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온 것일까 ‘목마름’은 해소된 것일까
‘그 날’은 온 것일까 ‘목마름’은 해소된 것일까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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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87년, 그로부터 20년

1987년 6월, 그해 여름은 얼마나 무더웠을까? 지금처럼 곳곳마다 에어컨도 없었을 텐데 얼마나 무더웠을까. 사람들은 지난해의 무더위를 기억하지만 20년 전 여름의 무더위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그때 1987년의 사람들도 태양의 뜨거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1억5천만㎞ 떨어진 태양보다 더 뜨거운 태양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자가 이미 부조리를 불태워버리려는 ‘태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한다. 붉게 타올랐던 ‘태양들’을. 옆 사람에게서,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왔던 숨이 턱턱 막히는 뜨거움을. ‘민주주의’를 외치던 쉰 목소리를. ‘탁탁’ 거리를 뛰어다니던 발소리를. ‘쿵쾅쿵쾅’ 몸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이 뛰어대던 심장소리를. 도시를 채웠던 매캐한 최루탄의 냄새와 피비린내를. 언덕을 넘어 아래로 눈물이 되어 흐르던 투명하고 뜨거웠던 피를.

 

사람들이 기억하는 87년이다. 바로 그해 태어난 이들이 올해 성년이 됐다. 87년, 그로부터 20년이란 시간이 지난 것이다. 세상은 더 화려해지고, 더 복잡해졌다.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일하며 더 많은 술을 마신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자기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소리치고 있다. 과연 87년 6월 우리가 목청껏 불렀던 ‘그 날’은 온 것일까? 우리의 ‘목마름’은 해소된 것일까?

 

※ 이번 스페셜리포트에 사용된 87년 당시 사진들은 ‘6월항쟁 계승사업회’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의 자료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