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밖에서 방치된 가사노동자에게도 빵과 장미를!
근로기준법 밖에서 방치된 가사노동자에게도 빵과 장미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3.08 19:57
  • 수정 2021.03.08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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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 위한 3월 집중행동 시작
이영희 가사노동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3월 집중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
이영희 가사노동자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3월 집중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가사관리 13년차 이영희 씨(72세)는 남편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가사 일을 시작했다. 남편이 몸이 아파 직장을 그만두자 본격적으로 생계에 뛰어들어야 했다. 일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처음엔 남의 집이 일터가 된다는 게 두려웠지만, 이 나이에도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 기뻤다.

이영희 씨는 혹여나 일하는 중 다쳐서 수입이 끊기는 상황을 상상하면 불안해진다. 이용자가 갑자기 이사를 하거나 가사서비스를 중단하는 상황도 걱정거리다. 병원비도 병원비지만 한번 쉬고 나면 언제 또 새 일이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나도 받을 수 있나 물어보니 고용보험에 먼저 가입을 해야 하고 보험료를 꼬박꼬박 더 내야 한다고 합니다. 나도 가입하고 싶다 하니 나 같은 가사관리사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그런 노동자가 아니라서 고용보험도 가입이 안 된다고 합니다. 나는 이렇게 매일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노동자가 아니라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한국YWCA연합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여성노동자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3월 집중행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한국YWCA연합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여성노동자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3월 집중행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가사노동자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가사노동자들은 3월 8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가사노동자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3월 집중행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가사근로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3월 집중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한국YMCA연합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이 참여했다. 국회 환노위에 무기한 계류 중인 가사근로자법을 “이제는 행동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가사근로자법은 4대 보험, 퇴직금, 연차휴가 등 가사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 상 권리를 부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여당은 가사근로자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공청회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상 가사근로자법 제정이 어렵다는 게 국회의 설명이었다. 결국 환노위 여야 간사는 오는 12일 진행되는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가사근로자법 공청회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2021년은 ILO에서 189호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이 채택된 지 10년째 되는 해다. 하지만 가사근로자법은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통과되지 못한 채 번번이 폐기됐다.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ILO총회에서 가사노동자 협약을 채택할 때 우리나라는 찬성표를 던져놓고, 10년이 지난 아직도 국내에서는 가사노동자 보호법이 마련되지 않아 법률을 제정하라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 현실이 안타깝다”며 “진정 일하는 여성노동자를 존중한다면 법 밖에 방치된 가사노동자를 위한 입법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여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