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한테 월급 받고 싶다
진짜 사장한테 월급 받고 싶다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3.01.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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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노동자 이용 사용주 48.3% 고용조정 쉬워
용역노동자 월 평균임금 122만 4400원, 정규직의 45%
[바꿔, 싹 바꿔! 2013] ③ 파견노동자
2013년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바람을 찾아봤다.
일할수록 적자 인생인 저임금 노동자.
목숨을 걸고 밤샘 노동을 하는 이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이들.
파견, 용역, 특수고용, 기간제 노동자의 처지를 살짝 들춰봤다.
지난해 총대선을 거치며 금배지를 달거나 청와대에 자리 잡은 이들은 너나없이 서민들의 삶을 챙기겠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한 약속이지만 지켜진 적이 있었던가?
여기 낮은 이들의 자그마한 소망을 쓴다.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지만 꼭 바꿔야 하기에 적는다.
바꿔, 싹 바꿔! 2013

저희들은 병원에서 간호보조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침대 시트 갈기, 처치물품과 기구 소독 및 정리, 약 타오기, 검사물 이송, 중증환자 체위변경, 검사실로 환자 이송 등 환자분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2006년 이 부서 노동자 전원을 파견업체에 넘겼습니다. 이 업무에 대한 책임을 병원에서 안 지려는 것입니다.현재 간호보조 업무 노동자 200여명 중 비정규직 파견사원이 65명이나 됩니다.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간호보조 업무를 고용이 불안한 파견직으로 사용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낮아지고 환자의 생명과 바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병원에서는 대부분 병원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데 강남성모병원만 유독 파견직을 쓰고 있습니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노동자면 노동자지, 종류가 있다는 게 참 희한하다. 노동자가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사무직, 생산직, 서비스직으로 구분한다. 한편으론 고용 방식에 따라 직접고용,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로 나눠지기도 한다.

직접고용은 사용주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고용기간을 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정규직이라고 부른다. 사용자가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고용기간을 한정하면 보통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간접고용이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임금을 주는 업체와 노동자가 실제 일하는 사업장이 다른 경우를 말한다. 자신이 일한 사업장의 사용주에게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다른 사장에게 임금을 받는다는 말이다. 일하는 곳과 임금을 받는 곳이 다르다. 일하는 사업장의 사용주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파견업체나 용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충원하는 거다. 파견업체를 통해서 고용된 노동자를 파견노동자라 부르고,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되었으면 용역노동자라고 한다.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파견업체나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할까?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유다. 노동자에게 일을 시켜 돈을 벌되, 일한 노동자에 대한 책임은 지기 싫다는 말이다.

파견노동자를 해고할 때,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용주(사용사업주)는 노동법에서 정한 책임을 지지 않고, 파견업체 사용주(파견사업주)에게 책임을 지운다. 사용사업주는 일감이 많으면 파견업체에 노동자를 더 보내달라고 하고, 일감이 줄었을 때는 파견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다. 혹 노동자가 맘에 들지 않았을 때는 파견업체에 노동자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자의 임금을 비롯한 복지혜택 요구에 대해서도 사용사업주는 나 몰라라 할 수 있다. 또한 파견업체끼리 경쟁을 시켜 저렴한 임금으로 노동자를 쓸 수 있다.

파견노동자의 경우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을 행사하기가 어렵다. 파견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단결권)하거나 단체행동을 하면 사용사업주는 파견업체와 계약을 해지함으로 노사간의 법적 시비를 피할 수 있다.

노동자를 파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1998년 7월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불법이 합법화 되었다.

파견법 시행은 근로기준법에 나온 직접고용의 원칙을 뒤집고, 노동자 임금에 대한 중간착취를 합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파견업이란 파견사업주가 노동력(파견노동자)을 사들여 사용사업주에게 이윤을 남기고 파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노동자는 상품이 아니다. 물건을 사고팔듯 중간에 거간꾼을 두어 노동력을 거래해서는 안 된다.

근로기준법 9조에는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의 대가를 온전히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견법은 이 조항에 예외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1998년에 시행된 파견법은 그간 불법으로 여겨진 노동력을 사고파는 간접고용 금지를 합법화시켰다.

왜 파견법을 만들었을까?

2007년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파견노동자를 이용하는 사용주들은 고용조정이 쉽고(48.3%), 비용이 절감되고(29.3%), 사용자의 책임의 경감(5.6%)이라고 답했다. 고용조정이 쉽다는 말은 해고가 자유롭다는 말이다. 비용의 절감은 직접고용 했을 때보다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쓸 수 있다는 뜻이고, 책임의 경감은 사용주의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견법과 쌍둥이로 탄생한 법이 있다. 사용자가 해고를 이전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정리해고법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자 정부는 고용을 유연하게 한다고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추진하였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그 자리를 파견노동자로 채우겠다는 말로 여겨져 노동계가 반대를 했다.

