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 노사협의회 불법 지원” vs. 삼성 “전혀 사실무근”
금속노조 “삼성, 노사협의회 불법 지원” vs. 삼성 “전혀 사실무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22 20:10
  • 수정 2021.02.22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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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노동부에 근참법 위반 진정 … 배임 혐의로 고발도
22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고용노동부 서울지청 앞에서 진행된 ‘삼성그룹의 노사협의회 불법 지원·불법 운영! 노동부 진정 및 경찰청 고발 기자회견’ ⓒ 금속노조

민주노총 산하 삼성계열사 노동조합이 삼성을 ‘근로자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한 서울경찰청에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삼성이 노사협의회를 불법으로 지원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과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 삼성그룹노동조합대표단(이하 삼성노조대표단)이 22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고용노동부 서울지청 앞에서 ‘삼성그룹의 노사협의회 불법 지원·불법 운영! 노동부 진정 및 경찰청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삼성노조대표단은 민주노총 소속 삼성계열사 노조(▲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금속노조 삼성지회 및 삼성씨에스모터스분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서비스연맹 삼성에스원지회 ▲사무금융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와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노조대표단은 “삼성에서는 노동조합이 없어도 노동자들의 복지를 노사협의회가 향상시킬 수 있고, 노사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편향적인 입장이 강요돼 왔다”면서, “하지만 실제 삼성의 노사협의회는 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기는커녕, 불법을 감행하면서 철저히 사측의 입맛에 맞게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현행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에 의거하여 운영된다. 노사협의회는 3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반드시 설치하여야 하며(제4조 1항), 인원 구성은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각각 3명 이상 10명 이하로 제한된다(제6조1항).

과반 이상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근로자위원을 위촉하지만, 아닌 경우 선거를 통해 근로자위원을 선출해야 한다(제6조2항). 노사협의회 위원은 비상임·무보수로 활동해야 하며(제9조), 사용자는 근로자위원의 선출에 개입할 수 없다.

삼성노조대표단은 삼성그룹에서 근참법 위반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불법적인 지원을 통한 근로자위원의 자주성 침해다. 비상임·무보수로 활동해야 하는 근로자위원에게 회사가 매월 활동비나 경조비, 교통비, 근로시간면제 등을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서범진 삼성노동조합조직화법률지원단 변호사는 “삼성그룹은 상근자를 두고 노사협의회를 운영하면서 활동비 등 사실상 보수를 지급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는 이미 2020년 9월에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회사가 근로자위원에게 ▲매달 품위유지비 30만 원을 지급하고 ▲투표 전 50만 원 상당의 법인카드를 지급한 혐의로 진정을 제출한 바 있다.

삼성노조대표단은 “삼성물산에서도 실제 노사협의회 운영에서 근로자위원의 상임 운영, 법인카드를 통한 금전적 지원이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노동조합(위원장 진윤석)도 삼성노조대표단의 주장에 적극 동의했다.

진윤석 전국삼성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사협의회의 권한은 막강하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근로자위원이 되면 인사고과가 자동으로 좋아져서 승진에 굉장히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임원들과 근로자위원들이 자주 만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료 = 2020년 삼성전자 지속가능성 보고서

두 번째는 노사협의회 인원 제한 초과 문제다. 삼성전자가 발행한 ‘2020년 삼성전자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삼성전자의 노사협의회는 총 7개며, 위원 수는 190명에 달한다. 이는 근참법이 규정한 인원 제한을 크게 초과한다.

조원우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삼성물산이 합병되면서 에버랜드, 건설, 패션 등 사업부가 여럿이 됐다”면서, “사업부마다 노사협의회가 존재한다. 에버랜드는 근로자위원이 30여 명 규모다. 건설, 패션 등 사업부는 더 규모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그룹에서는 직선으로 근로자위원을 뽑은 후 간선으로 또다시 근로자위원을 선출한다. 간선으로 선출된 근로자위원들은 노사협의회에서 의결권을 가진다. 또한 이들은 근참법이 규정한 규모와 상응한다.

진윤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협의위원(근로자위원)은 80여 명이다. 이 중 의결권이 있는 협의위원은 10명”이라면서, “그런데 내부 시스템 상에는 노사위원회 명단에 80여 명이 모두 기재돼 있다. 또한 선거구별로 투표를 통해 선출한 위원이 80명이다. 간선으로 근로자위원을 다시 선출하는 것은 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이후 삼성노조대표단은 서울시 종로구 서울경찰청으로 이동하여 삼성그룹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면서 “노동부와 경찰청이 삼성그룹의 노사협의회에 대한 불법적 지원과 운영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할 것”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노사협의회는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삼성노조대표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