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이동걸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이동걸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1.16 20:56
  • 수정 2021.01.1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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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구조조정 #쌍용차 #대우조선해양 #고용

요즘 언박싱(unboxing) 영상이 유행입니다. 언박싱은 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여는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상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참여와혁신>의 2021년 두 번째 이주의 인물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

이 주의 인물 : 이동걸

지난 12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말이 노동계에 화두로 올랐습니다. 이동걸 회장은 신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11년 만에 또다시 위기를 맞은 쌍용차의 지원 조건으로 임단협 유효기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 흑자 회복까지 무쟁의 각서 등을 요구했는데요. 노동계에서는 쌍용차가 그간 11년 무쟁의 사업장임을 언급하며 이동걸 회장의 발언이 쌍용차의 사례와 결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이동걸 회장의 발언을 정부가 구조조정 위기 사업장을 대상으로 임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는 초석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번 노조법 개정을 통해 임단협 최대 유효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노사합의 사항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정부 지원을 매개로 이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임단협 기간 연장은 노동계에서 대표적으로 꼽는 ‘개악안’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이동걸 회장은 이전에도 ‘1년 단위 임단협 관행’이 중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수립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는데요. ‘진보적 경제학자’로 유명한 이동걸 회장의 과거를 되짚어 봤습니다.

이동걸 회장은 1953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입니다. 지금도 이따금씩 ‘KS’라고 불리는 경기고등학교‧서울대학교(경제학과)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입니다. 대학원은 미국 예일대학교을 나왔습니다. 이동걸 회장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 등과 함께 ‘진보적 경제학자’로 분류됩니다. 이는 이동걸 회장의 정부 및 국책기관 근무시절 활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동걸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으로 1년(1998~1999), 노무현 정부에서는 인수위원회부터 가담하며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으로 1년 반(2002~2004) 정도 일했습니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서도 제5대 한국금융원 원장(2007~2009)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재벌 개혁’ 의제를 들고 나오면서 기성 관료들과 마찰을 빚었습니다.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퇴를 한 배경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동걸 회장은 ‘소신있는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 학계에 주로 몸담고 있었던 이동걸 회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에 힘입어 산업은행 회장으로 부임합니다. 지난해 9월에는 산업은행 역사상 2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회장이 됐습니다.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시절 이동걸 회장 ⓒ 참여와혁신 DB

이동걸 회장이 산업은행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역점으로 둔 사업은 바로 ‘기업 구조조정’입니다.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연임을 건의한 건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가 이동걸 회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동걸 회장은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대한항공, 한국지엠 등의 구조조정을 마쳤고, 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등의 구조조정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슈가 주는 무게감만큼 이동걸 회장의 행보에는 극과 극의 평가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이 있는 반면, 주로 노동계에서는 이동걸 회장을 ‘노동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동걸 회장의 구조조정 3대 원칙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이동걸 회장의 3대 원칙이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반면 사용자에게는 너그럽다고 지적합니다.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산업은행과 중국 더블스타 간의 매각 MOU 체결 당시 ‘파업 미존재’ 항목이 논란거리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이번 쌍용차 지원과 관련한 이동걸 회장의 발언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재벌특혜 논란도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시 금속노조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7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 부은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헐값으로 넘기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통해 한진그룹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다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이에 이동걸 회장은 “재벌 특혜가 아닌 항공업 특혜”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구조조정은 노사 모두에게 민감한 이슈입니다. 산업을 위해 노사 모두에게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는 것은 산업은행의 역할입니다. 다만 노동자에게 구조조정은 즉각적인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동걸 회장도 몇몇 인터뷰를 통해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거세게 반대하는 배경에 ‘한국의 빈약한 사회안전망’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산업은 자본과 노동,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약력

1998 ~ 1999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2002 ~ 2003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
2003.3. ~ 2004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2007.7. ~ 2009. 2. 제5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2017. 9. ~ 한국산업은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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