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릴레이 기고⑤ ] 원청 사장 만나려면 농성투쟁에 고소·고발, 벌금까지… 이 현실을 바꿀 노조법 2조 개정
[민주노총 릴레이 기고⑤ ] 원청 사장 만나려면 농성투쟁에 고소·고발, 벌금까지… 이 현실을 바꿀 노조법 2조 개정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12.03 00:00
  • 수정 2020.12.03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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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근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노조법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전태일3법을 국회에 입법청원 했다. 이 중 노조법 2조 개정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간접고용노동자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을 담은 내용이다. 특수고용, 간접고용노동자의 현실과 목소리로 노조법 2조 개정이 왜 필요한지 릴레이 기고로 싣는다.

김희근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김희근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2015년부터 GM 원·하청을 상대로 해마다 임단협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현실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왜일까?

하청업체 사장들은 비정규직들이 요구하는 임금이나 단체협약, 고용보장 등에 대해 경영 여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인원이든 임금이든 모든 것을 원청이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바지사장에 불과한 하청업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하청업체들과 수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노조 활동(사무실, 전임자 등)도 원청을 눈치 보며 보장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마다 연말만 되면 원청에 의해 조합원이 많은 업체 중심으로 손쉽게 업체변경이 이뤄졌다. 결국 하청업체 사장들도 1년 계약직 신세이다 보니 이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나.

그렇다면 원청 사장은 어떤가. 수차례나 교섭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비정규직은 당사 직원이 아니므로 교섭당사자가 아니”라며 교섭조차 거부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원청 책임자를 만나러 본관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본부장실을 걸어 잠그고, 경찰을 부르고, 고소·고발에 출입금지가처분신청까지 걸었다. 단지 면담을 요청했을 뿐인데 본관 2층 출입 때마다 벌금 100만 원을 내란다.

지난 2018년에는 군산, 부평, 창원 비정규직 3지회가 진짜 사장을 만나기 위해 부평 본사 사장실을 찾아갔다. 그러자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은 사장실 대신 외부 호텔에 급히 사무실을 차려 그곳으로 출근했다. 16일 동안 사장실에서 농성하며 사장을 기다렸지만, 사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사장이 회의 중인 회의장을 급습했다. 당황한 사장은 용역경비들과 경찰을 불렀지만, 우리는 물러나지 않았고, 결국 정규직 한국지엠지부의 중재로 면담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우리가 수도 없이 외쳤던 절박한 요구들을 전달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지엠은 법원의 근로자지위 확인 판결도 무시하고, 노동부의 시정명령도 거부하고, 오히려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

나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가 노조법 2조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법적으로 사용자가 아니”라고 우기는 저들에게, 법이 현실의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 내 노동조건, 임금, 고용 전부를 책임지는 진짜 사장에게 ‘법적 사용자’로서의 위치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된다면 아무런 권한도 없는 하청업체 사장들과 소모적인 교섭은 필요 없을 것이다. 원청 사장을 만나기 위해 농성을 하거나, 고소·고발, 벌금 맞을 일도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진짜 사장인 원청 사장과 비정규직들이 당당히 마주 앉아 교섭을 진행하고, 원청을 상대로 합법적인 파업을 벌일 수 있다면 지금처럼 원청이 비정규직을 무시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노조법 2조 개정, 비정규직들에게 너무도 중요한 요구다. 올해 안에 국회가 이 목소리를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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