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괴롭히는' 서울의료원 변화 위해 “경영진 교체 우선돼야”
'사람 괴롭히는' 서울의료원 변화 위해 “경영진 교체 우선돼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10.28 18:51
  • 수정 2019.10.29 2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서지윤 간호사’ … 근본적 해결 위해 ‘구조적 폭력’ 개선돼야
박원순 서울시장 약속한 “3개월”, 한 달 앞으로 다가와
10월 28일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열린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10월 28일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열린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서울의료원 이번에는 바뀔 수 있나요?”

지난 1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사망한 고 서지윤 간호사의 동료가 진상대책위 위원에게 물은 질문이다. 시민대책위는 확답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해결을 위해서는 직장문화를 좌우하는 경영진 교체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10월 28일 2시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9월 6일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조사대책위원회(이하 진상대책위)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의 원인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중대사건으로 규정하고 9개 분야 34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발표에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9월 2일 서면 보고에서 ‘진상대책위 권고안 100% 수용’과 ‘3개월 내 구체적 이행 계획 수립’을 약속했다. 

시민대책위는 서울의료원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서울의료원 경영진 교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서 간호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서울의료원 전체 노동자가 공동으로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진단 때문이다.

진상대책위에 참여하기도 했던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원인이나 행위 양상에 따라 ▲제도적 괴롭힘(경영방침) ▲직업적 괴롭힘(구조조정) ▲개인적 괴롭힘(개인 간 괴롭힘)으로 구분하며, “고인이 겪은 괴롭힘은 서울의료원 경영진과 관리자들이 직원들의 권리와 안정을 무시한 채 외형적 성장과 성과만을 추구해 온 것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다룰 수 있는 개인적 괴롭힘을 넘어서 경영방침 등 구조적 괴롭힘 때문에 서 간호사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명숙 활동가는 “병원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교체되지 않으면 인적 지배력이 강한 병원의 특성상 괴롭힘은 다른 형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진상대책위는 병원 경영진 교체 등을 비롯한 권고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시민대책위는 "서울의료원이 김민기 원장의 개인병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민기 서울의료원 원장은 지난 2011년부터 3차례 연속으로 연임해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경화 한림대 간호학 교수는 “2019년 진료과별 병동제, 입원전담전문의제 도입 등 정책 추진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미흡해 환자와 현장의 간호사가 어려움을 겪었다”며, “2017년 개소된 당뇨병센터가 1년 만에 난임센터로 다시 공사를 했다. 경영전횡과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실제 김 원장은 서울시 옴부즈만 위원회로부터 난임센터 건립 당시 예산낭비 의혹으로 시민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인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고 서지윤 간호사는 서울의료원에서 5년 간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환자를 위해서 노력한 간호사”라며, “그런 서 간호사가 ‘병원 사람은 조문도 받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길 만큼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유명을 달리 했다. 이 자리는 진상대책위가 낸 권고안을 바탕으로 서울의료원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공공병원으로서 어떻게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가. 묻고 실행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의료원은 "서울시로부터 이행계획 수립 및 제출요청을 일주일 전에 받았다"면서, "3개월이라는 기간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아직 결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