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인수전 시작, 마힌드라 먹튀 잡고 정부 지원 보장해야
쌍용차 인수전 시작, 마힌드라 먹튀 잡고 정부 지원 보장해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6.28 19:16
  • 수정 2021.06.28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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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28일 매각 공고 ...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목표
마힌드라 먹튀 의혹 ‘실사 아닌 조사’ 필요
광주형 일자리도 정부 지원하는데, ‘유망한’ 쌍용차는 왜?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쌍용차와 매각주관사인 한영회계법인이 28일 쌍용차 매각 공고를 게시했다. 쌍용차 인수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과 정의당은 성공적인 매각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이들은 28일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이제는 경영진, 마힌드라, 정부가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회생방안을 마련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쌍용차 매각은 지금

쌍용차 노사는 지난 6월초 ▲무급 휴업 2년(생산직 50%, 사무직 30%)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추가 2년 연장(2023년 6월까지)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총 40%) ▲단체협약 변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무쟁의 확약 ▲유휴자산 추가 매각(4개소) 등을 골자로 하는 자구안을 마련했다. 자구안은 7~8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52.1%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하지만 노사 합의에 성공한 자구안은 ‘비용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인 경쟁력 강화 계획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은 본래 6월 31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쌍용차에서 2개월 연장을 요청했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회생계획안을 법원에서 심사 받기 전에 인수합병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생계획을 제출한다는 것이다. 쌍용차와 매각주관사인 한영회계법인은 28일 쌍용차 인수·합병 공고를 내고, 7월 30일까지 인수제안서 접수, 8월 중 예비실사, 9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0월 중 가격 협상 순서로 인수합병을 진행할 계획이다. 따라서 쌍용차가 실제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시기는 10월 말 혹은 그 이후로 전망된다.

쌍용차 인수 예상가는 한영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가 30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된 이후 정확히 가늠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수예상가로 8,000억 원에서 많으면 1조 원까지 추정되고 있다.

쌍용차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 금액으로 1조 원이 넘게 들어간다고 이야기되는데 확실한 근거는 없다”며 “10월 회생계획 제출 전에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인가 전 인수합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올해 초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인수 시도할 당시 쌍용차 지분 51%를 획득하는 대신 2,8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접근한 바 있다. 다만 현재 7,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공익채권이 인수가액을 높이는 걸림돌이다. 공익채권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 납품대금 등인데, 회생절차를 거치더라도 탕감되지 않는다. 퇴직 충당금 3,100억 원을 제하더라도 4,000억 원대의 공익채권이 문제가 된다.

예상 인수자로는 ▲HAAH오토모티브(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에디슨모터스(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등 투자펀드 ▲케이팝모터스(국내 소형 전기차 제조업체)및 박석전앤컴퍼니(사모펀드 계열사) 연합 등이 꼽히고 있다.

한편, 쌍용차 노사의 자구안이 마련된 직후인 6월 14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KDB산업은행 온라인 브리핑’에서 “노사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인수 의향자들이 자구계획 등이 반영된 사업계획서를 제시하면 타당성을 검토해 금융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의 발언은 쌍용차 노사의 자구안만으로는 추가적인 산업은행의 지원이 불가능하며 인수 대상자의 탄탄한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힌드라 먹튀 의혹
‘실사 아닌 조사’ 필요

금속노조는 “쌍용차 노동자들은 법정관리 기간 동안 회사를 살리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기존의 50%에 준하는 임금 삭감과 무급 순환휴직 등 뼈를 깎는 자구안에 동의했다. 이러한 노동자의 희생에 대해 이제는 마힌드라와 경영진, 정부가 나설 차례”라고 주장했다.

2004년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략기지’로의 발돋움이냐 ‘하청기지’로 전락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인수 이후 2009년 1월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까지 쌍용차 노사 교섭의 핵심 쟁점은 기술 유출 여부이기도 했다. 당초 상하이차는 4년간 신차개발에 1조 2,000억 원 투자를 계획했지만 한 차례도 집행되지 않았다.

