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제약노조 위원장은 화이자제약 노동자가 아니다?
화이자제약노조 위원장은 화이자제약 노동자가 아니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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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자제약-한국화이자업존 법인 분리 … 2개월 만에 ‘업존’, ‘마일란’과 합병 결정
한국화이자업존 노동자 전직거부권 인정 안 돼 … 노동조합도 분할 염두

지난 2019년 11월 <참여와혁신>은 회사분할에 따른 노동권 침해문제를 다뤘다.(관련기사▶ 기업엔 마법 같은 회사분할제도, 노동조합엔 ‘파괴수단’) 현재 한국의 법은 회사 분할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권 침해를 적절히 다루지 못한다.

특히 외국인 투자 제약기업(이하 외투제약기업) 노동자는 법의 공백에 따른 피해를 크게 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은 신약개발과 더불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주요한 성장 전략으로 삼기 때문이다. <참여와혁신>은 2월 1주를 시작으로 회사분할로 고통 받는 외투제약기업 노동자의 목소리를 연속으로 다룬다. ‘외국계 기업’이라는 선망어린 시선 속에 간과됐던 외투제약기업 노동자들의 고충을 들어본다.

[회사분할의 그늘, 외투제약기업을 보다] ① 한국화이자제약

한국화이자제약 전경. ⓒ 한국화이자제약
한국화이자제약 전경. ⓒ 한국화이자제약

아마 강승욱 한국화이자제약노동조합 위원장이 ‘한국화이자제약의 노동자’라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19년 5월 강승욱 위원장은 ‘한국화이자제약’이 아닌 ‘한국화이자업존’ 노동자가 됐다. 더욱이 올해 여름이 지나면, 강승욱 위원장은 ‘화이자’라는 수식도 없는 비아트리스(Viatris) 노동자가 될 처지에 있다. 모두 강승욱 위원장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다.

하루아침에 바뀐 회사간판

사건의 발단은 글로벌 화이자제약 본사의 ‘법인정비’에서 시작한다. 2018년 12월 글로벌 화이자제약은 기존 3개의 사업부(화이자이노베이티브헬스(Pfizer Innovative Health), 화이자컨슈머헬스(Pfizer Consumer Health), 화이자에센셜헬스(Pfizer Essential Health)) 중에서 특허만료가 된 의약품(복제약)을 다루는 화이자에센셜헬스 사업부를 ‘화이자업존’으로 법인분리했다.

본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2019년 5월 한국화이자제약도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화이자업존으로 법인 분리를 단행했다. 그런데 2019년 7월, 글로벌 화이자제약은 화이자업존과 복제약을 전문으로 다루는 마일란의 합병 소식을 알렸다. 합병 기업의 이름을 ‘비아트리스(Viatris)’로 하고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법인 분리 이후 2개월 만에 합병소식이 들리자 한국화이자제약 노동자, 특히 한국화이자업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한국화이자제약에서 한국화이자업존으로 부서이동은 가능했지만,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했다. 또한, 합병으로 탄생한 비아트리스는 2023년까지 비용절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아트리스의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직을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비아트리스 한국지사의 출범은 올해 6월로 예상되고 있다.

강승욱 위원장은 “회사에 배신감이 크다. 여러 회사의 노동조건이나 고용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입사를 한다. 화이자제약에 입사한 사람을 다른 회사로 보내는 격이다. 회사가 근로계약을 어기는 것”이라며, “특히 새로운 회사가 탄생한다고 해도 고용 안정성은 담보된 게 없다. 실제로 비아트리스는 2023년까지 10억 달러 규모의 비용절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회사 노동조건이 승계된다고 해도 고용보장이 안 된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쪼개지니 노동조합도 쪼개져

노동자 개인이 동의하지 않은 전직이 강행된다는 문제점뿐만 아니라, 회사의 분할은 노동조합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난 5월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화이자업존이 분리되면서 한국화이자제약노동조합은 교섭라인이 두 개로 쪼개지는 상황에 봉착했다. 기업별로 교섭하기 때문이다.

한국화이자제약노조는 ‘공동 교섭’으로 교섭 분리에 대응했다. 하지만, 비아트리스 출범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기 때문에 노동조합 분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노동조합이 분리되면 조합원 규모가 감소할뿐더러, 노동조합 전임자 문제 등 단체협약으로 결정된 사항을 재조정해야 한다.

강승욱 위원장은 “화이자제약이 비아트리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아트리스가 출범하면 완벽히 다른 회사로 분류된다”며, “이 경우 사전에 공동교섭을 준비하는 건 의미가 없다. 노동조합 분할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은 회사와 별개 단체이기 때문에 회사분할에 맞춰 노동조합도 분할하지 않아도 되기는 한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된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나누지 않고 운영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비아트리스 대표자를 두고 화이자제약 대표자에게 교섭을 요구한다고 했을 때 과연 화이자제약의 경영진들이 인정하겠나. 결국 회사가 법인을 분할하면, 노동조합도 조직분할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적 운영 = 효율적 정리?

문제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빈번하게 회사 분할과 매각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은 2019년 8월에도 화이자 제약의 컨슈머헬스케어(Pfizer Consumer Health care) 사업부를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컨슈머헬스케어 코리아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오는 2월 24일부로 한국화이자제약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컨슈머헬스케어 코리아로 회사가 바뀌게 된다. 2018년 12월 글로벌 화이자제약과 글락소리미스클라인이 감기약 등 일반 의약품 부분 통합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한국화이자제약 홈페이지에 게제된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컨슈머헬스케어코리아 주식회사의 합병소식.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인수합병의 용이성을 위해 사업부를 ‘사고팔기’ 좋게 편성해뒀다. 이른바 ‘비즈니스 유닛(Business Unit)’ 전략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이 비즈니스 유닛 단위로 사업부가 재편된 건 지난 2009년이다. 비즈니스 유닛 전략은 최고경영자 1인에 의해 주요 결정이 내려지는 방식이 아니다. 특정 단위의 사업부의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해 시장의 요구에 민감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강승욱 위원장은 “각 제품이나 질환별로 사업부를 나눈다면 경영의 효율성 이룰 수 있다”면서, “하지만 경영의 효율적 운영 이면에는 노동자의 효율적 정리도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쉽게 뺐다 끼울 수 있다고 하는 의미에서 모듈화(modulize) 시킨다고 표현 한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외투제약기업 노동자

외투제약기업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글로벌 제약기업 방침에 맞서 적절히 대응하기란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글로벌 본사의 방침을 한국지사가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화이자제약만 두고 봤을 때, 한국화이자업존을 분리하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 아니었다. 한국화이자제약 전체 매출의 약 50%를 한국화이자업존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시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복제약을 담당하는 화이자업존의 비중은 미미하다. 한국화이자제약은 글로벌의 결정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특성은 노동조합과 교섭 장면에서 그대로 반복된다. 노동조합이 제기한 문제를 한국지사장이 해결할 실질적인 능력이 없는 것이다.

강승욱 위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합병 이후 교섭을 어떻게 할 건지 논의하자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화이자제약은 글로벌에서 정해진 것 없으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라며, “국내 기업은 책임질 수 있는 경영인 상주하고 피드백도 빠른 편이다. 그러나 외투기업은 모두 글로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연되는 것도 예삿일이다. 노동조합으로서는 애가 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