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정규직 전환 촉구” 외친 건보공단 상담노동자들
국회 앞에서 “정규직 전환 촉구” 외친 건보공단 상담노동자들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3.11 21:00
  • 수정 2024.03.12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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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고객센터지부, 지난해 11월 1일부터 5개월째 투쟁···
국회 앞 농성 시작하며 투쟁 수위 높여
11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전환 촉구!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기자회견’에서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이 국회 앞 농성과 선전전에 돌입했다. 총선을 앞두고 건보공단 고객센터 정규직 전환에 대한 여론을 더욱 모으는 한편, 차기 국회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지부장 이은영, 이하 건보고객센터지부)는 11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전환 촉구!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기자회견’을 열었다.

132일간 강원도 원주시 건보공단 본부 앞 천막농성과 함께 파업·단식농성·오체투지 등을 벌여 온 건보고객센터지부는 이날부터 대국회 투쟁에 집중할 계획이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선전전을 벌이고, 오는 15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비정규직 철폐·정규직 전환 쟁취’ 문화제를 여는 등 국회와 정당 당사 일대에서 투쟁을 이어 나가며 건보공단의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건보고객센터지부는 2021년 건보공단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체에서 결정된 내용인 정규직 전환이 모든 상담노동자들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1일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건보공단 노사, 2021년 정규직 전환 합의했지만
‘전원 정규직화 vs 일부 공개경쟁’ 두고 갈등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현재 12개 민간업체가 수탁 운영하고 있으며, 이 위탁 계약은 2년마다 새롭게 체결돼 왔다.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도 계약 체결에 따라 2년마다 새로운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비정규직이었다. 그러던 중 정부가 2018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2019년 ‘민간위탁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건보공단은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노사 대표자와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설립해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2021년 자회사와 유사한 건보공단 소속 기관이 새로 설립돼 해당 기관에 상담노동자들이 채용되는 방식의 정규직 전환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건보공단과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 사이에 정규직 전환 대상의 범위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정규직 전환 이행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0월 26일 상담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입사 시점에 따라 제한경쟁 또는 공개경쟁 채용전형을 실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민간위탁 정책 추진방향 발표 이후인 2019년 2월 28일부터 입사한 노동자들은 “원칙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채용 방침에 대해 박지원 건보고객센터지부 정책국장은 “건보공단 측에선 전형 시 경력에 따른 가점을 인정하겠다고 했다”면서도, “여전히 4~5년차 숙련 노동자가 신규 입사자와 경쟁해야 하는 불합리함, 전형에서 탈락해 실직할 수 있다는 불안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영 건보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이라는 정규직 전환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 약속을 받을 때까지 함께 투쟁해 온 동지들 중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며 “정규직 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전환 촉구!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기자회견’에서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건보고객센터지부, 국회에 대책 마련 촉구하며
시민사회와 연계한 지속적인 투쟁 예고

건보고객센터지부는 고용노동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정규직 전환 약속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한편, 현 사태의 원인이 국회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가 이제껏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소홀했으며, 다가오는 총선 공약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은 오는 5월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제22대 국회에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건보고객센터지부는 3월 18일경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연계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3월 말에는 ‘노동자-시민 1만인 선언운동’을 시작하는 등 꾸준히 투쟁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