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노사 교섭, 왜 안 풀리나?
르노삼성차 노사 교섭, 왜 안 풀리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4.01 18:20
  • 수정 2020.04.01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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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해 넘긴 르노삼성차 교섭 … 노조, ‘회사의 노조 힘 빼기’ 비판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의 교섭이 두 차례 연속으로 해를 넘겼다. 교섭이 거듭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 비난하는 것과 같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 때문일까. 하지만 노조도 기본급 동결을 수용했다. 또한, 회사가 제시한 거액의 일시금도 거부했다. 노조는 교섭에서 ‘노동자 간 차별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교섭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회사의 ‘노조 힘빼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급 인상도 일시금도 아닌
직군별 차별 해소 주장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교섭의 최대 관건은 ‘기본급 인상’이다.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2019년 임금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금 인상을 요구한 반면, 르노자동차는 일시금 지급을 주장했다.

2018년 교섭은 회사의 승리였다.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동결 보상금 100만 원, 성과급 976만 원 지급 등으로 마무리했다. 2019년 교섭의 양상도 동일했다. 기본급 인상과 동결 사이에서 노사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3월 24일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를 철회했다. 이에 회사는 기본급 동결 대신 일시금 850만 원 지급과 월 고정수당 10만 원 지급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일시금을 거부했다. 대신 ▲영업직군 차별 해소 ▲직무수당 인상 ▲노사 교섭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직무 수당 인상과 영업직군 차별 해소는 모두 큰 틀에서 노동자 간 차별 해소에 방점을 뒀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크게 현장직군, 연구직군(P직군), 영업직군(S직군)으로 나뉜다. 여기서 현장직군과 연구직군의 임금 테이블은 동일하다. 하지만, 영업직군의 임금테이블은 타 직군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이다. 노조는 이를 ‘차별’이라고 보고 영업직군의 임금테이블을 타 직군과 동일하게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마찬가지로 직무수당 인상은 ‘노동 강도에 따른 임금 차등’을 현실화하라는 것이다. 노조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 노동 강도의 격차로 인해 노노 갈등이 일어나고 현장 노동자는 심신이 훼손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직의 특성상 생산 라인마다 노동 강도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현재 수당 지급 방식은 이를 적절히 변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노조의 요구는 노동자 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직군에 상관없이 동일한 임금 테이블을 가져가되, 직무수당의 차등을 둬서 개별 노동자의 노동 강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

교섭대표노조 ‘패싱’말라

노조가 ‘노사 교섭대표 공동 사퇴’를 주장한 배경에는 르노삼성자동차의 ‘교섭대표노조 패싱’ 논란이 있다.

현재 르노삼성자동차 안에는 총 6개의 노동조합 및 노사협의기구가 있다. 먼저 기업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이 있다. 총 직원 3,700여 명 중 2,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소속돼 있다. 그리고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새미래노동조합(3노조), 영업서비스노동조합(4노조)이 있다.

여기서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과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는 뜻을 같이 한다.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의 현 집행부인 박종규 위원장은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으로 내세워 2018년 말 당선됐고, 3월 9일에는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위한 총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도로 30인 이상 사업장에 구성해야 하는 노사협의회인 르노삼성자동차 ‘사원대표위원회’가 있다. 사원대표위원회는 연구소사원대표위원회, 영업사원대표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주로 조합원이 아닌 직원과 노동조합 가입 대상이 아닌 관리직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노조는 “지난 3월 24일 본사/영업부문사원대표위원회는 사측에 공문을 통해 대표노조(르노삼성노동조합)의 교섭이 끝나지 않기에 현재까지 사측이 제시한 일시금을 선지급이 될 수 있도록 촉구했다”며, “2019년 협상이 지연됨에 따라 사측은 사원들에게 개인동의를 받아 사측 제시안에 대해 금전적인 부분은 선지급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노조와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사협의회에 선지급 한다면 노노갈등과 노조 파괴의 새 역사를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카한일유압 사태’ 되풀이?

또한, 사측 교섭대표의 이력도 노조의 우려를 샀다. 현재 회사의 교섭대표를 맡고 있는 윤 모 인사본부장은 2019년 5월 8일부로 신임 인사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윤 본부장은 2009년 파카한일유압 사태 당시 인사실장으로 근무했다. 파카한일유압 사태는 2009년 금속노조 파카한일유합분회 소속 조합원 32명을 정리 해고한 사건이다.(▶관련기사 : 참여와혁신 2009년 11월 10일자 '파카한일유압 사건 그 이후…')

ⓒ 파카한일유압분회

주재정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노사는 그 어떤 답도 찾을 수 없는 냉각기를 가지고 있다. 사측은 일방적으로 교섭을 거부하고, 교섭대표 사퇴는 인사권이라고 주장한다. 진전이 없다”면서, “사원대표위원회는 현재까지 협상결과물인 사측 제시안에서 일시금 부분을 선 지급 해줄 것을 공문을 통해 요청했다. 대표노조를 무시하고 사측이 개별동의 순서를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르노삼성자동차 홍보팀은 “노조의 요구안은 여태까지 교섭에서 다뤄온 사안이 아니어서 회사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인사본부장 교섭대표 사퇴에 대해서는 회사가 답변을 해드릴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번주는 교섭 일정이 따로 잡혀있지 않다. 향후 일정도 미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