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호흡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호흡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7.11 10:51
  • 수정 2020.07.12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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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민주노총 #최저임금 #참여와혁신 #삼성 #택배

언박싱(unboxing)이란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언박싱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이 주의 기사들을 묶어본 키워드는 무엇이었는지 <참여와혁신>과 함께 개봉해보시죠.

ⓒ IOC
'2014 난징 유스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여자 농구 대표팀 ⓒ IOC

이 주의 키워드 : 호흡
① 숨을 쉼. 또는 그 숨. 호흡 조절.
②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룸. 또는 그 조화.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시작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노사정 사회적 합의)’가 민주노총 내부 반대로 인해서 멈췄습니다. 그러나 아직 향방을 알 수는 없습니다. 독자에게 노동계 '빅이슈'를 전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을 출입하는 이동희, 박완순, 정다솜, 손광모, 백승윤 기자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7월 6일] 민주노총 중집위원들이 말하는 ‘노사정 합의’
[7월 10일] 김명환 위원장 '배수진' "부결되면 위수사 사퇴"
[7월 10일] 김명환, “항복문서냐 사회적 책임 결과물이냐, 대의원들이 판단”
[7월 10일] 민주노총, 조합원들 위해 노사정합의안 해설 자료 배포
[7월 10일] 기자들과 일문일답으로 들여다본 김명환 위원장의 생각


현재 노동계의 다른 쪽인 한국노총은 "결렬"이라 표현했고, 사회적 대화를 강조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사정이 내놓은 합의를 이행해가길 당부한 상황입니다.

반면,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란 입장입니다. "내용 부족에 합의만 하려고 한다"는 반대 측과 "투쟁과 교섭 함께 가야 한다"는 찬성 측의 대립 가운데, 김명환 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정 사회적 합의' 추인 여부를 안건으로 한 임시대의원대회를 20일 열겠다고 재차 선언했습니다.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자 수석부위원, 백석근 사무총장 등 2기 직선 지도부는 안건이 부결될 경우 "책임지고 전원사퇴 할 것"을 표명했습니다.

김명환 위원장은 '자본의 하수인' '노사정 야합' '갈등 유발자' 등의 비난과 불명예 사퇴라 압박 속에도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이어가려 하는 이유를 기자들에게 전했습니다. "대단히 힘들지만,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은, 국민 속의 민주노총,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김명환 위원장의 바람대로 민주노총이 ‘노사정 사회적 합의’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합의안 내용 부족과 내부 논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반대 측이 김명환 위원장을 멈춰 세울까요? 앞으로 열흘 남은 20일이면 그 가닥이 드러날 것 같습니다.

1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 김명환 위원장,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7월 7일] 사용자단체 내부 혼선, 최임위 5차 회의도 '탐색전'
[7월 9일] 2021년도 최저임금, 공익위원을 주목하라!
[7월 9일] '인상 對 삭감' 격돌, 중단된 최저임금위원회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거듭 흩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얘기입니다.

최임위는 노‧사‧공익이 각기 선정한 9명의 위원이 논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합니다. 그런데 88년 이후 22년 동안 노사공익 위원이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도출한 적은 단 7번에 지나지 않습니다. 2021년 최임위의 최저임금 합의 진행 상황은? 역시나 입니다. 사용자위원이 최초요구안으로 삭감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2.1% 삭감한 8,410원입니다. 

최저임금제: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

9일 6차 회의에서 경영계는 2020년 대비 1% 삭감된 8,500원을 수정안으로 내놨습니다. 노동계는 2020년 대비 9.8% 인상된 9,430원을 수정안으로 제시했고요. 노사 간 평행 가도로 공은 결국 공익위원에게 넘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6차 전원회의 전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찾아가 이런 말을 했다죠. “코로나19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은 만큼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이 마트노동자의 목소리를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민주노총

이번 주는 탄생을 알리는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조직화란 단어가 아직은 어색한 노동자들의 조직, 노동자를 위한 국회 상임위원회. 그리고 갓 태어난 건 아니지만, 16번째 생일을 맞는 노동 매체까지. 그들이 내는 숨소리를 따라간 기사 3개를 함께 언박싱 해보시죠.

[7월 7일]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 "자조(自助)적 협동조합 만들 것"

새로운 노동자단체가 탄생을 알렸습니다. 7일 국회 소통관에 모인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법 제도가 우리를 보호하기 전에 자조(自助)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 것"이라며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발족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갑질에 시달릴 때가 많고, 부당한 계약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회 안전망 밖으로 내몰려 있기도 하고요. 부당함을 깨고자 적지 않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날이 머지않아 다가오길 바랍니다.

