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쉬움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쉬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8.29 01:30
  • 수정 2020.08.29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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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정리해고 #공무원 #노동의가치 #노동의참여

쉽지 않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자유로운 활동과 만남이 쉽지 않습니다. 일상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일상이 아닌 것으로 바뀌며 사람들에게 적응하길 요구합니다. 그래서 쉽지 않아 힘든 8월의 마지막 주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게 8월의 마지막 주 노동계에서는 ‘쉬움’ 때문에 바라보게 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쉬움

[8월 28일] 국내 버스 제조의 산증인 대우버스, 65년 역사 뒤로 하나
[8월 27일] ‘700명 정리해고’ 앞둔 이스타항공노동자들 ‘순환무급휴직’ 마지막 호소
[8월 26일] ‘65년 역사’ 대우버스, 400여 명 대규모 정리해고 그림자

위 기사 내용대로라면 1,100여 명의 노동자가 곧 일터에서 거리로 밀려나게 생겼습니다. 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버스 제조업체의 모든 직군 노동자 400여 명, 하늘길을 열어주던 이스타항공의 모든 직군 노동자 700여 명입니다.

두 회사는 표면적인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그런데 과연 경영 악화에 대한 유일한 선택지가 정리해고인가요? 혹시 가장 쉬운 길을 사측이 선택한 건 아닐까요?

대우버스의 경우 코로나19보다는 해외 공장 이전을 위한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도 코로나19보다는 매각 추진을 위한 조직 구조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쉬운 선택이 가져올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많은 정리해고가 미리 말해주고 있습니다.

[8월 26일] [최은혜의 온기] 착각의 늪
[8월 25일] “공무원 임금삭감” 조정훈 의원에 “공무원 삶 살펴본 적 있나?”

조정훈 시대전환당 국회의원,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무원 임금을 삭감해 2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자고 했다가 공무원노조들에게 크게 혼쭐났습니다. 왜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었을까요? 공무원을 늘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봐서 그럴까요? 아마도 노동의 가치에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서라고 감히 짐작합니다. 그리고 때론 사람들이 누군가의 노동을 해보기도 전에 ‘아 나도 저렇게 쉽게 일하고 쉽게 돈 벌고 싶다’고 함부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도 나의 노동을 그렇게 쉽게 평가하며 가치절하한다고 생각하면 좀 화나지 않을까요?

[8월 27일] 노동의 경영참가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경제민주주의’ 열쇠다!

노동의 경영참가에 대한 토론회가 한국노총에서 열렸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노사정 당사들이 함께 자리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노동의 경영참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쉽지 않고 참 먼 딴 나라의 이야기 같이 들립니다.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기업 경영에 다양한 형태의 제도적 보장으로 참여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노동의 경영참가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에서도 노동자가 기업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이고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일각에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죠. 한 마디로 회사가 경영을 빨리 빨리 쉽게 쉽게 해야 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다른 재밌는 점은 기업 경영에 방해가 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증명된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또한 <참여와혁신>에서는 지난 4월호 커버스토리로 ‘노동의 경영참여’를 다루기 위해 서울시 공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던 노동이사제를 취재했습니다. 취재 중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서울시 노동이사제(당시 만 2년을 넘어가며 2기를 모색하고 있던 시기)에 대해 평가하고 과제를 분석한 자료를 입수했는데요. 노동이사제를 시행한 기관의 노동이사, 노동조합, 경영진, 이사들을 면접 조사한 결과 노동이사제가 기업 경영을 가로막는 것으로 느꼈다고 응답한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8월 마지막 주의 키워드는 ‘쉬움’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쉬움’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는 노동계의 사건들과 함께한 한 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