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릴레이 기고①] 노조법 2조 개정,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증명하는 길
[민주노총 릴레이 기고①] 노조법 2조 개정,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증명하는 길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11.09 00:00
  • 수정 2020.11.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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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

사람은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다.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자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3분의 1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기업은 더 이상의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정규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는 이런 노동 시장의 악습에 관여하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법이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니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하고, 물가인상률만큼 임금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 행위는 생존을 위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김경희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언젠가 노조 할 권리 입법을 추진하는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들었다. 노동자가 단결권을 비롯해 노동 3권을 갖고 집단적 노사 관계를 통해 자기 삶의 처지를 개선해 나간다는 것, 즉 노동존중은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이다. 하지만 이 건국 정신은 70년 동안 헌법 안에 머무르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노동존중이라는 헌법 정신을 부활 시켜, 노동기본권이 우리 시민들의 살아 숨 쉬는 권리가 될 때 완성된다. 70년 노동적폐의 청산 위에 노동조합을 하는 것이 당연한 대한민국이 될 때야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된다.

나는 방과후강사로 15년을 일해 왔다. 3년 전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477일 만에 노조 필증을 고용노동부로부터 교부 받았다. 필증 한 장을 받기 위해 두 번의 삭발을 했고, 대여섯 번의 진술을 하였으며, 노동자임을 증빙하는 서류를 100가지 이상 고용노동청에 제출하였다. 이렇게 지난한 과정 끝에 노조 필증을 받았어도 교섭이 가능한지 장담할 수 없다.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의 특수성 때문에 원청이 누구인지 밝혀야 하는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방과후강사, 학습지 교사, 대리 기사, 택배 기사들을 특수고용직이라 부른다.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이다.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임 계약 또는 위수탁 계약에 의해 노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에서 종속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것과 다르게 이들은 자신이 계산하여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노동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현실에서 ‘자신이 계산하여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 과연 특수고용직 노동자 가운데 몇 명이나 될까?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어렵게 노조를 조직하고 필증을 받아도 노조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할 권리를 막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이며, 관련 부처이다. 한마디로 국가는 특수고용직은 굶어 죽어도 국가가 보호하지 않거나 굶어 죽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짓는 것을 막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여 진다.

코로나19 이후, 수도권의 방과후강사들은 단 하루도 일을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방과후강사들은 제대로 된 교섭도 단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국가적 재난이 와도 사회 보장 제도에서도 완전하게 배제되어 있으며, 모든 노동 기본권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모든 노동자가 노조 할 권리, 교섭할 권리, 파업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노조법을 개정하여’ 비로소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공화국임을 입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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