 “버스·지하철 등의 공공기관 노사 이야기는 협상이 시작된 것부터 보도가 나온다. 파업이 시작되면 대대적인 보도로 이어진다”며 “하지만 우리는 2년 동안 약속했던 소속기관 전환이 흐지부지됐을 뿐더러 지부장이 한 달 가까이 단식을 하고 있는데도 언론에 자주 보도되지 않는다. 어떤 방법을 쓰든 우리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 그런 절박함에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현수막을 내건 콜센터노동자들은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 전원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고 연신 외쳤다. 현수막은 서울시 관계자와 경찰에 의해 오전 11시 45분경 설치 20여 분 만에 철거됐다.

철거 과정에서 콜센터노동자들과 철거를 한 ‘서울시 보안관’(공무직) 사이에 철거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철거가 끝난 후 기습 선전에 참여한 한 콜센터노동자는 “아까 철거하러 오신 분들께 ‘도와달라’고 외쳤다. 우리 사정을 아시는지 그분들도 계속 머뭇거리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철거하시는 분이 무슨 잘못이 있고, 또 힘이 있나. 죄송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시민들께 우리 사정을 알리기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은 기습선전전 참가자들에게 불법 집회와 불법 옥외광고물 설치로 경범죄 처벌법에 의한 통고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11시 27분께 서울 중구 ‘서울로 7017’ 위에서 ‘해고없는 소속기관 쟁취’, ‘건강보험공단은 약속을 지켜라’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기습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