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릴레이 기고④] “우리는 권한 없다”며 배 잡고 웃는 가짜 사장과 언제까지 교섭해야 합니까
[민주노총 릴레이 기고④] “우리는 권한 없다”며 배 잡고 웃는 가짜 사장과 언제까지 교섭해야 합니까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11.30 00:00
  • 수정 2020.11.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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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영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전주시 민간위탁 환경미화원)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노조법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전태일3법을 국회에 입법청원 했다. 이 중 노조법 2조 개정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간접고용노동자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을 담은 내용이다. 특수고용, 간접고용노동자의 현실과 목소리로 노조법 2조 개정이 왜 필요한지 릴레이 기고로 싣는다.

양성영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전주시 민간위탁 환경미화원)
양성영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
(전주시 민간위탁 환경미화원)

공공부문의 대표적인 간접고용은 민간위탁이다. 민간위탁 노동자의 업무 90%가량이 지자체에 몰려 있다. 방문 보건, 아이 돌봄, 노인 돌봄, 다문화 지원센터 등 국가가 지자체에 위임한 사무, 생활폐기물처리 등 지자체 고유업무 대부분이 민간업자에게 위탁돼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민간위탁 사무편람을 보면 사실상 공공부문의 모든 영역을 민간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공공성을 민간업자에게 넘겨버린 후과(後果)는 크다. 일단 간접고용 민간위탁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저임금과 인원 감축이 ‘예산 절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민간업자는 이익에만 몰두해 열악한 노동자의 등골까지 빼먹는다. 인원을 속이고, 책정된 임금을 빼앗고, 허위 영수 청구 등으로 시민 혈세에 비정규노동자의 고혈까지 빼먹는다.

민간위탁 노동자의 임금은 대부분 정부 또는 지자체가 책정한 임금을 기준으로 원가계산을 하거나 설계한다. 그리고 낙찰률을 적용해 계약한다. 민간위탁 노동자의 원청은 정부와 지자체다. 지자체는 민간위탁 노동자를 업무와 관련한 법, 제도로 관리, 통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위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더라도 민간업자와 교섭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협소할 수밖에 없다. 결정권 있는 지자체 또는 정부에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가 아니라며 발뺌한다.

열악한 임금,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노동환경, 부족한 인력 등에 대해서 위탁업체와 교섭하면 돌아오는 말은 한 가지다. “우리는 결정 권한이 없다.” 틀린 말이 아니다. 결정권은 지자체와 정부가 가지고 있다.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소리다.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 대구 수성구에서 야간작업하던 환경미화원이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산재 사고가 발생했다. 법 개정으로 환경미화원이 야간에 작업하는 것은 불법이다. 3인 1조로 작업해야 하고,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환경미화 업무의 절반 이상이 민간위탁인 상황에서 법은 법전에만 존재할 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오늘도 환경미화원은 야간에 작업하고, 혼자 또는 둘이 일한다. 대부분 발판에 매달려 다닌다.

노동조합이 교섭 자리에서 민간업자에게 3인 1조를 준수하기 위해 인원을 충원하라고 요구하면 위탁업체 사용자는 배를 잡고 웃는다.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냐는 것이다. 지자체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임금, 안전, 업무와 관련하여 위탁업체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

민주일반연맹은 민간위탁 사업장 21곳의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한 바 있다. 실제 사용자가 지자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투쟁이었다.

투쟁 결과, 지자체가 조정대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법상 실질적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양심은 있는지 중노위에서도 지자체가 직접 나서 협의회를 운영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이 정도로는 원청 사용자들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라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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