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택배 파업 좌담] “정부·국회 나서지 않는다면, 다 죽으란 이야긴가?”
[CJ택배 파업 좌담] “정부·국회 나서지 않는다면, 다 죽으란 이야긴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2.21 02:56
  • 수정 2022.02.21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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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CJ대한통운 파업 56일째··· 정부·국회, ‘노사문제’로 돌리며 사실상 방관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는 것··· 이렇게 수십 일간 거리에서 외쳐야 할 문제인가?”
[좌담] CJ대한통운 본사 농성장 택배노동자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이 길어지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은 지난해 12월 28일 CJ대한통운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곧 두 달이 된다. 지난 10일부턴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현재 파업 인원은 약 1,800명이다. 본사엔 약 150명, 본사 앞 거리농성장엔 1,000여 명의 노동자가 투쟁 중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계기로 올린 택배요금을 노동조건 개선에 제대로 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CJ대한통운이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에 당일배송 등 사실상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해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노조는 이런 쟁점을 풀기 위해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노조의 요구를 일축하며 “노조의 법적 교섭대상은 대리점”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사태를 ‘노사문제’로 돌리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방치된 택배노동자들은 본사 점거농성 등 주로 과격한 행동을 할 때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점차 ‘폭력적인 집단’으로 비치고 있다. 대선을 앞둔 투쟁이기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 투쟁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이 사태를 일개 노사문제로 치부해서 전부 다 손을 놓고 있다. 이건 단순한 노사문제가 아니다.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길에 나와 있다. 사회문제가 된 거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결해야 한다. 그럼 해결의 주체는 정부와 국회가 돼야 한다. 이 두 곳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다 죽으란 이야기 아닌가?”(이진성 택배노조 대경지부 조직국장)

CJ대한통운 본사 농성장에서 정부와 국회의 중재를 바라는 택배노동자들을 만났다. 택배노조 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 황성욱 경남지부 지부장, 이진성 대경지부 조직국장, 오수영 CJ파주A지회 지회장, 신현호 CJ파주B지회 지회장에게 현장에서 체감하는 사회적 합의 이행 수준, 파업 결정 배경, 현재 심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좌담은 지난 18일 오후에 진행했다.

*지난해 6월 22일 정부·더불어민주당·택배사·대리점연합회·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화주단체·소비자단체 등이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을 도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택배노동자가 분류 작업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사진 왼쪽부터) 황성욱 경남지부장, 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장, 이진성 대경지부 조직국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 택배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50일이 넘었다. 어떤 심정인가?

이진성 대경지부 조직국장 : 우리가 무슨 요구조건을 내건 게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것, 노조 출범 이전으로 노동조건을 회귀시키지 말라라는 거다. 그게 이렇게 1,000여 명이 수십 일간 거리에 나앉아서 외쳐야 할 사안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이 있다. 그러면 CJ대한통운에게 우리는 무엇인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고민 끝에 도달하는 건 노조 죽이기뿐이다. 21세기에 노조 자체를 없앨 순 없겠지만 최대한 우릴 무력화시켜 두 번 다신 노조의 이름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건을 만들려는 것 같다. CJ대한통운이 이익을 창출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는 현장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싸움은 끝까지 이겨야겠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돌파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어렵지만 서로 격려하며 투쟁하고 있다.

유성욱 본부장 : 어떤 요구조건을 내걸고 한 투쟁이었다면 백 번 양보하고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우리에게 제시한 부속합의서에 담긴 노예 같은 업무조건을 강요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죽으면 죽었지 다신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택배요금 인상, 처우 개선은 뒷전?
“CJ대한통운 사회적 합의 제4조 위반”

-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계기로 올린 택배요금을 노동환경 개선에 제대로 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유성욱 본부장 :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인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출발했다. 장시간 노동의 핵심 원인은 분류작업이었다. 이에 따라 택배노동자의 업무에서 분류작업을 배제시킨다는 합의를 이뤄낸 거다. 이 합의를 완성하기 위한 택배요금 인상분은 170원으로 명시됐다. 이는 분류인력 투입, 사회보험 가입 등을 위해 필요한 직접 원가 상승요인으로 산업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라 정해졌다.

이런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70원, 올해 1월에 100원을 더 인상했다. 그런데 총 270원의 인상분 중 분류비용과 사회보험비로 84원(부가세 포함), 약 31%를 책정했다. 이는 사회적 합의 위반이다. 합의문 제4조에는 택배요금 인상분을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 CJ대한통운은 ‘작업환경 개선·첨단기술 및 설비투자·미래투자 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택배비를 인상’했다는 입장인데?

