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상생으로 위기 넘어 기회로, HD현대로보틱스㈜·정석케미칼
노사 상생으로 위기 넘어 기회로, HD현대로보틱스㈜·정석케미칼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12.26 12:03
  • 수정 2023.12.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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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2023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기업 HD현대로보틱스㈜·정석케미칼
2020년 9월에 진행된 현대로보틱스 노사의 단체교섭 조인식 및 새출범 노사화합 선언식 ⓒ HD현대로보틱스㈜

대립과 갈등이 아닌 공동생존과 발전을 선언하다

HD현대로보틱스는 ‘고객에게는 신뢰를, 국민에게는 사랑 받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투명경영과 노동자 참여’, ‘생산성 향상과 고용안정’, ‘임금 및 복지 향상’, ‘노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목표로 삼아 기업 경영 활동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전방산업의 투자 축소,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대폭 감소하였고, 2021년에는 영업이익 적자라는 경영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자는 노사의 인식으로 대립과 갈등은 없었다. 오히려 위기 속에 더욱 서로가 단단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노사관계 업그레이드에 대한 공감과 필요성을 노사가 공유했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다시 한 번 선언했다. 노사의 노력을 통해 2022년에는 다시 회사가 흑자 전환을 했다. 이렇듯 HD현대로보틱스 노사는 서로가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하고, ‘공동생존’과 ‘상생’의 DNA를 만들어 함께 한 계단 한 계단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공동체의 운명은 함께 결정한다

HD현대로보틱스 노사 상생의 핵심은 ‘운명공동체’인 만큼 공동체의 운명은 ‘함께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2021년의 사례다. HD현대로보틱스 노사 대표자는 당시 경영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직원들의 워라밸 강화를 공감했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사 TF를 구성했다. 노사 각각 3명으로 구성된 해당 TF에서는 논의 끝에 ‘패밀리데이(유급휴가 대체 전 직원 휴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2021년 수주 및 생산량이 급감하며 대규모 적자 발생 등의 경영위기 상황에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인 원가 절감을 시행 중에 자구안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한 연차 정산을 최소화하고자 유급휴가 대체 전 직원 휴무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노동자측에서도 회사의 경영위기 상황을 공감하고 원가 절감에 동참하면서 워라밸을 위한 연차의 자유로운 사용을 도모하기 위해 해당 제안에 긍정적으로 ‘패밀리데이’라는 이름으로 합의를 했다. 이후에도 6개월, 1년 단위로 지속적인 노사 합의를 통해 연차 정산을 줄이며 직원들의 연차 활용을 촉진하는 해당 제도를 운영했고, 2022년 흑자 전환과 직원의 워라밸 만족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현장 개선 활동에 노동자가 참여한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로봇산업의 특성상 제조 기술력 및 사업장 개선 등이 생산성과 기업의 성과, 노동자의 안전으로 직결된다. 기술력과 사업장 개선을 위해 여타 기업들은 경영진이 주도하고 현장 노동자는 따라오는 형태를 많이 취한다. 그러나 HD현대로보틱스 노사는 직원들이 직접 주도하는 개선 활동을 통해 현장 친화적인 아이디어와 직접 담당하는 직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안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나온 제안들은 각 현장을 맡고 있는 직원들의 시선에서 나온 것이므로 적용도가 높으며, 이것이 반영되는 과정을 지켜본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효능감도 많이 올라가는 등의 효과가 있다.

이처럼 공동체의 운명은 노사가 함께 결정한다는 기조를 통한 꾸준한 활동을 통해 HD현대로보틱스 노사는 신뢰를 쌓을 수 있었으며 기업의 성장, 그리고 해당 성과가 노동자에게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상생의 밑바탕, 사람이 중요하다

HD현대로보틱스가 사람을 중시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7년 분할 이후, 2019년부터 매출 및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2021년에는 적자로 전화됐음에도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 2021년 6월 대표이사 주관 타운홀 미팅에서도 대표이사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 선언한 바 있다. 또한 경영위기 극복과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직무순환 제도를 운영했다. 사람을 중시하는 HD현대로보틱스의 문화는 상생의 밑거름이 됐다.

사업장 담장 넘어 전달한 상생의 온기

이렇게 상생의 힘을 맛본 HD현대로보틱스의 노사는 상생의 경험을 사업장 담장을 넘어 전달하며 상생의 사회를 만드는 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상생협력 및 동반성장을 위해 비정규직, 장애인 등 취약계층 처우개선 및 고용창출 활동을 노사가 함께 했다. 원-하청간 상생협력도 노력했다. 원청 성과 공유를 위해 성과금을 지급했다. 2022년 흑자 전환한 HD현대로보틱스는 직원 성과금을 확대하면서 사내협력사 직원 성과금 역시 최대 585만 원에서 최소 235만 원을 지급했다. 원청의 모든 복지시설을 하청 노동자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작업복과 안전화를 무상으로 지급해 사내 통일성 및 소속감을 고취시켰다. 사내협력사 직원 자녀 학자금도 지원했으며, 협력사 정기 간담회를 운영해 원-하청 상생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안전보건 활동도 원-하청이 함께 진행했고 건강에 원-하청이 따로 없음을 서로 선언하고 안전 포상 등 구체적인 활동에도 나섰다. 원-하청 간 공정거래에도 신경 썼다. HD현대로보틱스 노사는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으로 그 공동체 속의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상생해왔다. 그렇게 상생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만들며 탄탄히 성장해가고 있다.

