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원, 지원금도 0원, 임대료만 1천만 원”
“매출 0원, 지원금도 0원, 임대료만 1천만 원”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2.04 16:36
  • 수정 2021.02.04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합금지조치는 위헌” … ‘보상’ 없는 집합금지 2차 헌법소원
자영업자 1,212명, 탄원서 제출로 동참
중소상인·자영업자단체가 2월 4일 오전 11시 헌재 앞에서 “‘금지’만 있고 ‘보상’은 없는 집합금지조치 2차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서울에서 볼링장을 운영하는 김종성 씨는 월 임대료만 2,400만 원을 내고 있다. 하지만 종성 씨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70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9년 12월 매출에 비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실내체육시설이 집합금지업종으로 분류되자 볼링장 매출도 바닥을 쳤다. 종성 씨는 절벽 끝에 서 있는 심정이다.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다시 헌법재판소 앞에 섰다. 집합금지조치에 대한 2차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다. 각 업종별 대표들은 2월 4일 오전 11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상은 없고 금지만 있는 집합금지조치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당구장협회·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20개의 중소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자영업만 희생되는 집합금지조치는 법률상 근거 미약

코로나19 집합금지조치의 근간이 되는 감염병예방법의 경우 손실보상규정이 미비하다. 청구대리인인 김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집합금지조치가 위헌인 이유로 ▲재산권 침해 ▲평등권 침해 ▲영업의 자유 제한 등을 꼽았다.

김남주 실행위원은 “중소상인·자영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손실보상도 없는 감염병예방법은 명백한 입법부작위다. 이에 기초한 각 지자체 고시는 피해 중소상인들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조치의 경우 법과 고시 어느 곳에서도 손실보상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평등원칙의 위배다.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영업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형식상 ‘집합금지’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서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정경제팀장은 “집합금지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이 다른 업종과 특별한 차이점이 없다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영업비용의 상실을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남아있다. 서치원 팀장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비축해 놓은 재산을 사용했을 때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2월 4일 오전 11시 “‘금지’만 있고 ‘보상’은 없는 집합금지조치 2차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중소상인·자영업자단체가 소장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왜 자영업자 생존권만 침해하나?

대표 청구인은 총 다섯 명으로, 주로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이다. 청구 당사자 중 일부는 지난 2일부터 무기한 ‘오픈시위’에 돌입했다. 오후 9시가 지나도 문을 닫지 않는 방식이다.

김성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회장은 “45개가 넘는 업종을 실내체육시설로 묶어 다 집합금지 시켰다. 감염병예방법으로 지금까지 우리 자영업자의 재산권과 영업권을 강압적으로 금지해온 것”이라며 “피눈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으나 더 이상은 여력이 없다.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 막대한 손실에 대한 긴급지원금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인성 대한당구장협회 이사도 “방역수칙을 지키기 싫다는 게 아니다.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것”이라며 “어떤 업종은 영업이 가능한데, 왜 어떤 업종은 불가능한지 모르겠다. 힘없고 약자인 소상공인이 운영하고 있는 시설이 코로나19 위험시설이 돼 버렸다. 정부의 현실적인 보상을 요청한다”고 발언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부에 ▲손실보상 소급적용 ▲손실보상 대상에 상시 근로자수 5인 이상 집합금지·제한업종 포함 ▲실제 손해만큼 실질적인 보상 ▲긴급대출 및 임대료 고통분담 방안 등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 토론회에서 소급적용에 대해 “제도를 잘 설계해 앞으로 이런 상황(코로나)이 있을 때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한다는 취지다. 소급적용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헌법소원청구 소식을 들은 자영업자들은 탄원서를 모아 함께 제출했다. 기자회견 전날인 2월 3일 하루 동안 총 1,212명의 자영업자가 탄원서를 썼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집합금지기간 동안 매출 0원, 지원금도 0원, 임대료만 1천만 원이다. 정부는 대기업과 백화점, 대형마트, 종교시설의 재산권과 영업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면서 유독 우리에게만 전면적이고 반복적인 생존권 침해조치를 계속한다”며 “지난 1년 동안 모든 손해를 감수하면서 정부의 방역조치에 적극 동참해온 우리의 손실을 보상해주기 위한 아무런 법제도와 지원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