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코로나 이후 대비 ‘고용·숙련 유지’ 필요
관광산업, 코로나 이후 대비 ‘고용·숙련 유지’ 필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12.23 00:42
  • 수정 2021.12.2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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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드러난 한국 관광산업의 취약성, 광범위한 고용 사각지대 메워야
디지털 전환도 급속히 진행돼... 코로나19 버티면서 디지털 전환 역량 준비 필요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4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위기 속 관광산업 고용현황 진단 및 대응 마련’ 토론회 현장 ⓒ 서비스연맹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 관광산업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기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목욕물 버리다 아이까지 버려서는 안 되는 법.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용과 숙련 유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와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4간담회의실에서 ‘코로나19 위기 속 관광산업 고용현황 진단 및 대응 마련’ 토론회를 마련했다.

코로나19, 관광산업 위기와
디지털 전환 촉진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관광산업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21년 관광객 수가 2019년 대비 76% 감소했고,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감소율은 95%에 달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기준 외래관광객 수는 252만 명으로 2019년 대비 85.2% 줄었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한국 관광산업은 1988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의 위기는 고용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대비 2020년 여행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만 88명에서 1만 8,271명으로 39.3% 감소했고, 숙박업은 7만 5,211명에서 6만 6,733명으로 10%.1 줄었다.

코로나19라는 대외적 악재는 한국 관광산업 내부의 구조적 요인과 결합해 더 큰 타격을 야기했다. 특히 중국·일본 의존도가 높은 점(2019년 11월 기준 중국·일본 관광객 비중 53.1%)은 관광 수요 감소폭을 키웠고, 저가 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 상황은 관광업계의 기초체력을 부실하게 한 요인이었다.

안희자 부연구위원은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그간 한국은 관광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양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어려웠다”며 “높은 중국 관광객 비중, 저가 여행사의 악성 덤핑 등 한국 관광산업의 기본 구조의 문제점과 이번 위기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광산업 고용 현황과 고용안전망'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 서비스연맹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패키지 관광에서 소규모·럭셔리 관광으로, 해외 관광에서 국내 관광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는 중이다. 또한 각 영역에서 비대면 서비스 도입이 추진되는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고 있다.

기후위기도 관광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광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뜻하는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장거리 비행에 따른 탄소 발생도 문제시 되고 있다. 한국 관광산업이 전통적으로 운영한 방식이 코로나19 이후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여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비즈니스, 교육, 컨퍼런스, 학술대회 등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탈탄소화 정책 강화되면서 관광과 이동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관광산업 생태계가 변화될 것이다.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성장과 고용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광산업 기반 유지시켜야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관광산업의 과제는 ▲코로나19 종식까지 관광산업 및 일자리 유지 ▲변화한 관광산업 패러다임에 적응으로 요약된다.

현재 정부는 국내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금융 지원, 고용 유지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0년 3월 9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여행업, 관광숙박업, 전시국제회의업 등 관광업계를 지정했다. 2021년에는 유원시설업, 외국인전용카지노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추가로 지정했다. 당초 2021년 3월말까지였던 지원 기간도 2022년 3월 말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가 재확산 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코로나19 종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종식 이후 관광산업 부흥기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문호 소장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숙련 노동을 유지한 기업과 국가가 회복이 빠를 것이다. 고용유지가 미래 경쟁력”이라며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이나 액수를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2020년 초 입법을 통해서 실소득의 80%를 2022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정도 수준은 돼야 고용안정을 시킬 수 있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 서비스연맹

또한 고용유지지원금 이외에 대출 지원 신청절차가 복잡한 점과, 대출 이자율이 6~10%대 중금리라는 점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제호민 고용노동부 지역산업고용정책과 사무관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는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맞춰진 제도가 아니라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제조업 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라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장기적인 위기에 처한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하고 있다. 다만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 자체가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묶여 있기에 정책 집행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관광산업 노동 사각지대 줄어야

한편, 특별고용지원업종을 통한 고용유지 정책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관광가이드와 여행사 대리점, 랜드사 등 영세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사각지대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또한 호텔 청소 및 관리 등을 담당하는 숙박업 외주협력업체는 코로나19 초기 관광업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들도 한국 관광산업을 구성하는 일원이지만 열악한 노동조건, 불안한 고용구조 등으로 정부의 정책 대상에서 소외된 것이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관광산업의 내수시장 포화 경쟁으로 고용 및 노동조건이 열악해진 상황”이라면서 “호텔, 여행을 비롯해 관광산업 내 다수의 업종이 초단기, 임시일용, 외주, 프리랜서 등 저임금 불안정 고용으로 운영되고 있고, 임금체계나 제도화 수준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종진 이사장은 ▲관광통역안내 관련 등 프리랜서의 고용보험 적용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및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과 공조한 지원 ▲관광산업 특성을 반영한 유럽의 부분실업급여제도 시행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언중인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 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서비스연맹

아울러 이날 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관광산업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체계적인 관광산업 종사자 실태조사가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광사업체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해당 통계에는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형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아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사업체에 들어온 노동자 현황은 확인되지만, 사업체 현황 조사에서도 협력업체나 프리랜서, 특고 단위가 포함되지 않는다.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어느 정도 규모인지 어떤 부분에서 새로 생겨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호 소장도 “관광산업 고용안전망 정책 기반을 위해 정기적으로 ‘종사자 실태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는 산별노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점에서 관광레저산업노조 창립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관광레저산업노조는 올해 10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호텔업, 여행업, 골프장, 카지노 사업장 등 30여 개 기업별 노조가 힘을 합쳐 설립한 산별노조다. 

실효성 있는 관광산업 교육훈련 필요

관광산업 노동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다만 정슬기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과 사무관은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종사자 및 사업체 교육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이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교육이 커리어와 임금과 연계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교육 예산 늘려도 실효성이 있을까 고민이 든다”고 밝혔다.

김종진 이사장은 “관광산업 종사자 직무 및 직업훈련은 사실 타 서비스 직종에 비해 직무교육 프로그램 등은 나름 잘 갖추어져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훈련 뒤 고용 및 노동조건이 연동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이는 이해당사자 중 노동조합의 참여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스웨덴이나 독일, 프랑스처럼 관광산업의 저임금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 공동의 논의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 그 목적이 관광산업 재진입인지 아니면 타 업종 진출인지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문호 소장은 “교육훈련과 관련해 전 산업이 공통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휴직자, 실업자의 재교육은 기존 산업의 재진입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직업 이동을 위한 것인지 방향 설정에서 혼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희자 부연구위원은 “직업 이동을 위한 교육훈련이라면 문체부에서 시행하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다만 관광산업 내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압박이 상당히 큰 상황이다. 공사나 협회에서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사업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다만 문체부 내에서 직무역량을 정교하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로드맵을 수립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한국 관광산업의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종식 이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노정 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비스연맹은 20대 대선 정책 요구안으로 ‘서비스산업 전환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아 정책국장은 “고용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불안정 노동이 늘어나는 여건에서 서비스산업 전환위원회는 산업전환 시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부처별 역할을 부여하고 각종 법 제도의 정비, 고용을 전제로 한 기업 지원책을 논의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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