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적자 인생, 먹고는 살아야지
저임금적자 인생, 먹고는 살아야지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3.01.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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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 규모 8위, 소득격차는 세계 1위
임금 노동자 둘 가운데 한 명은 200만원 미만
[바꿔, 싹 바꿔! 2013] ① 저임금

2013년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바람을 찾아봤다.
일할수록 적자 인생인 저임금 노동자.
목숨을 걸고 밤샘 노동을 하는 이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이들.
파견, 용역, 특수고용, 기간제 노동자의 처지를 살짝 들춰봤다.
지난해 총대선을 거치며 금배지를 달거나 청와대에 자리 잡은 이들은 너나없이 서민들의 삶을 챙기겠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한 약속이지만 지켜진 적이 있었던가?
여기 낮은 이들의 자그마한 소망을 쓴다.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지만 꼭 바꿔야 하기에 적는다.
바꿔, 싹 바꿔! 2013

저는 법원에서 6년째 청소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청소 일을 시작한지 어느 새 6년째, 목숨이 붙어있어 사는 것이지 최저임금으로 한 달을 살아내기는 정말 힘이 듭니다.

2010년 최저임금 858,990원 4대 보험을 공제한 금액이 791,090원입니다. 지금도 2010년 최저임금을 받고 이 돈으로 지금 살고 있는 반지층 12평 빌라 대출이자 연 11.6%(284,674원) 걱종 공과금과 남편 건강을 위한 우유 값을 포함 23만원 정도 게다가 남편 병원비와 약값이 총 29,980원 이렇게 한 달 고정으로 지출되는 금액이 544,654원 그리고 남는 돈 246,436원, 이 돈으로 한 달을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요. 이런 현실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한다는 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1960년대 평화시장 옷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임금이 얼마나 적었는지 점심시간에는 수돗가에 줄을 섰다고 한다. 허기진 배를 맹물로 채운 거다. 장시간 노동과 함께 저임금은 노동자에게 커다란 적이었다.

지금이야 공장에서 일하는데 맹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생계 때문에 허덕이는 이들이 숱하다.

어떤 경우를 빈곤층으로 볼 지는 통계를 내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실태조사(2009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7%인 340만 명이 빈곤층으로 165만 가구에 이른다. 빈곤층 가운데 기초수급자는 88만 가구 155만 명이다. 이는 2006년에 비해 2만 명, 가구 수는 5만 가구가 늘은 수치다.

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면 저소득계층이라고 부르고, 저소득계층의 비율을 상대적 빈곤율이라고 한다. 2011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2%였다. 이는 2010년에 비해 0.3% p 늘어난 수치다.

평균소득은 전체 가구의 총 소득을 가구 수로 나눈 것이다. 중위소득은 평균소득과 달리 전체 가구의 가장 중간에 있는 소득을 말한다. 아홉 가구가 있다면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겨 다섯 번째 속하는 가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을 매긴다.

2009년의 평균소득은 3,055만 원이고, 중위 소득은 2,664만 원이었다. 중위소득의 50%는 1,332만 원이다. 이처럼 중위소득에 미치지 못해, 한 달에 111만 원 이하 소득으로 살아가는 가구를 저소득층으로 본다.

한국사회에 저소득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400만 명이 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위에 소개된 노동자는 최저임금이나마 받는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엄청 많다. 2011년 3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04만 명에 이른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12%다.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2백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2009년에는 222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13.8%를 차지하였다.

2012년 한국의 무역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해 세계 8위다.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경제 발전을 이뤘다. 한강의 기적이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폐허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다. 2010년 수출액은 세계 10위, 수입액은 13위였다. 국민총생산(GDP)은 세계 15위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1년에 2만 2489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따지면 2,600만 원에 이른다.
 
규모로 보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한 분배가 되지 않아 가난한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저임금은 그 사회의 중위임금의 2/3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국은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010년에 26.5%다.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저임금 노동자라는 말이다. 경제의 발전이 시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지지 못한 현상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자.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는 25.4%다. 핀란드는 8.5%, 이탈리아 11.4%와 비교하면 엄청나다. 양극화가 심하다는 미국은 24.5%가 저임금 노동자인데, 한국은 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가장 높은 불명예를 안았다.

임금의 많고 적음보다 중요한 수치가 있다. 임금격차다. 임금 불평등을 따질 때, 임금이 낮은 하위 10%와 상위 10%를 대비한다. 한국은 상위 10%의 임금이 하위 10%가 받는 임금에 비해 5.23배 높다. 5인 이상 기업 노동자들만을 상대로 조사하면 4.78배인데, 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소득격차가 가장 큰 나라는 멕시코로 5.71배, 다음이 미국으로 4.89배이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노르웨이는 2.28배, 스웨덴은 2.28배에 불과하다.