유성욱 본부장 : CJ대한통운에 분류작업 자동화 설비(휠소터)는 2016~2017년경 설치됐다. 압도적인 물량을 확보한 CJ대한통운이 휠소터 없인 물량을 도저히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설비 투자 이후 수수료를 건당 20원씩 이미 삭감한 바 있다. 6~7년간 매년 200~300억 원을 투자비로 회수하고 있었다. 설비 투자가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에 일부 기여한다더라도, 이번 요금인상분인 연 3,000~4,000억 원씩 투자비를 회수한다는 것은 과도하다 게 노조의 입장이다.

- 또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4월) 택배요금 인상분은 140원 정도고, 이중 절반가량을 택배기사 수수료로 배분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유성욱 본부장 : CJ대한통운 인트라넷인 ‘엔플러스’에서 수수료 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월과 11월 수수료를 비교해 보면 평균 5원이 인상됐다. CJ대한통운이 줬다는 수수료 절반은 대체 어디 간 건가? 노조는 이를 검증해 보자고 하는데, 회사는 입을 다물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겠단 요금인상분의 대부분을 회사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어 놨다고 본다. 이런 구조 아래서 택배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뒷전인 상황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사진 왼쪽부터) 신현호 CJ파주B지회장, 오수영 CJ파주A지회장, 황성욱 경남지부장, 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분류인력 투입돼도 “버거워”
분류작업 해방 아직 ‘먼 이야기’

- 분류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오수영 CJ파주A지회장 : 파주A서브터미널엔 10개 대리점, 100여 명의 택배노동자가 일한다. CJ대한통운은 휠소터가 깔린 터미널에 택배노동자 5명당 1명꼴로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 했고, 우리 대리점도 택배노동자 10명에 분류인력 2명이 들어왔다. 그런데 각 대리점마다 레일 특성이 다르다. 우리 대리점은 능숙한 택배노동자 5~6명이 레일 앞에 서 있어야 분류작업이 된다. 분류인력 2명은 어쩔 땐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는 거다. 그나마 분류인력이 아예 투입되지 않은 근처 대리점도 있다.

우리 지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이번에 대리점 택배노동자 과반(11명)이 파업을 하게 되니, 소장이 부랴부랴 분류인력을 늘려주겠다고 하더라. 그 다음엔 요금인상분에서 분류비용으로 제대로 안 쓰고 본인 주머니로 들어간 돈을 다 토해내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이 이야기가 다른 대리점까지 흘러가서 소장들이 통장 내역까지 택배노동자들에게 확인시켜주고, 돈을 뱉어내는 일이 벌어졌다. 지사장(원청 CJ대한통운)도 뻣뻣했던 고개를 숙이고 택배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 이 일 때문에 파주 택배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신현호 CJ파주B지회장 : 파주B서브터미널엔 12개 대리점, 80~90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분류인력이 택배노동자 5명당 1명 투입됐더라도 정말 버겁다. 물량이 워낙 많아서 감당할 수가 없다.

황성욱 경남지부장 : 경남은 군·면단위 터미널이 많다. 이런 데는 수동레일에서 작업한다. 지역을 돌아 보면 분류인력이 안 들어와 있는 터미널이 상당수다. 따로 분류작업비를 받아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택배노동자가 대다수다.

유성욱 본부장 : 황 지부장이 이야기하는 CJ대한통운의 67개 직간선터미널은 소규모로 운영되고, 휠소터 설치도 불가능한 곳이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할 때도 택배노동자들에게 분류작업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분류작업비의 50%, 올해 1월부턴 100% 지급해야 한다는 게 사회적 합의다. 그런데 이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진성 대경지부 조직국장 : 내가 일하는 경주엔 택배노동자 100여 명이 있고, 조합원은 70명이 넘는다. 노조 조직률이 높은데도 분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진 않는다. 아무래도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고 물품이 엉망으로 섞여 있는 경우가 있다. 택배노동자가 실제로는 직접 가서, 다시 찾고 뒤져야 한다. 또한 분류인력의 대부분은 대리점 소장의 부인,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거나 고령노동자다. 눈치를 보게되는 측면이 있다. 또 연세 드신 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분류인력이 투입됐더라도,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유성욱 본부장 : 5:1이란 기준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 수치는 2020년 박근희 CJ대한통운 당시 대표이사가 잇단 택배노동자 사망에 공식 사과하고, 택배현장에 4,000명 규모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서 나온 거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2만 명이니까 5:1 비율로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비율과 상관없이 3:1이든, 2:1이든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하지 않도록 사용자가 알아서 분류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사진 왼쪽부터) 신현호 CJ파주B지회장, 오수영 CJ파주A지회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국토부 현장점검 결과?
“할 말 잃었다”

