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의 결정이 아닌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의 결정을 요청드린다”
“정파의 결정이 아닌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의 결정을 요청드린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7.20 16:00
  • 수정 2020.07.2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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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위원장, 대의원에게 임시대대 취지·경과 알리는 영상 공개
“사회적 교섭 끝내는 건 100만 민주노총 대중조직을 망치는 길”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민주노총 유튜브 영상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드립니다’ 영상 갈무리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민주노총 유튜브 영상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드립니다’ 영상 갈무리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작심하고 ‘정파 조직’의 민주노총 의결구조 개입을 비판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최종안’ 승인 여부를 묻는 민주노총 71차 임시대의원대회가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0일 민주노총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의원에게 오는 23일 임시대대의 배경, 경과, 취지를 설명하는 약 10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경과를 설명하며 “중집위원 모두가 동의하고, 중앙위에서 보고되어 추진되었던 ‘코로나19 위기 극복 사회적 대화’가 중집위원 다수가 참여하는 ‘무슨 무슨 정파’의 합의된 반대 입장으로 순식간에 무산 위기에 직면하고, ‘합의안 폐기’를 주장하는 이들로부터는 물리력으로 중집 회의조차 열리지 못해 더 이상 추진이 막혀버렸다”고 지적했다.

김명환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6월 29일의 중집에서였다. 이날 ‘최종 합의안’에 대해 설명했고, 당시 중집위원들은 67개 최종안 중 4개 조항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4개 조항에 대해 민주노총 대표인 제가, 정부 주체인 노동부 장관과 담판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정회를 선포”했는데 그 뒤 상황이 급변했다고 밝혔다.

김명환 위원장은 29일 0시 정회 선포 후 교섭 대책을 논의중이었는데 "갑자기 부위원장 중 한 명이 들어와 ‘어디, 어디’라고 구체적인 정파 이름을 대면서 ‘우리 두 조직은 합의했다. 장관 만나지 마라, 이만 끝내라’고 통보하듯 이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정파 활동의 장점과 훌륭한 활동가분들을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정파 상층부의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다수의견과 물리적 압력, 동원식 줄 세우기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오히려 100만 민주노총 대중조직을 망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대의원에게 “정파의 결정이 아닌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의 결정을 요청드린다”며 “노사정 합의 최종안 승인으로 공장 담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민주노총으로 전진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아래는 영상 발언 전문이다. 해당 영상은 https://youtu.be/xZ1rijPnasY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 반갑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 김명환입니다.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에게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두고 벌어지는 현재의 민주노총 상황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이미 여러 경로로 이번 임시대의원대회의 절차적 정당성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합의문이 ‘자본과의 야합’이라거나, 위원장에 대해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결정’, ‘민주노총 파괴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미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100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라는 비애가 듭니다. 우리의 진정성이 훼손되는 것도 너무나 아프지만, 무엇보다 이번 합의가 무산되면 더 이상의 대화 틀은 마련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저는 고민 끝에 임시대대의 추진과정에 대한 배경과 취지, 경과를 가감 없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민주노총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선제적으로 제안하게 된 것은 지난 4월입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3월부터 미조직, 중소하청 노동자. 취약계층,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되었습니다. 우리는 4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투쟁과 병행하여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기에 별도의 대화 창구 마련이 필요했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면담 등을 통해 ‘원 포인트 노사정 대화’를 먼저 제안했고, 우여곡절 끝에 5월 말이 되어서야 국무총리가 주관하고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경총, 대한상의,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6자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교섭 틀을 만들었습니다. 경사노위가 아닌 민주노총이 제안하고, 주도하는 노사정 대화 틀이었지만 교섭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노총은 6월 말로 시한과 경사노위 후속 논의를 고수했습니다. 정부의 추경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7월 초 추경 국회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사측은 임금 삭감 등과 연결 지으려 할 게 뻔하기에 7월 최임 교섭과의 분리도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결국 위와 같은 사정으로 6월 말까지 노사정 교섭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정해진 시한 속에서 저희는 오직 미조직 취약계층과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삶을 지켜낼 고용안정 등의 현실 가능한 안을 도출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40여 일간 이어진 교섭은 6월 27일 실무교섭과 28일 부대표급 교섭을 통해 최종안에 근접한 안이 정리되었습니다. 그래서 10차 중집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6월 29일 오후 5시에 시작된 중집 회의는 30일 0시까지 7시간 동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최종안’에 대한 성과와 부족한 지점, 문제가 되는 내용 등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67개 최종안 중 단 4개 조항에 대해서만 질의와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위원장인 저는 4개 조항에 대해 민주노총 대표인 제가, 정부 주체인 노동부 장관과 담판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정회를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제가 위원장실에서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및 교섭 팀과 논의를 하는데, 갑자기 부위원장 중 한 명이 들어와 “어디, 어디”라고 구체적인 정파 이름을 대면서 “우리 두 조직은 합의했다. 장관 만나지 마라, 이만 끝내라”고 통보하듯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교섭을 그만하라는 거냐”고 물으니, 그분은 다시 “그만하라는 거다”라고 말하며 방을 나갔습니다. 중집위원 중 과반을 넘는 분들이 참여하는 제일 큰 두 좌우 정파 조직이 합의했으니 위원장은 교섭 그만하라는 일방적 통보이자 압력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당황했고, 참담했습니다. 직선으로 선출된 위원장의 대표성이 거부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저는 직선 2기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그런 압력에 사회적 대화를 멈출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네 가지 쟁점 사항에 대한 해결을 위해 노동부 장관과의 심야 교섭을 진행하였고, 노동부 장관으로부터 1개 조항 문구 수정, 3개 조항의 우려점을 불식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러나 6월 30일 아침 7시에 속개된 중집 회의는 저를 또다시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문제가 된 네 가지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의 답변을 설명하였지만, 중집위원 다수의 태도는 전날 저녁의 회의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대다수가 수정된 ‘최종안’ 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절망적이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결국, 6월 30일 09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무산된 상황에서 저는 중집 회의를 중단하고 ‘양대 정파가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교섭 중단을 요구한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을 포함한’ 마무리 발언을 하였습니다.

