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03 19:19
  • 수정 2021.02.03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노삼성차 2020년 교섭의 화두는 ‘고용안정’과 ‘기본급 인상’
​​​​​​​‘르놀루션’ 이후 전 직원 희망퇴직 … 구조조정 불안감 엄습한 현장
ⓒ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
ⓒ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위원장 박종규)은 ‘르놀루션’ 발표에 따라 현장에 엄습한 고용불안을 교섭을 통해서 해소하려고 한다.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은 2월 2일 밤 11시 경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투쟁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재적 2,165명 중 1,931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1,245명(재적 대비 57.5%)의 조합원이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복수노조 사업장으로 설립된 순서에 따라 1노조인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조합원 수 42명), 2노조인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1,969명, 교섭대표노조), 3노조인 새미래(113명), 4노조인 영업서비스노동조합(41명)이 있다.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4개 노조 모두를 대상으로 했으나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를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료 =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
자료 =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지난해 7월 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0년 교섭에 들어갔다. 하지만 6차례 실무교섭에도 노사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조정을 신청했고,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이후 교섭은 르노삼성자동차노조의 제5대 임원 선거 일정으로 한동안 휴지기를 가졌다. 임원 선거가 마무리된 후 1월 7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제2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본래 르노삼성자동차노조는 7일부터 1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르노삼성자동차의 교섭 응낙에 노사는 ‘설 연휴(2월 14일) 전 타결’을 목표로 교섭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섭 재개에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쟁점은 기본급 인상과 고용불안 해소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앞선 2018년과 2019년 교섭에서도 기본급 인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갔으나 결국 사측의 승리로 끝났다. 기본급 인상 대신 일시금 지급으로 합의를 봤다. 르노삼성자동차노조는 이번 교섭에서만큼은 기본급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르노삼성자동차
ⓒ 르노삼성자동차

고용불안은 더욱 예민한 문제다. 르노삼성차는 일산 직영서비스사업소를 1월 19일자로 매각했다. 르노삼성자동차노조는 이를 영업소 하나의 매각으로 보지 않고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르노삼성자동차노조의 우려는 ‘르놀루션(Renaulution)’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르노그룹은 1월 14일 새 경영 전략인 ‘르놀루션’을 발표한 바 있다. 르놀루션은 소생-혁신-변혁 3단계로 나눠진다. 2023년까지 수익성 개선과 현금 창출에 집중하고(소생), 2025년까지 새 제품군을 구축하며(혁신), 2025년부터 테크, 에너지, 모빌리티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변혁)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르노그룹이 제시한 경영목표는 ▲2023년까지 그룹 영업이익률 3% 이상 달성 ▲R&D와 설비 투자 비용을 수익의 약 8%로 절감 ▲2025년까지 그룹 영업이익률 최소 5% 달성 ▲2019년 대비 최소 15%p 이상 투자 자본 대비 수익률(ROCE) 개선 등이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르노삼성자동차는 2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기간은 2월 28일까지로 2012년 8월 이후 약 8년 만의 대규모 인원조정이다. 르노삼성자동차노조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르노그룹의 경영전략이) 인력구조조정(희망퇴직)으로 수익성을 좋게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신차 없이 인력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좋게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5~2019년 르노삼성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6%로 그룹이 제시한 2023년 목표치의 두 배이고, 2025년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준수한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에 구조조정은 불필요하며, 신차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차배정은 안갯속이다. 14일 르놀루션 발표 직후 루카 드 메오(Luca de Meo) 최고경영자(CEO)는 르노그룹 직장협의회(Work Council) 구성원을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여기서 박종규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위원장은 “한국시장에 SM6, QM6 후속물량이 아직 나오지 않아 시장의 요구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르노삼성차에 대한 신차배정 여부를 질문했다.

이에 루카 드 메오 CEO는 “차종 교체 계획에 대해서는 3~4개 정도의 모델이 교체 모델로서 흥미로울 것이라 본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생산할지는 모르겠다. 경쟁력이 중요하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쟁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쟁의돌입 시점은 다음주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찬반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2개 노조(새미래, 영업서비스노동조합)의 의사를 이번주까지 기다리겠다는 게 르노삼성자동차노조의 입장이다.

이동헌 르노삼성자동차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조는 실력행사를 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협약을 체결하려 노력해왔다. 1월 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회사가 교섭에 응하겠다고 하면서 일정까지 연기하면서 참여했다. 그러나 회사는 2020년 임단협인데도 제시안조차 내지 않고 있다”면서, “또한 교섭 도중에 전사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일산영업소 매각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방어적인 수단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르노삼성차 노사의 제5차 본교섭은 4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