-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는 현장점검 결과 택배터미널 25곳 중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곳(28%),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12곳(48%)으로 “합의사항이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호 CJ파주B지회장 : 국토교통부는 결국 70% 이상은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을 하고 있단 결과를 두고도 양호하다고 발표했다. 그 기사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분류작업을 하고 있고, 분류작업비 지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수영 CJ파주A지회장 : 양호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사회적 합의문엔 올해부터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불이행되는 곳이 70%나 있음을 확인했잖나? 원칙적으론 불이행이 맞다.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
“독소조항으로 사회적 합의 무력화”

-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표준계약서에 ▲당일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의 조항이 담긴 부속합의서를 끼워넣어 문제라고 지적한다. CJ대한통운은 ‘부속합의서의 원문인 표준계약서에 주60시간 이내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문화해서 문제될 사안은 없다’는 입장인데?

유성욱 본부장 :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핵심 배경은 ‘당일배송 의무’에 있다. 이 내용을 계약서에 넣어서 의무화하면 대리점 소장들이 ‘왜 계약서 대로 안 하냐’고 물었을 때, ‘힘들어서 못한다’고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사회적 합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거라고 본다. 당일배송을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만약 허브터미널에서 서브터미널로 오는 간선차가 오후 2~3시 돼야 온다면 기사들은 당일배송을 위해 저녁 9시, 10시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

또한 터미널 도착 상품 무조건 배송 조항은 택배 규격, 기준, 판가 미준수 상품에 대한 택배노동자들의 개선 요청을 원천 봉쇄하는 조항이다. 주6일제 조항도 노동시간 단축을 전제로 주5일제 시범운영을 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 취지를 역행한다. 이는 주5일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독소 조항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을 수 있겠나?

이진성 대경지부 조직국장 : 택배노동자들은 대부분 계약서에 명시됐든 안 됐든 당일배송을 한다. 같은 짐을 두 번 만지길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부장이 말했듯 허브터미널, 간선차량 등의 문제가 생겨서 배송을 늦게 나갈 수도 있다. 당일배송을 하려면 야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막으려던 사회적 합의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선 당일배송 조항이 별 구속력이 없다는데,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세 개 독소조항 중에서도 당일배송 조항을 일선 택배노동자들은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바라는 대화
‘요금 인상분 검증+부속합의서 제시 배경 설명’

-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과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하겠다는 건가?

유성욱 본부장 : 두 가지다. 첫 째는 수수료 인상분 배분 관련 회사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검증을 해달라는 거다. 검증이 된다면 우린 회사의 주장을 인정할 거다. 이 제안에 CJ대한통운은 아무 대답을 안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부속합의서 문제다. 대리점에선 CJ대한통운이 부속합의서를 내려보냈기에, 택배노동자들에게 그대로 강요하고 있는 거라고 한다. 왜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우체국택배엔 있지도 않은 부속합의서를 CJ대한통운만 강요를 하는 건지 회사의 정확한 입장을 달라는 거다.

-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의 택배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했다. 이에 불복해 CJ대한통운은 행정소송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노조가 요구하는 대화는 교섭으로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거 아닌가?

유성욱 본부장 : 전혀 아니다. 사회적 논의에 CJ대한통운은 합의 주체로서 참여했다. 원청, 대리점, 택배노동자, 화주, 정부 등 택배산업 관련 주체들이 모여 만들어낸 게 사회적 합의다. 이제 와서 원청은 택배노동자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으니, 대리점과 이야기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우린 교섭하자는 게 아니다. 사회적 합의 당사자인 CJ대한통운에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를 가지고 대화하자는 거다.

- 택배노조는 정부와 국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노사 간 ‘택배요금 분배’ 문제까지 개입하긴 어렵단 입장이다.

유성욱 본부장 : 앞서 설명했듯 우린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 제4조를 어겼다고 보는 거다. 요금 분배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 제4조 이행 여부가 쟁점이기에 당연히 합의 당사자인 여당(더불어민주당), 정부가 나서달라고 하는 거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황성욱 경남지부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우리가 무슨 정치적 소신이 있어
생계를 팽개치고 이 투쟁을 하겠나?”