통계청 2012년 1/4분기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와 하위 20%의 임금 차는 4.9배였다.

그럼 하위 10%는 얼마를 버는 걸까? 2011년 기준으로 64만3천 원 이하를 번다. 상위 10%는 월 310만 원 이상을 버는 사람을 일컫는다.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려고 최저임금 제도를 두고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얼마나 될까? OECD 국가들의 평균임금에 견줘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인가를 비교한 자료가 있다.

한국은 2008년에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32%였다. 최저임금이 평균임금의 1/3에 머문다. 이는 조사에 응한 OECD 19개 국가 가운데 16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참고로 OECD 평균은 37.4%다. 2008년 OECD 국가 최저임금 평균은 6.44달러이고, 한국은 3.12달러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보다 최저임금이 낮은 나라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터키, 멕시코다. 경제 규모에 비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양극화를 줄이려면 최저임금이라도 높여야 한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고, 결국 빈곤층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다. 그래서 그 사회의 평균임금 인상률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연합 의회와 이사회에서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나 중위임금의 60% 수준으로 정하자는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최저임금제가 처음 도입된 1988년도와 2010년을 비교한 자료가 있다. 그 사이에 국민총생산은 8.35배, 국민총소득은 7.40배 증가했다. 이 동안 최저임금은 7.54배 증가했으니 과연 올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제도가 소득 불균형을 줄이려는 제도가 되려면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보다 더 높아야 한다. 그런데 경제 성장률 수준에 머물고 있으니 빈곤층의 삶은 더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여성이 많다. 비정규직이 다수이고, 작업환경도 열악하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으면 살만할까?

임금을 받는 사람 둘 가운데 한 명은 200만 원 미만을 받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는 1,731만 명이다. 이 가운데 940만 명(54.3%)이 한 달에 200만 원 미만을 번다. 200만 원에서 세금, 4대 보험료, 은행에 내는 이자를 빼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70만 원 남짓이다. 4인 가구 최저 생계비는 149만 5천 원이니,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최저생계비 선에서 맴돌고 있다. 언제든 최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여성 임금노동자의 76.7%는 한 달에 200만 원을 벌지 못한다.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이니,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여성의 경우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이쯤 되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도 기업과 다르지 않다. 공공행정 분야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10만 명(10.8%)에 이른다. 열 가운데 한 명 꼴이다.

정부의 양극화 해결 의지는 최저임금 단속 및 처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2006년에서 2010년까지 5년간 최저임금 관련 위반 사례는 47만 5745건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 기간 동안 최저임금 주지의무 위반이 3만 5226건이었는데, 과태료를 낸 경우는 6건에 불과하고, 과태료 액수는 50~80만 원이다. 검찰로 넘어간 사건은 503건이다. 이 가운데 노동부가 적발한 것은 46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457건은 피해를 본 노동자가 직접 신고를 했다. 정부의 의지가 의심된다.

최저임금을 받으면 생계는 꾸려나갈 수 있을까? 앞에서 봤듯이 최저임금 자체가 평균임금의 1/3 수준에 불과해 생계를 꾸린다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최저생계비 산출 기준자체도 너무 낮다.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는 월 149만 5550원이다. 이 액수를 산정한 기준은 뭘까? 치약은 한 달에 1개, 60센티 두루마리 화장지 4개, 샴푸는 반 통, 여성용 스타킹은 석 달에 1켤레, 자녀 속옷은 1년에 3장, 남성 구두는 3년에 1켤레, 여성 구두는 2년에 1켤레, 겨울 양복은 6년에 1벌을 사야 한다. 영화는 1년 1번, 책은 1년에 5권을 구입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받아가지고는 이 정도의 삶조차 살 수가 없다. 민주노총에서 2011년에 조사한 자료가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한 달에 154만 원을 벌고, 지출은 170만 원에 이른다. 일을 하지만 달마다 16만 원의 적자다.

이들의 씀씀이가 헤퍼서가 아니다. 이들이 오락문화비로 한 달에 지출하는 비용은 6천 원도 되지 않는다. 교통비도 한 달에 10만 원 미만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만을 이용하고, 출퇴근 이외에는 거의 외출이나 여행도 하지 않는 실정이다.

저임금 구조를 바꿀 대책은 뭘까? 우선 최저임금제도를 올바로 정착해야 한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1/3 수준인 최저임금을 50% 수준으로 높이자는 의견이 많다. 또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

앞 통계들에서 봤듯이,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양극화가 해소나 빈곤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최저생계를 보장할 정도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이를 정착시키는데 힘을 기울이는 게 빈곤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