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 방향은 ‘P플랜’ … 다만 넘어야 할 산 많다
쌍용차 매각, 방향은 ‘P플랜’ … 다만 넘어야 할 산 많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01 20:05
  • 수정 2021.02.01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쌍용차 매각 ‘P플랜’으로 좁혀져 … 산업은행에 초점
​​​​​​​협력사 내 의견 분분‧HAAH 돌연 출국 … 막판 진통 거세
ⓒ 쌍용자동차
ⓒ 쌍용자동차

쌍용차 매각의 방향이 P플랜으로 모아지고 있다. 2월 1일 쌍용차노동조합 대의원 간담회에 따르면 협상에서 뒷선으로 물러났던 마힌드라그룹도 P플랜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 대상자인 HAAH사 사장이 31일 돌연 출국해 협상의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매각 주체들이 막바지 ‘흥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12월 단기차입금 상환의 어려움으로 11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차는 이번 기업회생절차에서 자율구조조정제도(ARS)를 신청했는데, 이에 따라 2월 28일까지 채권단과 자율적인 채무조정을 협의할 수 있게 됐다. 쌍용차 매각 협상의 주체는 쌍용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그룹과 쌍용차, 최대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매각 대상자인 HAAH사다.

마힌드라그룹과 쌍용차 노사(기업노조)는 총고용 보장을 전제로 ‘제3자 매각’을 함께 추진했다. 하지만 매각 후 마힌드라그룹의 쌍용차 주식 보유 문제 때문에 협상에 차질이 생겼다. 마힌드라그룹은 보유 지분(75%) 모두를 매각하기를 원했다. 다른 매각주체들은 대주주의 책임을 요구하며 최소 20%는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쌍용차 노사는 ‘P플랜(사전회생제도, Pre-packaged plan)’으로 매각의 방향을 선회했다.

P플랜은 새로운 인수 대상자와의 매각이 확정된 상태에서 법원이 나서서 강제적으로 인수기업의 채무를 빠르게 탕감하게 하는 제도다. P플랜이 시행되는 경우 법원은 마힌드라그룹의 쌍용차 지분율을 감자(자본감소)하고, HAAH사는 2,800억 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51%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단 여기서 HAAH사는 P플랜 시행 조건으로 2,800억 원의 투자액에 상응하는 산업은행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AAH사는 쌍용차에 투자하는 2,800억 원 전액을 신차 개발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며, 운영에 필요한 금액은 산업은행에서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또한 P플랜을 시행하려면 채권자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쌍용차는 1월 29일 ‘전액 자본잠식’을 공시한 바 있다. 2020년 말 기준 쌍용차의 자본 잠식률은 108.3%이다. 이 같은 쌍용차의 부채는 산업은행 20%, 외국계은행 20%, 상거래채권자(협력업체) 60%로 나눠가지고 있다.

쌍용차는 29일 협력업체와의 간담회에서 P플랜 시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350여 개의 쌍용차 협력업체로 구성된 쌍용차협동회 비상대책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P플랜 협조에 응낙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개별 채권자를 대상으로 동의를 물을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2월 1일 쌍용차노동조합 대의원 간담회에서는 “P플랜 동의는 협력사 전체의 입장 아니다. 설득에 어려움 예상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 나왔다.

실제로 쌍용차의 협력업체는 2020년 9~10월 납품대금의 절반가량만 지급 받았다(대기업 협력업체는 9월 분, 중소기업 협력업체는 10월 분). 또한 쌍용차는 2020년 9~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의 납품대금을 지급할 수 없으며, 2021년 2월분의 납품대금은 일주일마다 현금으로 정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대형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부품 납품을 거부해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P플랜 시행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도 넘어야 할 변수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와 HAAH사에게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과 신뢰성 있는 자금 조달 계획 등을, 쌍용차노동조합에게는 ▲단협 유효기간 3년 연장 ▲흑자 달성까지 무쟁의 각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1일 쌍용차노동조합 대의원 간담회에서는 매각 협상을 진행하던 HAAH사 사장이 1월 31일자로 돌연 출국했다는 소식도 알렸다. 오민규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HAAH가 쌍용차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산업은행의 지원을 더 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