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자동차산업… 광주형 일자리 지속가능할까?
변화하는 자동차산업… 광주형 일자리 지속가능할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20.06.22 09:52
  • 수정 2020.06.2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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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확산·내연기관차 규제 강화
GGM은 어떻게 지속가능성 확보할까

커버스토리 ➌ 광주형 일자리와 자동차산업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경 © 참여와혁신 DB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경 © 참여와혁신 DB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광주형 일자리가 적용된 모델기업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광주형 일자리는 처음 제기될 때부터 혁신적인 자동차 공장을 염두에 둔 모델이었다. 광주는 산업적 기반이 취약한 도시지만,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 공장을 설립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시도는 자연스러운 접근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추진한 광(光)산업처럼 생소한 산업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산업생태계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공장, 100만 대 생산도시 공약에서 시작

광주형 일자리와는 별개로 광주를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2012년 대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선에서 광주를 방문한 박근혜 후보는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광주가 경제적으로 낙후됐다고 느끼는 광주시민에게 이 공약은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당시 광주지역경제에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규 자동차 공장 설립이 필요했다. 주요부품을 광주가 아닌 외부에서 조달하는데도 자동차산업이 지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신규 공장 설립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당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62만 대였는데, 100만 대를 생산하려면 약 40만 대 규모의 신규 자동차 공장을 설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완성차 공장이 새로 설립되면 여기에 납품할 부품업체를 포함해 다양한 기업들이 따라서 들어올 것으로 기대됐다. 이는 광주지역의 인재들이 역외로 나가지 않고도 취업할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구축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 때의 말잔치로 끝나는가 싶었던 신규 자동차 공장 설립이 다시 이슈로 등장한 게 2014년 지방선거 때였다. 당시 시장 선거에 출마한 윤장현 후보가 혁신적인 자동차 공장 설립을 염두에 둔 광주형 일자리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2012년 대선 때와 달라진 점은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라는 하드웨어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려는 시도였다. 대선에서 제기된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공약은 자동차 생산대수와 그에 따른 일자리 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반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그런 일자리 수도 중요하지만 새로 창출될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여야 하는지를 더욱 중요한 요소로 간주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지향하는 혁신적인 일자리 모델은 4대 의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산업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기본급보다 각종 수당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임금체계의 모순이나 그로 인한 장시간노동의 문제가 쉽게 드러난다. 게다가 의사결정은 물론 작업과정에서 노동배제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고, 이는 격렬한 노사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또 완성차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계열화에 따라 원·하청 간에는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존재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론 신규 자동차 공장을 염두에 두고 제기된 것이기는 하지만, 단지 자동차 공장뿐만 아니라 어떤 일자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자리 모델이라는 의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공장 설립을 광주형 일자리의 모든 것이라고 동일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자동차산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한 논의가 자동차 공장 설립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자동차산업의 변화 양상을 먼저 살핀다.

현재 자동차산업은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공유자동차가 그것이다.

우선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을 만큼 진전된 상황이다. 엔진을 가동해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차는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각종 배출가스를 내뿜는다. 이 같은 배출가스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세계 각국은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이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의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는 단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친환경차다. 친환경차는 크게 두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가 그것이다. 내연기관차가 엔진을 통해 동력을 얻어 바퀴를 굴리는 데 비해 전기차와 수소차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만 전기를 얻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전기차는 기존의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사용하는 반면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을 통해 생성한 전기를 연료전지에 저장해 사용한다.

전기 생산에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주장이나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친환경차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어쨌든 동력원을 기준으로 보면 자동차산업은 전기차와 수소차를 앞세운 친환경차로 전환되고 있다. 이 추세는 갈수록 강화돼 2050년이 되면 유럽에서는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다른 한편으로 운전자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전이 가능한 자율주행차로의 전환도 진전되고 있다. 자율주행 정도에 따라 단계가 구분되기는 하지만, 자율주행의 요소가 기존의 자동차에도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크루즈컨트롤이나 차선이탈방지 등의 요소는 시판되고 있는 자동차에 이미 적용돼 있다.

공유자동차로의 전환 역시 각종 차량공유 서비스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쏘카, 그린카 등의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자동차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이동수단이라는 개념에 충실하도록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는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친환경차는 단순한 동력원의 변화가 아니라 자동차가 구동되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자동차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차체라는 뼈대를 공통으로 가지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차에서는 동력을 만드는 엔진과 이를 바퀴에 전달하는 변속기 등이 핵심부품이었다면, 친환경차에서는 전기를 저장하기 위한 배터리와 바퀴를 굴리는 모터가 핵심부품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되면서 엔진, 변속기 등을 생산하던 공정은 점점 더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배터리와 모터는 자동차 기업이 아닌 외부의 전문기업에서 공급받는 형태로 공급체계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자동차산업에서 생산하는 부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자동차산업의 일자리 축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로의 전환 역시 기존의 자동차에 사용되던 부품과는 전혀 다르게 센서, 통신, 전자제어시스템 등 전장부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인공지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자율주행차에도 이 같은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자동차 기업이 생산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 해당된다.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일자리가 늘기보다는 다른 산업과의 융합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는 의미다.

