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65일 파업 끝’··· 성과와 과제는?
택배노조 ‘65일 파업 끝’··· 성과와 과제는?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03.02 19:23
  • 수정 2022.03.02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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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택배노조-대리점연합 잠정 합의문 마련
택배노조, “즉시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한다”
보고대회 열고 파업 성과 설명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2일 택배노조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택배노조가 파업 65일째인 2일 파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과 이날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면서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보고대회를 열고 “이번 사태로 발생한 국민 소상공인 및 택배종사자의 피해가 더는 확대되지 않도록 즉시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합의가 타결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노동조합도 사측도 이번 파업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국민과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이 돼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종철 대리점연합 회장도 “늦었지만 지금이라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택배 서비스를 안정화해야 한다는 데 같은 입장이었다”고 했다. 

이날 파업을 종료하며 택배노조가 짚은 성과는 크게 세 가지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성과1. 쟁점 부속합의서는 ‘복귀 후 논의’

공동 합의문에 따르면 이번 파업사태를 촉발한 부속합의서 문제는 조합원들의 현장 복귀 후 오는 6월 30일까지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이 논의하기로 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대리점이 제시한 ▲당일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 이른바 ‘독소조항’이 담긴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는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막으려던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한다는 입장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가장 쟁점이었던 부속합의서 문제는 일단 빼고, 표준계약서에 기초한 개인별 위수탁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뒤 복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부속합의서 협의 과정에서 CJ대한통운과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예를 들어 부속합의서에 적힌 당일배송을 하려면 원청의 허브터미널에서 마지막 간선차를 서브터미널로 언제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적어도 CJ대한통운이 언제까지 마지막 차를 보내야 하는지를 연동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택배노조-대리점연합-CJ대한통운 간 협상이 제도화되는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성과2. 대리점-택배기사 간 계약관계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

공동 합의문엔 파업 과정에서 개별 대리점이 택배노동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하지 않도록 대리점연합이 협조하겠단 내용이 담겼다.

이 조항은 대리점연합이 개별 대리점에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김종철 대리점연합 회장은 “현장 대리점들의 경영권까지 간섭할 권한이 없어 협조 요청을 구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날 “이번 파업 중 발생한 불법점거 및 폭력행위는 결코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리점연합은 대리점과 택배노동자 간 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파업 과정에서 대리점별로 상당수 조합원이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며 “대리점연합이 기존 계약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조합원들이 현업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 제11조에 따르면 '대리점이 택배노동자에게 60일 이상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그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대리점의 계약해지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대리점연합이 따로 현장 대리점들에게 협조를 구하지 않아도 택배노동자들은 대부분 생활물류서비스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대리점연합회 관계자의 의견이다.

김종철 대리점연합 회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양보를 해준 것도 없고, 양보받은 것도 없다”며 “합의문엔 각 주체의 역할을 담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성과3. 사회적 합의 이행은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 이행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지난달 28일 제안한 사회적 대화기구 재소집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회적 합의 이후 이행 준비 기간에 정부가 노동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을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인정하고, 이 점에 대해 사회적 합의 구성원들이 모여 다시 해법을 찾아내자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노동자들 입장에선 함께 지혜를 모아 문제를 풀 기회가 다시 열렸다”고 이야기했다.  

사회적 대화기구 재소집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따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리점연합 측은 “노사 간 문제임에 불구하고 택배노조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추가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민생연석회의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3일 조합원 찬반투표 거쳐
공동합의 체결 예정

잠정 합의문을 두고 택배노조는 오는 3일 오후 1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3~5일은 개별 대리점과 기존 계약서의 잔여기간을 계약기간으로 하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복귀할 계획이다. 업무 재개 예정일은 7일이다. 

대리점연합도 3일 오전 대의원회의를 열어 잠정 합의문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택배노조와 대리점연합회의 공동 입장 발표 기자회견도 예정됐다. 

택배노조는 “과로사를 막아내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부족한 모습도 보여드렸고, 많은 불편도 끼쳤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이번 타결을 시작으로 죽음의 일터를 바꿔내고 더 밝은 표정으로 초인종을 누르며 국민들을 뵐 수 있도록, 더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 파업으로 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과 심려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리점연합과 택배노조가 대화를 통해 파업을 종료한 데 환영하며, 회사는 신속한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국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공동합의문(잠정)

1. 금번 파업으로 발생한 국민, 소상공인 및 택배종사자의 피해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즉시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한다. 또한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 택배노조 조합원은 개별 대리점과 기존 계약서의 잔여기간을 계약기간으로 하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복귀하며, 모든 조합원은 서비스 정상화에 적극 참여하고 합법적 대체 배송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만  대리점연합과 택배노조는 복귀 즉시 부속합의서 논의를 개시하여 6월 30일까지 마무리되도록 한다.

3. 개별 대리점에서 금번 파업 사태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이 진행되지 않도록 협조하며 향후 노사 상생과 택배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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