한편, 7월 1일 노사정 대표자 회의 개최가 확인되었고, 이에 저는 오전 9시 다시 11차 중집 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저는 ‘합의안 폐기’를 주장하는 분들로부터 사무실 출근부터 저지당했습니다.

이날 중집 회의장은 민주적인 토론은 사라진 공포의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오전 10시에 노동부 장관에게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을 알렸고, 중집위원들에게도 이를 전달했지만 이날 저는 5시간 동안 감금되었고, 최종합의문을 포기하라는 굴복을 강요받았습니다.

중집위원 모두가 동의하고, 중앙위에서 보고되어 추진되었던 ‘코로나19 위기 극복 사회적 대화’가 중집위원 다수가 참여하는 ‘무슨 무슨 정파’의 합의된 반대 입장으로 순식간에 무산 위기에 직면하고, ‘합의안 폐기’를 주장하는 이들로부터는 물리력으로 중집 회의조차 열리지 못해 더 이상 추진이 막혀버린 것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7월 1일 갇혀있던 자리에서 ‘최종안’의 추인은 중집이 아닌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동의 여부를 묻는 임시대의원 대회를 추진할 것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튿날인 7월 2일 오후 5시 11차 중집 회의가 다시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 결과는 오랜 논의 끝에 새벽 1시 30분께 “노사정 합의 최종안은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했고”, “규약에 따라 위원장이 대의원대회에 부의하겠다”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중집 회의 마무리 직후 30분도 지나지 않아 중집위원들의 이름이 포함된 위원장의 독선, 비민주적으로 임시대대 소집한다며 민주노조 근간을 흔드는 자본의 하수인으로 온갖 성명서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일 오후 5시에 열린 제12차 중집에선 더욱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중집위원들은 이날 회의 내내 지난 2일 열린 11차 중집 회의 결과를 부결로 번복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민주노총 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소집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문을 최종 승인받는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이제 더 이상 김명환의 비민주적, 독선적인 결정이라는 비난을 멈춰 주십시오.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명예를 걸고 하나의 거짓 없는 말씀을 올렸습니다.

대의원 동지,

저는 정파 활동의 장점과 훌륭한 활동가분들을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정파 상층부의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다수의견과 물리적 압력, 동원식 줄 세우기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오히려 100만 민주노총 대중조직을 망치는 길입니다.

이런 코로나 위기에 선거를 운운하는 것조차 부적절함에도 다음 달에 일정이 확정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지금의 상황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합니다.

대의원 동지, 저는 임시대대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던 따를 것입니다.

민주노총 밖의 모든 노동자와 취약 계층과 연대하여 코로나19 위기 정국을 주도적으로 돌파하는 민주노총이 됩시다.

노사정 합의 최종안 승인으로 공장 담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민주노총으로 전진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