1998년 파견법을 만들 때 파견노동자를 쓸 수 있는 업무에 대해 제한 규정을 두었다.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는 파견노동자를 쓸 수 없다고 정했다.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이 필요로 하는 업무’로 파견대상을 한정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26개 업무로 제한하였다. 하지만 2006년 법을 개정해 파견노동자를 쓸 수 있는 업무를 확대시킨다. 기존의 ‘전문 지식·기술·경험’에 더해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에도 파견노동자를 쓸 수 있도록 바꿨다.

사업장에서 파견노동자가 하는 일은 법의 규정이 무색하게 ‘전문적’ 지식, 기술 또는 경험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다. 파견노동자 업무를 살펴보면 비서, 타자원 같은 사무지원 종사자와 텔레마케터와 같은 전화 외판 업무, 수금 업무, 자동차 운전원 등이 70%를 차지해 사무직과 판매직 업무를 도맡고 있다. 정규직노동자가 하던 업무를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파견업체에 넘긴 셈이다.

2011년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이 2,722,000원인 반면 파견노동자의 임금은 1,523,500원으로 56%에 불과하다.
 
문제는 파견노동자처럼 간접고용 된 용역노동자에게 있다. 용역노동자의 경우 월 평균임금이 1,224,400원으로 정규직의 45%에 불과하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도 정규직은 43.5시간인 반면 용역노동자는 46.6시간으로 3시간 이상 일을 더 하고 있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급노동자라고 불리기도 하는 용역노동자는 67만 명으로 파견노동자 19만 명에 비해 3배 이상이다.

파견노동자와 용역노동자는 자신을 고용해서 임금을 주는 사업주의 사업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차이는 일을 할 때 누구의 지시를 받느냐다.

파견노동자는 임금은 파견사업주에게 받지만 업무의 지휘, 감독은 사용사업주에게 받는다. 하지만 용역노동자는 임금과 함께 업무의 지휘, 감독도 자신을 고용한 용역업체에게 받는 노동자다. 업무의 지휘, 감독을 사용사업주에게 받으면 파견노동자이고, 용역업체에게 받으면 용역노동자가 되는 거다.

파견업체의 업무는 파견법에 의해 제한이 되어 있지만 용역업체는 업무의 제한이 없다. 그래서 용역업체는 실제 노동자를 파견하는 일을 하면서도 용역이나 도급 형태로 계약형식을 갖춘다. 용역업체가 업무를 지휘, 감독을 하지 않으면서 파견업체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를 사업사용주에게 제공하는 거다. 이를 불법파견 또는 위장도급이라고 말한다.

제조업 생산라인에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공장을 비롯한 생산라인에는 왼쪽바퀴는 정규직 노동자가 조립하고, 오른쪽 바퀴는 사내하청으로 불리는 용역업체 노동자가 조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용역업체를 빙자해 파견노동자를 쓰고 있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69.4%가 사내하청노동자다. 철강 79.7%, 조선 73.8%, 전자 72.5%로 제조업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비중이 정규직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예 정규직은 한 명도 없이 하도급 업체 노동자만으로 공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간접고용 방식은 실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용주가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삶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파견노동자나 용역노동자도 노동3권이 보장된다. 하지만 허울에 불과하다. 사업장을 경영하는 사용주(원청 사용주)가 노동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파견이나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 파견노동자나 용역노동자가 노동조합(단결권)을 만들 경우 원청 사용주는 이들 노동자와 교섭(단체교섭권)을 할 의무가 없다. 이들이 쟁의 행위(단체행동권)에 들어가면 원청 사용주는 파견업체나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힘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임금을 받는 곳과 일하는 곳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일하는 곳에서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곧바로 일터를 잃는다.

사업장에서 파업을 할 경우 직접고용 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3자’로 몰려 경찰에 연행되어 구속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현대자동차는 이들 조합원에 대해 (공장)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여 노동조합 활동자체를 불가능하게 하였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조합 활동 자체가 원청사에 대한 업무방해가 되어 고소되는 실정이다.

해결법은 간단하다. 노동자에게 일을 시키고, 그 노동력으로 수입을 올리는 진짜 사용자(사용사업주)가 노동자를 고용하면 된다. 파견법은 ‘직접고용 원칙’을 해치고, 노동력을 거래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중간착취’와 다르지 않다. 파견법은 바꿀 것이 아니라 법이 시행된 1998년 이전으로 돌려 폐기하는 건 어떨까. 더불어 용역계약을 빙자한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철저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 적법한 용역일 경우에는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