공유자동차로의 전환은 자동차에 대한 수요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면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자동차 기업에게는 판매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는 더욱 축소되는 방향으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대비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광주형 일자리 비판과 한국노총의 반박

이 같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도 직접 관련된다. 광주형 일자리를 비판하는 이들의 주요 비판지점 중 하나가 이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그리고 현대·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 5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의 철회와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들이 철회 및 재검토 주장의 논거로 제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미 세계 자동차 시장은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된다. 전기차, 수소차 등의 미래차 전환, 자율주행, 차량공유제, 서비스로서의 차량운송 등 자동차산업의 전환기가 시작되었다고 이야기된다. 수십 년 만에 완성차공장을 세우는 것이라면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전환기 대응에 대한 진지한 모색의 기반 위에서 진행되었어야 했다.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요구만큼, 우리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산업을 지켜내고 강화하기 위한 산업정책적 검토가 선행되었어야 했다. 완성차 모델 하나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데 걸리는 수년의 시간도 임기 내에 일자리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앞에는 무시되어도 좋을 만큼 가볍지 않다.

그뿐인가?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한다는 경차의 국내 시장은 2012년 20만대에서 이제 절반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저유가와 미래차 전환의 국면 속에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것이라는 산업정책적 분석은 흔치 않다. 이제 쪼그라든 경차 시장을 놓고 기존의 경차 제조 공장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고, 결국 광주글로벌모터스의 경차는 다른 지역 경차 공장의 수요를 빼앗아 와야만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제 살 깎기 경차 시장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가 광주형 일자리의 성패를 가늠한다. 이것이 상생이고 나눔인가?”

요컨대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대에 산업정책적 검토 없이 자동차 공장만 설립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하기로 결정된 경형 SUV 역시 수요가 줄어든 만큼, GGM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내의 다른 경차 생산 공장과 제 살 깎기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기아자동차지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6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작심하고 반박했다. “산업이 포화상태인데 대기업노조는 사업주에게 투자는 왜 더하라고 하는 것이며, 특근을 요구하고 생산을 늘리려 하며 인력 채용까지 요구하느냐”며 “경쟁력을 따지면서 생산성 향상에 반대하는 것은 무엇이며, 경쟁력은 누가 보더라도 대기업보다 훨씬 혁신적인 광주형 일자리에 있는데 왜 반대하는 것이냐”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복차종과 풍선효과는 기아차에서 셀토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왜 동급인 베뉴를 현대차에서 생산하느냐고 따질 때에 맞는 말”이라며 “이러한 주장은 대기업노조가 아니라 굳이 따지자면 모닝과 레이를 생산하고 있는 동희오토노조에서 해야 할 말”이라고 반박한다.

또 “대기업 노동조합 간부들이 노사 간 상호부담을 피하기 위한 전술로서 광주형 일자리를 폄하하고 비난하는 얄팍한 이권야합은 한 번이면 족하다”며 “임금인상에 자신이 없는 대기업 노동조합 집행부가 광주형 일자리 위기론을 들먹이며 조합원의 관심을 광주형 일자리에 쏠리게 하고, 슬그머니 ‘만 원짜리 단체교섭’을 했던 작년 상황을 반복하려는 수작을 대기업노조 조합원들도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들의 교섭 실패를 광주형 일자리 때리기로 무마하려 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이어 “일부 기득권 대기업노조의 하후상박 정책으로 예년과 비교해 임금인상이 적게 된 노동자는 있지만, 임금인상 폭이 더 커진 노동자는 없다”면서 “하후상박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대기업 노사의 담합정책이 아니라, 이익이 많이 발생한 대기업은 임금을 더 많이 올려서 일정액을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대기금으로 내놓는 것이 진정한 하후상박이고 연대”라고 충고한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민주노총 등의 비판과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 반박을 어떻게 볼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산업정책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민주노총 등의 지적은 경청해야만 할 부분이다. 이는 지속가능성과 밀접히 연관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차 수요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새로 설립되는 GGM에서 생산하는 모델이 내연기관차라는 점도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진다. 대다수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친환경차의 확산과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 강화의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내연기관차, 그것도 경차(경형 SUV)를 생산하는 GGM이 과연 어떻게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