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최저임금, 공익위원을 주목하라!
2021년도 최저임금, 공익위원을 주목하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7.09 11:13
  • 수정 2020.07.15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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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금융위기 등 노사 서로 상이한 ‘위기’ 인식 … 공익위원 판단이 관건
7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2021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쟁이 한창이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경제위기가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에게 새로운 변수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곧 '노동의 위기'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양날의 검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최저임금법 제1조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자의 보호’라는 가치를 지닌다. 반대로 사용자에게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수준, ‘노동력의 최소 가격’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경우 전체적인 임금의 향상의 우려가 있다.

다만 최저임금법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통해서이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궁극적으로 윈-윈하는 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래 노동자와 사용자는 매년 거의 동일한 논리로 대치 상황을 이어왔다. ‘임금 인상’ 대 ‘동결’ 혹은 ‘삭감’이다.

어려워지는 경제, 거세지는 대치 국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경제 충격 속에서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IMF나 세계은행에서 역사상 최악의 경제침체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기관에서도 올해 우리나라 기대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또 실제 실물경제 지표상으로 봐도 외환위기 이후에 22년 만에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7월 1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위원의 모두발언

“2007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사용자 위원들은 삭감안과 동결안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촛불이 광장을 밝혔던 2017년 단 한 차례 마지못해 2.4% 인상률을 제시하였을 뿐이다. 경제 상황이 좋아도 삭감안을 제출하고 나빠도 삭감안을 제출하는 사용자 위원들의 비논리적인 속내에 노동자 위원은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

- 7월 1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 이후 노동자위원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

노사, 어느 한쪽의 주장을 가벼이 여길 수는 없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사용자위원의 말대로 한계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 반대로 최저임금의 삭감 혹은 동결은 노동자위원의 지적대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지켜주지 못한다. 하지만 갈수록 녹록지 않아져 가는 경제상황은 노사 간 협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노동자위원은 7월 1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를 마친 후 사용자위원의 최저임금 삭감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현재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위원회 방식’으로 결정하고 있다. 노‧사‧정이 각각 9명의 위원들을 선정하고, 일정한 기한동안 논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민주주의가 어려운 만큼 합의의 과정도 지난한 편이다. 88년 이후 22년 동안 노사정이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도출한 적은 단 7번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노사정이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도출한 때는 2009년도 최저임금 결정 당시다. 합의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2010년도 최저임금 심의 이후로는 노동자‧사용자위원이 불참하거나 퇴장하지 않는 적이 드물다. 최저임금 위원들이 의결까지 모두 자리를 지킨 건 단 두 차례(2018년, 2020년 적용)밖에 없다.

사용자 ‘삭감안’ … 이번에도 ‘강대치’ 예측

2021년도의 상황은 꽤나 심각하다. 사용자위원이 최초요구안으로 삭감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이 최초요구안으로 삭감안을 제시한 것은 2010년도 최저임금 심의 이후 처음이다.

2010년도 최저임금 심의 당시 사용자위원은 최초요구안으로 5.8% 삭감을 요구했고 노동자위원은 26.3% 인상을 주장했다. 당시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 대한 인식이 첨예하게 달랐던 탓이다.

노동계는 경제위기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의 빈곤심화와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의 본 취지를 살릴 것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 진작 등 경기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는 근거였다.

반면 경영계는 세계 경기침체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면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 떨어지고,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영계는 ▲200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10%에 이르는 점 ▲영세·중소 사업장의 고용률 하락과 폐업 야기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를 미뤄볼 때 2021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강대강 대치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 대신 더욱 큰 위기라고 평가 받는 코로나19가 있기 때문이다.

공익위원을 주목하라

대치상황에서 빛을 내는 것은 공익위원이다. 2010년도 최저임금은 2.75% 인상으로 마무리 됐다. 표결에 의해서 공익위원 안이 의결된 것이다. 2009년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밤샘을 불사하고 진행된 제8차 전원회의에서 5차 수정안부터 13차 수정안까지 제시됐다. 공익위원도 두 차례나 안을 냈다.

제8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은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9차례나 수정안을 주고받았음에도 그 간극이 ‘7% 인상 대 동결’로 좁혀지지 않자 ‘하한선 0.4% 상한선 4.6%’안을 내놓았다. 이전 10년 동안 최저임금인상률이 10%남짓임을 감안할 때 공익위원의 안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틀 내에서 30일 자정부터 4차례 더 수정안을 주고받았다. 격차는 3.9% 대 1.125%까지 좁혀졌지만 더 큰 진전은 없었다. 결국 201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사 양측 요구안의 평균값인 ‘2.75%’ 인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결과는 IMF 시기(98.9.~98.8.) 최저임금 인상률(2.7%) 다음으로 가장 낮다.

물론 IMF가 한국사회에서 크나큰 위기였던 만큼 최저임금 인상률도 역대 최저치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공익위원의 판단은 노동자위원 쪽에 기울어져 있었다.

당시 7차까지 가는 전원회의 끝에 노동자위원은 최초 8.8% 인상에서 2.7% 인상까지 요구안을 수정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은 내리 동결로 일관했다. 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은 공익위원 안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공익위원 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후 표결을 통해 노동자위원의 2.7% 인상안이 다수결로 의결된다.

비록 최초요구안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지만, 공익위원이 판단이 노동자위원 쪽에 더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은 인상 의결에 반발해 전원사퇴하기도 했다. 경총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현재의 경제현실을 무시한 근로자위원의 조직 이기주의와 일부 공익위원의 무책임한 태도가 낳은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2021년도 최저임금 향방은?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변수가 된 2021년도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일 것이다. IMF와 금융위기 당시처럼 공익위원의 판단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있는지가 특히 중요한 대목이다.

지난 5차 전원회의 당시 공익위원은 노동자·사용자위원 각각 간담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왜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하는지 왜 동결 혹은 삭감돼야 하는지 ‘압박 면접’을 했다. 사전에 13개 질문지를 주고 현장에서도 즉흥적으로 질문을 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공익위원들 공부 많이 했네”라는 후문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국면은 사용자위원 내부에서 단일 요구안 마련에 혼선이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다음 주에나 내년도 최저임금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는 이때, 이번 최저임금위원회는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까? 모쪼록 노사 모두 윈-윈하는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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