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쌍용차 매각, 깜깜이 협의에 현장 노동자 ‘불안가중’
안갯속 쌍용차 매각, 깜깜이 협의에 현장 노동자 ‘불안가중’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1.21 18:56
  • 수정 2021.01.21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쌍용차 매각 가능성? ‘오리무중’ 상태
​​​​​​​현장 노동자 ‘고용 걸렸는데...’ 깜깜이 협의에 답답함 호소
21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개최된 ‘쌍용차 노동자 고용보장 산업은행 지원 촉구’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쌍용차 매각 협의가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23일은 쌍용차 매각 대상자인 HAAH사가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삼은 날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걸린 절체절명의 논의가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쌍용차 매각 과정에는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 최대 채권단인 산업은행, 매각 대상자인 HAAH오토모티브 홀딩스(이하 HAAH사), 쌍용차가 참여하고 있다. 쌍용차노동조합(기업노조)은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매각에 협조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단기채무 상환 불능을 이유로 12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 결과 쌍용차는 2월 28일까지 채권단과 자율적으로 채무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쌍용차노동조합에 따르면 매각의 분수령은 오는 1월 22일이다. 하지만 12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단협 기간 연장’, ‘무쟁의 각서’ 요구와 16일 마힌드라그룹이 HAAH사에 ‘양사 간에 중요한 입장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의 이슈로 매각 협의는 오리무중이 됐다.

산업은행‧HAAH사와 마힌드라그룹은 ‘매각 이후 주식 보유’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과 HAAH사는 신주 발행을 통해 HAAH사가 쌍용차 지분의 51%를 보유하여 경영권을 가져오되, 마힌드라그룹이 가지고 있는 쌍용차 지분을 유지하길 원한다. 기존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반면, 마힌드라그룹은 보유 중인 쌍용차 지분을 최대한 매각하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매각 주체들은 ‘P플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플랜(Pre-packaged plan)은 2016년 9월 도입된 제도로 새로운 인수 대상자와의 매각이 확정된 상태에서 법원이 나서서 인수기업의 채무를 빠르게 탕감하게 하는 제도다. 새로운 인수자의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치하는 동시에 법원이 강제적으로 채무를 줄여 기업회생기간을 최소화하는 구조조정 방법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현장조직 ‘한울타리’에서는 “P플랜이 무엇이냐는 대의원의 질문에 (정일권 쌍용차노조 위원장은) ‘P는 하나의 이니셜이고 마힌드라그룹을 털기 위해 일시적으로 법정관리에 돌입했다가 45일 만에 졸업하는 방식’이라고 했다”며 “P플랜은 부채를 탕감 받고 마힌드라의 지분을 떨칠 수 있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 법정관리 개시를 의미하기 때문에 부품수급문제, 어음이 아닌 현금결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마힌드라그룹은 P플랜을 거쳐서라도 대주주의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입장이다. 아니시 샤(Anish Shah) 마힌드라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매각 불발 시 P플랜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준비하고 있고, 어떠한 경우라도 회계연도 마감(3월 31일)까지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편, 매각 협의에서 이동걸 회장의 요구도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쌍용차노동조합 대의원 간담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투자처에 연락해 산업은행에서 요구하는 자구안 전부를 받아내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장 김득중)는 21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쌍용차 노동자는 10년 이상 무쟁의와 복지축소, 임금반납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 왔다”면서, “그런데도 이동걸 회장은 뜬금없이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무쟁의 서약서 등 노동자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종용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단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다는 반노동, 반헌법적 발언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협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의원 간담회 형식으로 협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한 쌍용차 노동자는 “답답한 부분이다. 여러 사람들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교섭위원이 들어가야 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면서, “노사협의를 통해 임금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고용에 대한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도 18일 성명서를 통해 “산업은행-HAAH-마힌드라그룹 간 매각 과정과 내용이 온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자구안의 내용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매각협상 타결의 쟁점이 노동조합의 자구안 수용여부가 아니라 제3의 먹튀를 막을 수 있는 장치마련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쌍용차 매각 대상자인 HAAH사는 23일을 매각 협의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2일 계약 진행 단계에 이를 경우 4일의 말미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