- 택배노조가 대선 전 정치적, 이념적 목적으로 투쟁하고 있다는 해석을 일부 언론에선 내놓고 있다.  

황성욱 경남지부장 : 우린 과로로 곁을 떠나는 동료를 목격했고, 현장에서 쓰러져 앰뷸런스를 타고 실려가는 동료를 봐왔다. 똑같이 일하는 우리도 언젠가 똑같이 쓰러질 수 있다는 공감대 속에 투쟁했고,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다. 이젠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나 싶었는데, CJ대한통운이 이 합의를 뒤집으려 한다. 현장 조합원에겐 이념이고 분배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린 택배노동자가 쓰러지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투쟁하고 있다. 그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조합원들은 분하고 억울해 한다.

오수영 CJ파주A지회장 : 우리 지회는 파업에 참여한 지 보름이 안 됐다. 조합원들이 먼저 30일 이상을 싸우면서 너무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모습에 함께하게 됐다. 정치적 소신은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아내와도 선거 때 누구 찍었는지 안 물어본다. 다만 정치권이 우리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우리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정치인을 우리도 힘 있게 외쳐줄 수 있는 거다. 만약에라도 노조가 특정 정치적 지향을 강요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는 것 자체가 웃긴 거 아닌가?

이진성 대경지부 조직국장 : 무슨 정치적 소신이 있어서 생계를 팽개치고 이 아스팔트 바닥에서 투쟁을 하겠나? 직장 생활하는 내 아내는 저녁까지 연장근무로, 주말에도 출근하며 생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린 파업을 2개월간 한다면, 정상적인 사이클로 돌아가기까지 1년은 더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감수하고 투쟁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이 사태를 일개 노사문제로 치부해서 전부 다 손을 놓고 있다. 이건 단순한 노사문제가 아니다.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길에 나와 있다. 사회문제가 된 거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결해야 한다. 그럼 해결의 주체는 정부와 국회가 돼야 한다. 이 두 곳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다 죽으라는 이야기 아닌가? 이번 사태는 정치, 이념과 관계없다. 오직 생존권 문제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이진성 대경지부 조직국장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저녁 있는 일상을 지키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수영 CJ파주A지회장 : 노조가 설립된 이후로 택배노동자들에게 써야 할 돈이 대리점 소장에게 들어가는 경우 등 사회적 합의를 악용해 택배노동자들에게 뭔가를 더 가져려는 행태를 알게 됐다. 근본적으로 택배업계 대리점제 문제가 심층적으로 다뤄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성욱 경남지부장 : 우리의 생존권을 걸고 하는 투쟁을 언론이 진실되게 보도했으면 한다. 택배노동자들은 빨리 돌아가서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가족과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밥 먹는 게 소원이다. 다른 건 없다. 그런데 우리를 자꾸 왜곡하고, 국민의 눈을 가리는 일들이 너무 안타깝다. 진실을 보도해달라.

신현호 CJ파주B지회장 : 파업에 동참한 지는 며칠 안 돼서 50일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우린 집에서 언제 들어오냐는 질문에 답을 잘 못한다. 간선차가 늦어지면 마냥 그냥 기다린다. 우리가 바라는 꿈은 남들처럼 저녁이 있는 삶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여기 나와 있는 거다. 우리를 더는 왜곡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진성 대경지부 조직국장 : 불과 얼마 전까지 여기 있는 택배노동자들은 우리 이웃이었다. 가정에 택배를 전달하며 함께 눈웃음 짓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폭력집단으로 매도되는 현상이 가슴 아프다. 우리도 퇴근하는 길에 집에 전화해서 ‘뭐 필요한 거 없어?’라고 묻는 소소한 일상을 지키고 싶은 건데, 폭도로 매도되면 정말 피눈물이 난다. 기자나 시민 여러분이 우리의 심정을 제대로 알아줬으면 한다. 우리 그렇게 과격하거나 별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의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전하고 싶다.

유성욱 본부장 : 파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민과 소상공인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단 말씀드린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과 소상공인이 택배요금 인상에 흔쾌히 동의해 줬기에 사회적 합의가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런 합의를 이용해서 이윤을 먼저 챙기려는 CJ대한통운을 막지 않으면, CJ대한통운은 이런 행보를 계속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투쟁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