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선언에도 평행선 달리는 우체국 노사
총파업 선언에도 평행선 달리는 우체국 노사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15 07:37
  • 수정 2019.06.18 18: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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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지키라는 집배원... 우본은 "수당 등 무리한 요구"
교섭태도·안건에 노사 입장 차 커
ⓒ전국우정노동조합
지난해 10월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가 함께 꾸린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추진단'은 집배원들의 중노동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 전국우정노동조합

과도한 업무량에 총파업을 경고한 우체국 집배원들과 수천억대 적자에 시달리는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강성주, 이하 우본)의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집배원들은 지난해 약속한 두 가지 합의, ‘인력증원’과 ‘주5일제(집배원 토요 근무 폐지)’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고, 우본은 이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본은 지난해 5월 2일 긴급노사협의회에서 올해 7월까지 토요일 배달을 폐지해 주5일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노사정이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의 권고를 받아들여 올해 집배 공무원 1,000명을 증원 또는 비정규직 집배원 1,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노사합의 사항이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이동호, 이하 우정노조)의 설명이다. 우본은 최근 적자 재정을 근거로 합의 이행을 미루고 있다.

노사는 지난 4월부터 7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정노조는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4일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달 9일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앞선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우정노조는 “단체교섭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불성실하게 제공하고, 예산이 소요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는 등 우본이 협의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교섭이 진전될 여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정 종료일은 이달 26일이다.

하지만 같은 날 우본은 “거듭된 설명에도 노동조합이 무리하게 각종 수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교섭이 결렬 된 이유를 다르게 설명했다. 우본은  “노조가 집배·발착 보로금 인상, 각종 수당 지급 등 관계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요구했다”며 “자체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 노조에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협의했지만 같은 요구를 반복해 교섭이 결렬 됐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요구한 인력증원에 대해선 “우편물량의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올해 재정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며 “당장 인력을 늘리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지난 3년간 집배인력 1,700명을 증원하고 올해엔 상시계약집배원 등 3,000명을 공무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것이 우본의 설명이다.

토요일 배달 폐지 요구엔 “해외에서도 대부분 국가가 토요일 배달을 실시하고 있다”며 “보편적 서비스인 토요배달 중지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우본은 “지난해 노사정이 함께한 ‘집배원노동 개선 기획추진단’에서 지역별·개인별 집배업무량 편차 해소를 위한 집배인력의 재배치를 권고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시행이 안 됐다”고 노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우본의 주장에 대해 우정노조는 “무책임한 언론플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영섭 우정노조 정책기획본부장은 “노조가 노조로서 임금협상 실무교섭 때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교섭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수당’을 요구해서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본은 현재 모든 예산을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쓰게끔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인력증원과 토요일 배달 폐지에 관한 우본의 주장도 반박했다. 이영섭 정책기획본부장은 “우본은 비정규직 집배원도 ‘집배원’으로 본다. 우본이 늘린 집배인력 중에 정규직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시집배원 3,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적자가 나서 노사정 추진단의 권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냐”며 강한 의구심 드러냈다. 또한 ‘전환’으로 집배인력이 느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영섭 정책기획본부장은 “우본의 주장처럼 집배원 인력이 증원됐다면 노동조합이 왜 파업에 나서겠냐.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토요일 배달 폐지에 대해선 “우체국은 토요일에 택배만 취급한다”며 “이미 민간시장에는 토요일 배달을 대신할 택배 업체들이 많다. 전체 택배 시장에서 우체국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8%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의 입장에선 더 이상 토요일에 우체국 택배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면 꺼려질 것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노동자 입장에선 대개의 공무원들도 주5일을 근무하는데도 집배원만 토요일에 배달하라고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집배원 인력 증원과 주5일제 시행은 우본이 이미 지난해 노조와 합의한 사항”이라며 “합의는 지키라고 있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보도자료를 낸 것은 조합원들을 더 화나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 우체국 집배원 2,600여 명이 7일 오후 서울 정부 청사 앞에 모여 '인력 증원'과 '토요집배 폐지',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주장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 참여와혁신
서울 지역 우체국 집배원 2,600여 명이 7일 오후 서울 정부 청사 앞에 모여 '인력 증원'과 '토요집배 폐지',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주장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 참여와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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