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 더 이상 비정규직은 없다” 보라매병원도 정규직 전환
“서울대병원에 더 이상 비정규직은 없다” 보라매병원도 정규직 전환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9.21 16:39
  • 수정 2020.09.2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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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대병원 노사,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247명 ‘직고’ 전환 합의
2021년 1월 1일부 전환 예정 … 21일 천막농성장 해단식 풍경

“사실은 아직 저희는 실감은 잘 안 나서요. 사실 저희도 정규직 전환이 빨리 된 건 아니지만 더 투쟁을 오래할 각오로 나왔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사실 믿기지가 않아요.”

- 보라매병원 민들레분회 진료예약센터 조합원

“저도 마찬가지로 믿기지가 않는데요. 이런 믿기지 않는 순간들을 앞으로도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 보라매병원 민들레분회 장례지도 조합원

“천막 뜯고 나면 눈물도 날 것 같아요. 저 천막을 장마 온다고 내려두니까 내 집이 없어진 것 같아서 굉장히 불편했어요. 노조 사무실 가면 회의 한다고 바쁘고 내 집(천막)에 가면 폭삭 주저앉아 있어서 제가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마음이 편합니다.”

- 임영심 의료연대본부 보라매병원 민들레분회 분회장

민들레분회가 탄생 11년 만에 탄생 목적을 이뤘다. 비정규직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었던 민들레분회의 목표는 ‘비정규직의 철폐’였다. 2021년 1월 1일부로 서울대병원에서 비정규직은 사라진다.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었던 천막농성장도 오늘(21일)을 마지막으로 철거됐다.

9월 21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서울시 동작구 보라매병원 앞에 세워진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있다. 천막농성장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상징이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21일 낮 12시 서울시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정규직 전환 투쟁승리, 천막농성 해단식’을 가졌다.

이에 앞서 9월 11일 오전 10시 서울대병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의 주요 내용은 ▲정규직 전환대상자 247명 전원 전환 ▲정규직 전환 후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 등을 포함한 단체협약 동일 적용 ▲하청업체와 맺은 정년 협약 인정 등이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보라매병원 노사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2019년 9월 3일 파견‧용역 간접고용 노동자 800여 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1월 1일 서울대병원 본원과 강남분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614명이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서울시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 보라매병원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 247명 중 장례지도사 35명과 진료예약센터 8명은 정규직 전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영심 의료연대본부 보라매병원 민들레분회 분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해단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에 의료연대본부는 2020년 5월 25일부터 보라매병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또한 7월 28일부터 11일간 파업을 감행하기도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아무리 늦어도 3월이면 서울대병원 노사의 합의사항이 이행될 것이라 믿었지만 서울시를 핑계로 ‘예산이 많이 든다’, ‘자동화로 어렵다’는 등 합의를 파기하려 했다”면서 “진료예약센터와 장례지도사를 제외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는 병원의 꼼수에 투쟁으로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정규직 전환 합의 11개월 … 보라매병원은 여전히 갈등중)

11일 합의로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민들레분회’는 내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존 보라매병원 민들레분회 조합원은 보라매병원분회 소속이 된다.

해단식에서 발언하는 현정의 의료연대본부 본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하지만 의료연대본부 전체로 사업장을 확장했을 때 울산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에서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남아있다. 또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소속 사업장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의가 코로나19 시국 등으로 중단된 채 남아있다. 특히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경상대병원 등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단계 사업장인 국립대병원에서도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국립대병원 정규직 전환 갈등, 어디쯤 왔나)

이날 해단식에 참석한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말이 천막농성이고 말이 4년 투쟁이고 20년 싸움이지 그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민들레분회 조합원이 똘똘 뭉쳐서 해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쁘다”면서, “진짜 승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되는 날일 것이다. 차별받고 노동자들이 있는 한 우리의 승리는 반쪽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투쟁이 또 다른 차별받는 노동자들과 비정규직의 투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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