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병원장은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하라!”
“보라매병원장은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하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6.18 18:51
  • 수정 2020.08.04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9월 ‘정규직 전환’ 서울대병원 노사 합의 … 본원, 강남센터 11월 1일 전환 완료
보라매병원은 아직도 미전환 ... 병원, 장례식, 콜센터 노동자 전환 ‘불가' 방침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진행한 18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앞에서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 이행 촉구 의료연대본부 결의대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립병원이다. 지난해 9월 서울대병원 노사는 보라매병원을 포함해 서울대병원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를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보라매병원에서는 여전히 정규직 전환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8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앞에서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 이행 촉구 의료연대본부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정규직 전환 합의했지만
보라매병원에서는 9개월째 ‘무소식’

서울대병원 노사는 2019년 9월 3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800여 명의 서울대병원 및 보라매병원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이 확정됐다.

당시 합의문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은 두 차례에 나누어 진행되기로 했다. 1차적으로 2019년 11월 1일자로 서울대병원이 직접 운영하는 서울대병원 본원 및 강남센터의 간접고용 노동자 614명을 정규직 전환한다고 계획했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 간접고용노동자 247명의 정규직 전환 일자는 당시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보라매병원 특성상 서울시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보라매병원의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시는 "서울대병원 노사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 의견에도 보라매병원 노사는 정규직 전환 규모를 두고 갈등을 보였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정규직 전환 규모를 247명으로 알렸고, 보라매병원은 212명을 주장했다. 35명의 차이는 진료예약센터(콜센터) 업무(27명)와 장례지도사 업무(8명)다.

정규직 전환규모를 두고 수개월째 실랑이가 이어지자 서울대병원분회는 1월 23일 보라매병원 로비농성을 진행했다. 또한 5월 25일부터는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장례지도사, 콜센터는 왜 정규직 안 되나?

보라매병원은 장례지도사 업무의 경우 '고도의 기술업무'라는 이유로, 콜센터는 '향후 자동화'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해당 직군의 정규직화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연대본부는 보라매병원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상 간접고용일지라도 ‘민간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경우는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이지케어택(의료정보시스템 개발 및 판매) ▲인피니트 케어 헬스(의료영상저장전송 시스템의 개발 및 판매) ▲후지테크 및 오티스(승강기 유지보수) 등이 간접고용이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의료연대본부는 장례지도사 업무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업무처럼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진경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지부장은 “보라매병원에서 장례지도사 업무를 오랫동안 제니엘이라는 업체에서 맡았고, 최근에는 캡스로 바뀌었다”면서, “두 업체 모두 전문성이 있다기보다는 인력파견업체에 가깝다. 유사 병원사업장인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장례지도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또한, 진료예약센터 업무는 서울대병원 본원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다. 동일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고용형태가 다른 것이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2년 동안 죽을 힘 다해서 작년 9월 3일 보라매병원 및 서울대병원의 용역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병원장이 자기의 직인을 찍었다”면서, “김병관 보라매병원 병원장이 얼마 전 3선에 성공했다. 김병관 병원장을 또다시 추천한 김연수 병원장과 이를 묵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연대 책임이 있다. 오늘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대회 이후 집회 참가자의 병원 출입을 저지하면서 노조, 경찰, 보라매병원 간의 실랑이가 2시간 가량 이어졌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집회 이후 병원 출입 막아

한편 이날 결의대회 이후 병원에 출입하려는 노조 간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공공의료 훼손 노사합의 위반 김병관 OUT!’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할 것이라 사전에 알렸다. 코로나19를 의식해 소수의 노조 간부들로만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보라매병원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병원 출입을 저지했다. 이후 2시간 30분가량 경찰과 보라매병원, 노동조합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현장에 자리한 박재준 보라매병원 복지팀장은 “너무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들어올 경우 감염 우려가 크다”며 집회 참가자의 출입 저지 이유를 밝혔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이런 일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파업기간 때도 없던 일이다. 김병관 병원장이 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드러난다”면서, “실제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측은 병원이다.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한 명씩 출입을 하게 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