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공식화 첫발
가사노동 공식화 첫발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4.29 18:41
  • 수정 2021.04.29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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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보호법 환노위 전체회의 통과
“환영하나 아쉬운 법” 숙제 남았다
29일 오전 11시 30분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통과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법이 마련될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계류 중이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가사노동자보호법)’을 29일 오전 10시에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법 적용이 배제됐던 가사노동자도 연차휴가와 퇴직금, 4대 보험 등을 보장받을 방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환노위에서 통과된 가사노동자보호법은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기업이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게끔 한다. 기업이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해당한다. 그렇게 고용된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보호를 받고, 노동조합 결성도 가능하다. ‘비공식’ 노동이었던 가사노동을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제정안이다.

부족한 부분도 많다. 가사노동자들은 기업에 속해 있어도 직업소개소나 지인 등을 통해 일을 구해왔다. 따라서 제정안은 모든 형태의 가사노동을 담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가사노동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가사노동 관련 단체들이 주장해왔던 ‘공익적 제공기관에 대한 지원과 육성’ 방안이 빠졌다는 것도 미진한 지점이다. 가사노동에서는 비영리 생태계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최근에는 플랫폼 업체들이 가사노동시장에 진입하며 가사노동자들의 임금이 더 낮아지기도 했다. 단체들은 가사노동자보호법에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 공익적 목적을 가진 조직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12세 이하 아동의 보호, 양육을 포함한 가사서비스를 정실질환자가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정신장애인의 취업을 제한하는 법률 27개를 개선하라는 시정권고를 한 바 있다. 정신장애인에게 가사노동자 자격을 빼앗았다는 우려다.

 

돌봄의 봄/나눔의 나/ 사람들의 들/ 이롭게의 이
돌봄과/ 나눔으로/ 사람들을/ 이롭게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봄나들이’ 노래를 부르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아쉽고 부족해도, 가사노동자에게 봄이 올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가사노동자보호법은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노동계는 5월 중 통과를 점치는 상황이다. 29일 환노위 전체통과 직후인 오전 11시 30분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통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YWCA연합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종사자에게는 안정된 근로조건을, 국민들에게는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우리는 현장의 피땀으로 이루어진 가사근로자법이 가사노동자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해지고 있는 모든 비정형노동자들의 보호에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법의 통과는 첫 걸음일 뿐이다. 필요한 후속조치와 정책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오는 6월 16일이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이다.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차질 없이 법이 통과되어 이 날을 축제로 만들 수 있게 해달라”며 “그러나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여전히 알선관계에 남아있을 노동자들을 위해 산재 등 기초안전망이 하루속히 구축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모든 가사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가사노동자보호법에 대해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 관계자는 “저희 법에서는 그분들까지 포괄을 못하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지금 고용노동부가 전국민고용보험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게 확대되면 그 쪽으로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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