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필요조건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필요조건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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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주52시간 #노동시간단축 #중소기업 #특별연장근로인가사유확대 #위험의외주화 #철도파업 #철도공사

이번 주도 언박싱(unboxing)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언박싱은 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여는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상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11월 3주에도 <참여와혁신>에 다양한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한 주간 올라온 <참여와혁신> 기사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주의 키워드 : 필요조건

어떤 명제가 성립하는 데 필요한 조건. 이주의 키워드인 ‘필요조건(必要條件)’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우리는 어떤 결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 필요조건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한 주간 올라온 목소리들을 모아봤더니 어떤 ‘결과’를 위해서는 이러한 ‘조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모아봤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요구한 ‘필요조건’은 무엇이었을까요?

 

ⓒ 고용노동부 카드뉴스
ⓒ 고용노동부 카드뉴스

[11월 18일] 노동시간 단축 흐름에 정부가 ‘브레이크’

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중소기업에 적용될 주52시간 상한제 보완책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2018년 7월 1일부터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적용될 예정이었죠.

정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추가비용 부담 등으로 단기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니 보완책을 추진하자는 거죠. 이주의 키워드와 연결해보면 정부는 중소기업의 주52시간 상한제 도입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 근로 인가사유 확대 ▲중소기업 구인 지원 등의 보완책을 들고 나온 겁니다.

그런데 정부의 이러한 보완책이 정말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필요조건일까요? 정부의 발표에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민주노총이 52시간제 계도기간 설정의 근거 없음과 부당함에 대해 질릴 정도로 역설해왔지만,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시행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을 핑계로 ‘충분한 유예’ 요구를 수용해버렸다.” - 민주노총

“정부는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발표로 이제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정부가 가져야 할 것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과 안착을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의 의지다.” - 한국노총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매번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여부도 불확실하고 제도의 본질상 예외적, 일시적, 제한적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법으로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할 필요가 있다” - 한국경영자총협회

나아가 한국노총에서는 정부가 “주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할 시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한국노총에게는 노동시간 단축 등을 포함한 정부의 노동개혁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필요조건이었던 셈이죠.

정부의 이 같은 발표로 중소기업에 적용될 주52시간 상한제는 제동이 걸렸습니다. 앞서 정부는 300인 이상 대기업 적용 당시에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죠. 기업 규모별로 적용이 될 때마다 연달아 이어지는 정부의 ‘브레이크’가 우리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11월 18일] 철도노조, 20일 총파업 앞두고 교섭 재개
[11월 19일] 철도노동자, “20일 철도 멈춘다”
[11월 21일] 철도노조 파업, 돌파구가 안 보인다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철도가 멈췄습니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이번 파업은 철도공사 노동자들과 철도공자 자회사 노동자들이 함께 진행하는 사상 첫 동시 파업이기도 합니다.

철도노조와 철도공사는 파업에 돌입하기 전날까지 교섭을 실시했지만 최종 교섭은 결렬됐습니다. 철도노조는 기한을 정해두지 않은 무기한 파업을 하고 있어 철도가 언제 정상화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철도는 ‘시민의 발’이기 때문에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철도가 다시 정상적으로 운행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일까요?

철도노조는 2020년 4조2교대를 앞두고 안전인력 4,600여 명 충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1,865명을 제시하고 있어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2013~2017년까지 산업재해 발생 1위를 차지한 기관으로, 철도노조는 철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함께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철도노조 자회사지부는 생명·안전 업무 분야인 승무와 전기 업무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면 고용불안으로 사용자에게 안전문제를 제기하지 못할뿐더러, 실제 안전 문제 발생 시 적극적 대처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자회사지부의 목소리입니다.

[11월 18일]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 광화문 농성투쟁 돌입

여기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필요조건들이 있습니다. 어디에 있냐고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STX조선 폭발사고 이후 만들어진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 참여 조사위원회’와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구성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정부에 제시한 권고안에 있습니다.

두 조사위원회 모두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지적했으며, 민영화 철회 및 직접고용 정규직화, 다단계 하도급 금지, 현장의 위험요인 개선, 사업장 내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안전보건 체계 마련,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법제도개선 등의 내용을 정부에 제시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일터는 아직 이러한 필요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대책위는 “두 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온 지 각각 1년 6개월, 2개월이 지나도록 이행된 권고안이 하나도 없다”며 정부의 조사위원회 권고사항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 18일부터 농성투쟁에 들어갔습니다.

혹시 눈치 채셨나요? 이 주의 키워드 ‘필요조건’과 관련된 기사에는 안전과 관련한 내용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과로하지 않는 사회, 인력 충원으로 안전한 철도 운행, 위험의 외주화로 죽지 않는 일터 등. 결국 안전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