상하이차에서 마힌드라로 주인이 바뀐 뒤 쌍용차는 두 번째 법정관리의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핵심 기술 유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마힌드라가 2019년 3월 인도에서 출시한 XUV300는 쌍용차의 티볼리 플랫폼을 변형한 차종이다. 쌍용차에서 개발한 티볼리 플랫폼을 마힌드라가 사용할 때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정작 쌍용차에서는 로열티 수익을 얻은 적이 없다.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2016년 쌍용차의 반짝 흑자가 났던 이유가 마힌드라에서 쌍용차의 티볼리 플랫폼 기술을 약 550억 원에 사들였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해당 플랫폼 기술을 쌍용차가 보유하고 있었다면 연 500억 원의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오민규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부실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는) 실사가 아니라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10년 넘는 무쟁의와 노동자들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재무상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돈이 어디서 새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마힌드라의 먹튀 의혹에 대해서도 분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금속노조

쌍용차 경영진의 쇄신

현재 쌍용차의 위기에 쌍용차 경영진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사실 오늘 또 한 분의 제보자가 기자회견에 서려고 했다. 2009년 파업 이후 2018년도까지 경영진들이 협력업체를 통해서 자금을 부도덕적으로 챙기고 유용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문제제기했던 결과 본인이 내부 고발자로 몰렸던 사람”이라면서, “쌍용자동차의 위기는 마힌드라 대주주의 경영위기이지만 그 안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경영진들이 있었다. 이들이 또다시 법정관리의 중심에 서서 정상화시키겠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쌍용자동차의 현재 위기는 경영하는 사람들이 경영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면서, “그 실패자들이 법정관리인으로 다시 섰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쌍용차를 정말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금속노조에서 주장하는 경영진이 대표이사를 말하는 건지 전체적인 임원을 통틀어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확한 지칭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쌍용차의 위기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서로 다를지언정 임직원 모두가 함께 헤쳐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부의 형평성 있는 지원

마지막으로 쌍용차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먼저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쌍용차에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지역상생형 일자리 형태로 광주, 군산, 강원 등에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는 전기차 전환 계획이 현재로서는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 ▲25만 대 규모의 상용차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군산형 일자리는 현재 국내 상용차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 ▲강원형 일자리는 전기차 부품사들의 동참이 불투명한 점 등이 아킬레스 건으로 꼽히고 있다.

오민규 연구위원은 “쌍용차에게 비전 있는 사업계획을 제시하라고 닦달하지만 말고 그런 비전을 세울 수 있는 지원을 하고서 얘기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 그렇지 않으면 광주형, 군산형, 강원형 일자리는 특혜라는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오민규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쌍용차 지원 방안으로 ‘SUV 전용 일체형 EV 오픈 플랫폼 개발’을 제안했다. ‘SUV 전용 일체형 EV 오픈 플랫폼 개발’은 지난 6월 정부가 ‘자동차 부품 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 전략’에서 외투완성차 3사(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 예시방안으로 제안한 내용이다.

쌍용차가 SUV 생산 기술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미래차 시장에서도 SUV 전기차가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해당 플랫폼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쌍용차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지원금만큼 개발한 플랫폼에 대한 지적재산권 지분을 가져간다면 향후 지원금 회수도 가능하다. 마냥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민규 연구위원은 “현재 외투완성차 3사 중에서 SUV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건 쌍용차가 유일하다. 글로벌 트렌드 역시 SUV 부문의 전기차가 가장 인기를 얻고 있다. 쌍용차가 해당 플랫폼을 최단시간 안에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투기업 규제 강화

끝으로 외투기업의 ‘먹튀’를 방지하고 책임감 있는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자국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외투완성차 3사 노동자들은 극심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2022년 7월 이후 부평2공장 생산계획이 부재할뿐더러 글로벌 지엠 차원에서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전기차 라인업 중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종은 없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신차 배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민규 연구위원은 “외투완성차 3사가 먹튀나 이윤 빼돌리기를 하지 않고,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그리고 국내 고용과 일자리 유지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조와 함께 견제와 감시, 다양한 산업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의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외투완성차 3사 대책을 정부와 노동조합이 함께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계속해서 먹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쌍용차뿐만 아니라 대구의 한국게이츠, 금융산업의 씨티은행도 마찬가지”라면서, “국내사업을 유지하면서 온갖 특혜를 다 받아 놓고 떠날 때는 대규모 해고와 지역경제의 손실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외국인 투자기업의 먹튀 행태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어서 정부와 국회가 외투기업 노동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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