[7월 7일]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구성 완료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가 7일 드디어 구성을 완료했습니다. 16명이 정수인 환노위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9명, 미래통합당 6명, 정의당 1명 등입니다. 위원장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입니다. 송옥주 의원은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를 위한 환노위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7월 8일] [발행인의 편지] 혁신하라! 연대하라!! 전진하라!!!

<참여와혁신>이 탄생한 지도 벌써 16년이 됐습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대한민국을 체감한다는 박송호 발행인은 한국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수출의 주역이자 일터의 주인공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습니다. 이어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산업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 '전진'하려면 '혁신'하고 '연대'하자고 말했습니다. 노동의, 노동에 의한, 노동을 위한 매체 <참여와혁신>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죠. 이팔청춘 16살 <참여와혁신>에 노동자와 노동조합 여러분의 격려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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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삼성 ‘무노조경영’ 폐기 2개월…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2개월이 지났습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무노조경영' 폐기를 공식화하고 노사관계 법령 준수와 노동삼권 보장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노동삼권 보장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창완 한국노총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위원장에 의하면, 몇 해 전까지 삼성디스플레이는 건강검진율 대비 흡연자 비율을 부서별로 보고받아 흡연자를 관리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 흡연자는 여사원평가표에 마이너스로 기록됐다고 합니다. 개인 건강을 이유로 계획되지 않은 연차를 사용하는 것도 마이너스로 기록 대상이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삼성의 태도는 삼성의 노사협의회 운영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최원석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위원장은 "삼성은 노사협의회의 맹점을 악용해 노조의 과반수 조직화를 방해하거나 노사협의회 특정인들을 위한 선거규정을 둬 참여를 차단하고 있다"며 "노노갈등을 조장, 노사협의회로 노조 힘을 빼고 노조 탄압, 파괴하는 도구로 악용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쓰읍~~~~, 후~~~~~. 정말 긴 호흡으로 담배 한 모금 깊게 들이키게 하는 삼성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은 노사관계가 이토록 조화롭지 못한 걸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7월 8일] "물량에 허덕이다 심장 쪼여와"···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또 숨져
[7월 9일] #8월14일_택배없는날_택배노동자에게_휴식을

택배 노동자들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상거래가 늘면서 배송 물량이 폭증했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들은 궁여지책으로 '#8월14일_택배없는날'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니, 시민에게 배려를 부탁한 것이죠. 8월 14일(금)에 택배가 없으면 '빨간 날'인 15일(토) 광복절과 16일(일)까지 택배노동자들이 3일 휴가를 떠날 수 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택배물량이 떨어지는 비수기인 8월 14일에 '택배 없는 날'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5일에는 숨 쉴 틈 없이 일하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진례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였던 고 서형욱 씨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습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에 허덕이다 갑자기 심장이 쪼여와 계단 3개도 오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고 서형욱 씨의 업무 강도가 어느 정도였기에 숨도 쉬지 못한 걸까요. 누나 서형주 씨는 말했습니다. "동생의 핸드폰에서 출근기록을 봤더니, 아침 6시 30분부터 길게는 밤 11시 40분까지 근무한 적도 있었다." "하루에 300곳 이상 배송을 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고 서형욱 씨는 한 달에 약 7,000건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주6일 하루 평균 13~14시간 일했다고 합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택배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일을 줄이면 안 되냐고 묻겠지만 일을 멈출 수 없다"며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 뒤에는 하루 쉬고 싶어도 파리 목숨이라서 잘릴까 봐 두렵고, 막상 쉬려 해도 대체 배송을 위해 하루 버는 돈의 두세 배를 부담해야 쉴 수 있는 현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J대한통운 측은 유족 앞에서 사죄는커녕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가 취재가 이뤄지고 나서야 기자에게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택배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택배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습니다. 

[7월 8일] "쿠팡의 로켓은 사람 잡는 미사일 로켓"

5월 23일 이후, 쿠팡 부천 물류센터 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2명에 달합니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쿠팡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쿠팡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류호정 의원실 주최로 열린 증언대회에 모인 쿠팡 피해 노동자들은 직접 경험한 문제점을 증언했습니다. "작업장에는 항상 하얗게 먼지가 껴있었다”는 등 다수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쿠팡은 방역관리를 허술하게 한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는 시스템이 겹겹이 쌓여있는 경영실태도 실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8일 '블랙기업 쿠팡, 코로나19 피해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증언대회에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코로나19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심할 경우 심각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쿠팡 발 코로나19 감염자로부터 2차 감염 된 가족, 동거인들은 기도삽관으로 호흡을 대체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쿠팡은 여전히 책임을 부인할 뿐, 제대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업계 매출액 1위라는 쿠팡, 이제는 혁신기업이 아닌 블랙기업이란 단어가 더 적확한 표현일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