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 “죽지 않고 살고 싶다, 정부·국회 책임져라”
소방관들 “죽지 않고 살고 싶다, 정부·국회 책임져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2.05 13:59
  • 수정 2024.02.0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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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연이은 소방관 죽음에 국회 찾아
지방소방청 설치·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인력 충원 등 요구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연이은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정부와 국회가 책임져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최근 소방관들이 연이어 순직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국회를 찾아 “소방관들의 염원은 죽어서 영웅이 아니라 끝까지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본부장 권영각)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연이은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정부와 국회가 책임져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경찰처럼 인사와 예산이 독립된 지방소방청 설립 △연이은 소방관들의 순직을 막지 못한 소방청장 즉각 교체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규모 인력 충원 △소방·안전과 관련한 공약 마련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 주택 옆 창고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무너지는 콘트리트 처마에 머리를 크게 다쳐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또 지난 1일엔 경북 문경시에 육가공품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고립돼 숨졌다.

기자회견에서 소방본부는 순직을 막으려면 조직·인력 규모 등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방본부는 “모두 다 임용된 지 5년이 채 안 된 젊은 소방관이기에 더욱 가슴이 찢어진다. 1년에 4~5명, 두세 달에 한 명씩 현장에서 죽어가는 조직, 지금 7만 소방관들은 죽지 않고 살고 싶다”며 “이제 국회와 정부에 직접 요구한다. 경찰처럼 인사와 예산이 독립된 지방소방청 만들어 달라. 경찰처럼 4조 2교대 도입과 우리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대규모 인력 충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소방관들은 국가직 공무원이지만 인사와 예산이 시·도에 매여 있어 자체적인 결정이 어렵다.

또 소방본부는 “공약은 선거철이면 잠시 나와 사라진다. (현재) 정당들은 소방에 관한 공약 하나 없다”며 “연말연시, 설이나 명절 때만 찾아오는 대상이 아닌 이제 소방관들의 요구에 국회와 정부가 책임지고 해답을 찾아와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권영각 소방본부 본부장은 “소방은 하위직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조직의 규모와 덩치를 키워왔다. 소방관들의 순직이 생기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소방관들의 헌신을 기르겠다며 잠시나마 관심을 가져준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정부와 국회에 요구할 것을 요구해야겠다”며 “소방관 인력 충원 방안, 소방재원 확보 방안, 완전한 국가직 전환 등 소방관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영각 본부장은 “(여야의 4년 전 소방 관련 총선 공약이었던) 수당이 인상된다고 순직 행렬을 멈출 수 있겠나. 장비 확충을 한다고 해서 우리 후배 소방관들의 순직을 막을 수 있겠나. 수당 인상, 장비 확충도 필요하지만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라며 “죽어서 영웅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화마 속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고인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비통한 마음”이라고 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우리 사회는 반복되는 소방관 희생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해 생명을 바친 소방관의 영웅적인 면모에만 주목하곤 한다”면서 “살아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소방관의 소임이다.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위해 소방관이 생명을 내던져야 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처우개선과 보호를 위한 입법·정책적인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