정석케미칼 조감도 ⓒ 정석케미칼

‘노사 화합’, 작지만 강한 정석케미칼을 만들다

1991년 창업한 이래로 20년 넘게 도료 제조업체로서 업력을 이어가던 ㈜정석케미칼은 2014년 법정관리라는 큰 위기에 직면한다. 같은 해 5월 출범한 정석케미칼노동조합은 기본급 삭감 등 고통 분담에 나섰다. 그 결과 정석케미칼은 약 1년여 만인 2015년에 법정관리를 조기 종결시켰다. 함께 고비를 넘긴 정석케미칼 노사는 끊임없는 소통 아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 0.5%에 그쳤던 매출 증가율은 2023년 14.25%로 뛰어올랐다. 노동자의 헌신을 잊지 않은 경영진은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통과 참여로 일군 일터혁신

2023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지역의 작은 중소기업 정석케미칼이 전한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비결은 ‘소통’이다. 정석케미칼 노사는 매주 화요일 아침 회의를 한다. 노동조합이 단독으로 진행한 회의 기록을 사측에 전달하면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각종 회의뿐 아니라 사내 게시판, 밴드, 메신저 등 노동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다양한 소통 채널도 구비했다.

이처럼 노사 소통이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던 요소 중 하나로 ‘열린 경영’을 추구하는 김용현 대표이사의 경영 철학을 꼽을 수 있다. 김용현 대표이사는 신속하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열려있는 사장실’을 표방한다. 매년 열리는 시무식에선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매 분기 마감 후 현황을 직접 알리고 있다.

노동자와 함께하는 회사의 경영 방침은 ‘더 좋은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일터혁신으로 이어졌다. 정석케미칼이 도입한 ‘표준관리조직 운영’은 프로세스 분류체계의 완성도를 높이고 업무 단위당 누락을 없애기 위해 해당 업무에 정통한 팀장을 전문가로 선정해 프로세스 분류 체계를 구축하는 제도다. 총무팀이 총 11개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총괄하며, 품질경영본부는 해당 팀들의 표준을 검토·관리한다. 정석케미칼은 이를 통해 업무 누락을 방지하고 품질을 향상할 수 있었다.

노동자 스스로 품질과 관련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품질분임조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정석케미칼은 2010년 회사에 맞는 분임조를 개발하고, 2011년~2015년까지 분임조 운영의 문제를 파악하고 재정비했다. 이후 분임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끝에 마침내 2021년 분임조 생활화를 일궜다. 그 결과 정석케미칼의 품질분임조는 오랜 기간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2022년에만 6월과 11월에 각각 전라북도 품질분임조 경진대회 최우수상, 전국품질분임조 금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주인의식 함양하는 직원 복지
“회사 성장은 직원들 뒷받침 덕분”

정석케미칼은 ‘회사가 있어야 직원이 있고,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다’라는 신념 아래 사내 복지 향상을 실천해 왔다. 정석케미칼은 우리사주 제도를 운용하면서 임직원의 주인 의식을 함양하는 한편, 우리사주 출연 시 지원금과 이자 배당, 선물 지급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노사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신경 쓰는 부분이다. 정석케미칼은 직원들의 적정 임금수준을 보장하고 상·하위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2022년 임금 인상률은 6.7%로 당해 물가상승률 3.7%를 훌쩍 넘는다. 급여관리 규정은 임금 격차 해소에 방점을 뒀다. 그에 따라 직급별 장려수당 운영과 가족수당 등 다양한 수당 체계를 운영하는 중이다.

장시간 노동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1주 40시간(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한 주5일 근무를 확립한 것은 물론 △일 가정 양립을 위한 금요 휴무 권장 △연장근무 사전 승인 제도 △조기 퇴근 후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는 ‘워라밸 무비 데이’ △하루 40분 유급 추가 휴게시간 등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직원 생활 안정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배우자 출산휴가’(10일)와 ‘난임 치료휴가’(연 최대 3일), 임신기단축근로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도 중요한 요소다. 2022년 기준 정석케미칼의 사외 교육·훈련 비율은 273.7%, 사내 교육·훈련 비율은 1,076.1%에 달한다.

워라밸과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석케미칼의 행보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낸 직원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는 김용현 대표의 경영 방침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정석케미칼의 한 임원은 “기업경영 1순위가 직원 복지가 되어야 한다는 김용현 대표의 생각에 동의한다”며 “회사가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직원들의 뒷받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직원 복지를 향상하고 직원 만족도를 높여 회사와 직원이 동반 성장하는 정석케미칼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로 향하는 노사의 결실

전북 완주군의 작지만 강한 회사 정석케미칼은 사회 공헌도 잊지 않았다. 신규채용 인원의 80~90%를 지역인재를 채용하면서 지역 고용창출에 이바지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신규 채용한 직원 중 전북 거주자는 2020년 90%, 2021년 80%, 2022년 90%에 달한다. 지역 우수인재 양성과 지역 정착을 장려하기 위한 산학관 상생협력을 전북하이텍고등학교·완주군과 맺기도 했다.

아울러 독거노인 후원, 청소년 문화탐방 지원, 수목 정화, 장애인 행사 지원 등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정례적으로 실시하며, 전북도에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기부금을 마련해 후원했다. 최근 4년간* 연 평균 기부 금액은 1억 6,500만 원에 달한다. “CEO로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인간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정석케미칼 노사가 빚어낸 결실이다. *2020년 1억 7,000만 원, 2021년 2억 2,000만 원, 2022년 1억 2,000만 원, 2023년(9월 기준) 1억 5,000만 원 등

*이 기사는 노사발전재단의 취재 지원을 받아 공동기획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