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도시 울산, 문제는 제조업
위기의 도시 울산, 문제는 제조업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5.04 10:07
  • 수정 2019.05.06 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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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와 통계지표를 통해 바라본 위기 실태

[커버스토리] ② 울산지역 제조업 위기 실태

제조업의 중심지 울산을 가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기상황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조선산업을 비롯해, 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위기상황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특히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지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참여와혁신>은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을 진단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참여와혁신>은 이번 기획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인 울산을 취재해 제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울산 제조업이 위기라고 한다. 울산 제조업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심상치 않아서다. 울산 제조업의 위기는 울산 경제 전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제조업이 울산 경제의 많은 비중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산업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해당 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경제력이 약화된다. 심각한 경우 실직으로 경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 소비주체이기도 한 노동자들의 경제력 약화는 소비시장의 경색을 부른다. 소비시장이 경색되면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에 고용된 노동자도 연쇄적으로 위기를 맞는다.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울산의 경제 지표들(제조업 경제 지표와 울산 지역 경제 지표)을 도표로 정리해봤다.

울산과 제조업

울산은 공업도시로 1920년대부터 입지를 다졌다. 슬픈 역사지만 일제강점 당시 울산이 일본의 대륙진출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공업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울산이 제조업 도시가 된 시점은 1962년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시작 첫 해인 1962년 1월 29일에 울산을 특정공업지역으로 지정한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제조업 육성이 울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렇게 울산은 자동차산업·조선산업·석유화학산업·비철금속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는다. 1962년 당시 인구 8만 명이었던 어촌도시 울산은 급속도로 성장해 1997년 인구 100만의 광역시로 승격한다.

[표-1]과 [표-2]를 보면 확연히 나타나듯 울산 경제의 상당 부분을 제조업이 담당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게재된 최신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6년 울산광역시 경제활동별 GRDP(지역내총생산) 중 순생산물세를 제외한 총부가가치 중 제조업이 64%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울산광역시 산업별 매출액은 총 250조 원 가량인데 그중 제조업 매출액 비중이 75%이다.(2016년 제조업 매출액 비중도 75%)

이처럼 울산은 제조업의, 제조업에 의한, 제조업을 위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 내에서도 자동차산업·조선산업·석유화학산업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중점적으로 육성했던 자동차산업·조선산업·석유화학산업으로 울산의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울산의 ‘BIG 3’가 위기를 맞으면 울산의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

위기의 울산 제조업

울산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표-3]의 제조업 업황BSI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11년 이후로 전국 제조업 업황BSI가 급감했고 울산 제조업 업황BSI 역시 급감했다. 심지어 2014년을 기점으로 거의 매년 전국 평균을 하회한다.

BSI(Business Survey Index)는 기업경기실사지수로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심리지표다. 전통적인 경제 통계지표보다 경기변동을 민감하고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음을 의미하고 100보다 높으면 경기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울산에 있는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의 기업경기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의 울산 제조업 현황이 나빠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BSI 지수뿐만 아니라 다른 지표들도 울산 제조업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울산 경제 역시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표-4]는 통계청이 만든 ‘2015년 기준 경제총조사 결과로 본 지역별 사업체 현황 및 특성’에서 울산 지역 경제 수치와 울산 제조업 현황의 대표적 수치들을 추려낸 것이다.

울산은 2015년 기준 4억 4,400만 원으로 1인당 노동생산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2010년 대비 1인당 노동생산성 감소 액수를 따져보면 6,780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이 울산이다. 통계청은 원인으로 제조업 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파악한다. 울산은 영업이익률도 2010년 대비 2015년 4.0%p 하락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영업이익률 감소폭이 큰 지역이다. 실질 액수로 환산하면 7조 3,000억 원 가량 줄었다. 제조업 영업이익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데, 2010년과 2015년 울산 영업이익에서 같은 해 울산 제조업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85%, 75%로 매우 큰 비중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영업이익이 증감함에 따라 울산 영업이익도 증감한다는 의미다.

출처 :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2019년 3월) 및 울산지역경제보고서
[표-3] 제조업 업황BSI 추이
출처 :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2019년 3월) 및 울산지역경제보고서

울산 제조업 위기가
울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울산 제조업 위기와 울산 경제 약화가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울산의 경제 수치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울산 경제 위상은 과거보다 위축됐다.

단적으로, 2011년 울산은 수출 천억 불을 넘기는 단일 도시였는데 2018년에는 700억 불로 급감했다. 그에 따라 울산상공회의소는 지금의 울산 경제 분위기와 2011년 당시 분위기가 다르다고 본다.

울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울산 지역 제조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과 제조업과 관련한 전후방 사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졌고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역 백화점·대형마트 소매판매액이 10.5%나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도 하락하고 있고 원룸과 오피스텔의 경우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고용사정은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2만 4,300명 감소, 그 중 제조업은 1만 700명 감소)하고 실업률이 상승(5.4%로 전년 동기 대비 1.9%p 상승)하며 고용률이 하락(57.5%로 2.1%p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울산 경제에 울산 제조업이 차지하는 파이가 큰 만큼 울산 제조업이 악화될수록 울산 경제도 악화되며 울산 시민들의 삶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울산에 닥친 지금의 제조업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침체된 울산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관건이자 울산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