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가 먼저 ‘교섭단위 분리’ 시사? 금속노조 삼성지회 의혹제기
노동위원회가 먼저 ‘교섭단위 분리’ 시사? 금속노조 삼성지회 의혹제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4.12 18:37
  • 수정 2021.04.12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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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냐 서울이냐, 교섭대표노조 이의제기 소관 부서 논란
​​​​​​​실제 교섭단위 분리 시 교섭대표노조 변동 가능성
민주노총 삼성그룹사노동조합대표단이 별도의 현수막을 들고 ‘연대’의 뜻을 전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화재본사 앞에서 진행된 어용단체(평협) 이용해 ‘진짜 노조’ 탄압하는 삼성화재 규탄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노동조합 설립 10년 만에 교섭대표노조가 된 금속노조 삼성지회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비판했다. 교섭대표노조 확인 과정에서 삼성물산 리조트 사업부의 교섭단위 분리 가능성을 먼저 시사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삼성물산은 복수노조 체제다. 금속노조 삼성지회와 에버랜드노동조합이 조직돼 있다. 금속노조 삼성지회는 3월 5일 설립 10년 만에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었다. 22명 대 18명으로 삼성지회 조합원이 4명 더 많았다. 하지만 에버랜드노조에서 이의 신청을 제기하면서 실제 교섭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교섭대표노조 확인 과정에서 관할 노동위원회가 어디인지 논란이 빚어졌다.

에버랜드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삼성물산 리조트 사업부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6일 삼성물산의 본사가 서울에 위치해 있으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해당 사건을 맡아야 한다고 봤다. 삼성지회나 에버랜드노조 모두 리조트 사업부에만 노동조합의 가입대상이 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9일 다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관할을 넘겼다.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가 본사와는 독립적으로 인사 노무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에는 지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삼성물산 리조트 사업부에 내린 행정해석이 배경에 놓여 있다.

삼성지회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치가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교섭단위 분리의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추후 절차를 거쳐 삼성물산 리조트 사업부의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된다면 현재 삼성지회가 점하고 있는 대표교섭노조의 지위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지회에는 삼성물산 건설 사업부와 패션 사업부 노동자도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교섭단위가 리조트 사업부로 분리된다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정할 때 타 사업부에 가입한 조합원은 카운트되지 않는다.

서범진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교섭단위는 삼성물산 전체다. 그렇다면 교섭단위를 기준으로 과반수 노조가 맞냐 아니냐를 따져야 한다. 그런데 당사자 노동조합과 회사조차도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지 않았는데 노동위원회에서 교섭 단위 분리를 말한 것”이라면서, “노동위원회가 할 수 있는 판단을 넘어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관할이 어디인지 결정하는 형식적인 판단이었을 뿐 내용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사업부문이 분리되니 별개의 교섭단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관할을 넘겨 버리면 그 판단은 당연히 향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삼성지회의 우려는 이미 3월 25일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에서 나타난 바 있다. 교섭 요구 사실 공고는 삼성물산 본사의 이름으로 게시됐지만, 확정 공고는 삼성물산 리조트 사업부의 이름으로 난 것이다.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교섭 단위 분리를 회사나 에버랜드노동조합이 이야기한 적도 없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사전에 운을 뗀다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처리가 석연치 않다. 삼성의 입김이 아직도 미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편,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삼성지회가 관장 부서 재정 신청을 제기함에 따라 해당 사건을 맡을 노동위원회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3일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