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졸속매각’은 안 된다
쌍용차 '졸속매각’은 안 된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1.14 11:56
  • 수정 2021.01.14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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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쌍차 매각 분수령, 매각 불발 시 법정관리 후 재매각 가능성
‘졸속매각’은 안 돼 … 한시적 국유화, 중앙정부‧지자체 지분 참여안 등 제기
"어떠한 경우에도 총고용 보장해야" 사회연대적 위기극복 모델 필요
쌍용차 평택공장의 본관과 공장 사이 광장에 늘어서 있는 완성차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쌍용차 평택공장 ⓒ 참여와혁신 DB

쌍용자동차가 지난해 12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11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쌍용차 매각 여부가 오는 22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쌍용차 위기의 해법은 ‘확실한 경영쇄신안’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이하 금속노조)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금속노조 대회의실에서 ‘쌍용자동차의 위기진단 및 회생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문호 워크인혁신연구소 소장과 오민규 연구공동체뿌리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고,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홍석범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쌍용차 법정관리와 이후 시나리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2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계속된 경영난으로 단기 채무 상환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의 총 대출금은 3,000억 원대로 추정되며, 지난해 12월 기준 1,650억 원대의 단기 채무액이 있었다.

쌍용자동차는 이번 기업회생절차에서 자율구조조정제도(ARS)를 함께 신청했는데, 이 제도를 통해 회생절차 결정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2월 28일까지 정상적인 영업을 하면서 채권단과 자율적으로 채무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쌍용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은 기업회생기간 내에 제3자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대주주의 지위를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아니시 샤(Anish Shah) 마힌드라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1일 신년 온라인 언론간담회에서 ▲쌍용차 매각 시 경영권도 함께 넘길 것 ▲매각이 2월 28일 이내에 완료되지 않더라도 이번 회계연도(인도의 경우 3월 31일)가 끝나기 전까지 대주주의 지위를 정리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쌍용차와 노동조합(기업노조) 또한 제3자 매각에 동의하고 있다. 쌍용차노조는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매각에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의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매각 논의에서 마힌드라그룹에 1,300억 원에 달하는 외국계 은행 차입금의 지급보증을 연장 요구했으며, 쌍용차에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2일 신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쌍용차의 지원 조건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 1년→3년 연장 ▲흑자 이전까지 일체의 쟁의행위 금지를 요구했다.

현재 쌍용차 매각 주체들은 큰 틀에서 자구계획안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그룹에서도 외국계 은행 차입금의 지급보증을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쌍용차 매각 이후 마힌드라그룹의 지분 보유 기간과 이동걸 회장이 언급한 단협 유효기간 연장과 ‘무쟁의 각서’ 등이 세부조정 사항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노조에 따르면 15일 대의원 설명회, 18~19일 조합원 설명회를 거쳐 22일 전에 자구계획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따라서 22일에는 쌍용차 매각성사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졸속매각’할 바에 ‘법정관리’

이러한 상황에서 이문호 소장은 ‘졸속매각’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쌍용차를 인수한 두 개의 외국계 기업(상하이차, 마힌드라그룹)이 모두 쌍용차의 경영을 회복시키기보다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소위 ‘먹튀’ 논란이다.

실제로 이번 매각협상 대상자인 HAAH사도 믿음직스러운 주인이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다. HAAH사의 연매출은 약 240억 원에 불과하다. 시가 총액 6,500억 원에 쌍용차를 인수하기에는 자금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문호 소장은 “졸속매각으로 쌍용차의 혁신역량을 고갈 시켜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쌍용차 관리직들도 ‘매각이 지난번처럼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면서 졸속매각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문호 소장은 “졸속매각보다는 법정관리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여기서 산업은행의 출자전환, 지자체의 참여 등 많은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호 소장은 ▲금융위기 당시 미국GM이 2008~2009년 간 한시적 공기업화 이후 재민영화를 했던 사례 ▲프랑스 정부가 르노사의 지분을 15% 보유한 사례 ▲독일 니더작센 주가 폭스바겐 지분을 20% 소유한 사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지분을 광주시(21%), 현대차(19%), 광주은행(11%) 등이 소유한 사례 등을 참고해 쌍용차의 회생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리스크’ 보다 ‘경영 제고’

다만 이번 매각의 성사여부를 떠나 쌍용차 살리기의 최대 핵심은 ‘경영능력 제고’에 있다는 점은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였다.

매각 시 HAAH사의 인수방안과 쌍용차의 자구계획안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고, 매각이 불발돼 다른 방안을 강구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쌍용차 회생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민규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반복적인 위기를 낳은 건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다.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마인드였다. 과거 2차례 해외 매각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미래차 전환 및 수출 확대 위한 계획 ▲종합자동차회사(연구개발‧생산‧판매‧정비)로써 쌍용차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자력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연구원도 “일시적 국유화를 모색하더라도 철저한 회생방안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연구원은 쌍용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차를 함께 언급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단행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과 구조개편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장기계획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지가 10년 전이다. 외국계 완성차 3사는 계속 표류하고 있다. 쌍용차가 3번째 매각된다고 하더라도 언제 또다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동걸 회장이 지적한 ‘노사분쟁’은 쌍용차 정상화에서 더는 큰 변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문호 소장은 “지금까지 쌍용자동차의 위기대응은 노조의 비용절감 방안 외에는 전무하다”면서, “그러나 이는 혁신도 아니며 지속가능한 방법도 아니다. 쌍용차의 책임 있는 경영쇄신을 통한 설득력 있는 경쟁력 제고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쌍용차노동조합은 2009년 이후 11년 간 무쟁의 사업장이었으며, 2019년 임금인상분 및 복지혜택을 ‘자구안’이라는 이름으로 반납하고 축소한 바 있다. 또한 위기극복을 위해 완성차 업계 최초로 2020년 임단협을 임금동결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복직자들의 첫 출근을 축하했다. ⓒ 금속노조
2018년 12월 31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복직자들의 첫 출근을 축하하고 있다. ⓒ 금속노조

덧붙여 이문호 소장은 쌍용차의 회생방안에서 반드시 고용보장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9년 쌍용차 사태의 사회적 상처를 10여 년이 지난 2018년 9월 노사정 합의를 통해 간신히 푼 만큼 ‘사회연대적 위기극복 모델’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문호 소장은 “어떠한 절차든 간에 고용보장을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 10년 전 상처가 간신히 아물어 가는 상황에서 또다시 구조조정을 반복하면 치유하기 어렵다”면서 “지금까지는 일부를 죽이고 일부만 사는 모델이었다. 우리 사회 분열을 일으켰다. 같이 사는 연대적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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