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들 "죽지 않고 일하게 해주세요" 국민청원
집배원들 "죽지 않고 일하게 해주세요" 국민청원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6.29 11:06
  • 수정 2019.07.01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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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집배원 9명 과로사 추정
우정노조 다음달 9일 총파업 예고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우체국 집배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이동호, 이하 우정노조)은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노동 과로로 죽어가는 집배원을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우정노조는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2,052시간) 보다 693시간 더 일한다"며 "통상우편물(종이물 우편물)은 해마다 줄고 있지만 1인 가구 급증, 신도시 증가, 온라인 쇼핑 등으로 부피가 큰 소포와 택배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집배원들의 노동 강도가 더욱 세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정해진 시간 내 배달을 마치려면 법으로 보장된 휴게, 휴식시간은 꿈도 못 꾸고 끼니도 거르며 쉴 틈 없이 뛰어다녀야 한다”면서 “집배원의 산업재해율이 소방관보다 높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우정노조는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 해왔지만, 삶에는 '죽음의 그림자'만 더욱 깊게 드리워졌다”며 “올해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9명의 집배원이 과로와 돌연사로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났다. 집배원들은 동료의 잇따른 죽음을 보면서 ‘다음은 내 차레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 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와 정부는 여전히 집배원들의 간절한 외침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는 것이 집배원들의 주장이다.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집배원의 인력 증원과 완전한 주5일제(토요집배 폐지) 노사합의 사항을 휴지조각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서도 집배원 과로사 근절을 위해 정규 집배원 2,00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정노동자들은 보편적서비스뿐만 아니라 수익사업에도 뛰어들어 (우정사업본부의) 손실을 보존하고 2조 8,000억 원을 일반회계로 지원하는 등 국가 재정에 기여”하고 있고 “지난해 정부가 라돈 침대 수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 주말도 반납하고 라돈 침대를 수거했다. 이밖에도 산불 예방, 어르신 돌봄 서비스 등 지역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사업에서 난 수익금을 일반회계로의 전출 없이 우정사업본부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노조의 요구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 기관이지만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 수입으로 운영돼왔다.

우정노조는 “더 이상 동료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부득이 7월 9일부터 우정사업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국민여러분이 집배원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지난 24일 조합원 94.35%(27,184명)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해,  92.87%(25,245명)가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우정사업본부는 적자를 근거로 당장 인력 증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에는 두 안건 모두에 이행의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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