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①] 내 직장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GGM 노동자
[커버스토리①] 내 직장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GGM 노동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6.14 00:01
  • 수정 2022.06.14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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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광주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 혹은 떠날 이유
여기보다 괜찮다 싶으면 일단 넣어보는 입사 원서

넥스트 광주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지 8년이 돼갑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로 대표되기는 합니다만, 광주형 일자리의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세우고 청년들을 고용하고 캐스퍼도 양산하게 된 건 성과입니다. 이제 많은 이들이 광주형 일자리의 다음을 고민합니다. 다음은 현재와 과거를 살펴야 내딛을 수 있는 계단입니다. 광주형 일자리를 중간 점검해보고자 광주를 찾았습니다.

커버스토리① GGM 노동자가 말하는 GGM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일정이 빠듯해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다. 지난 5월 어느 날 광주 한낮 기온이 29도까지 올랐던 탓에 택시 에어컨 바람에 한숨 돌리려는 찰나 택시기사님들이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생각이 문득 지나쳤다. “광주형 일자리를 들어보셨냐”고 물었다. 한 100미터쯤 갔을까. 그제야 택시기사님은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좋다”며 “서울이 일자리는 많은데 거기 살면 돈도 못 모으고, 집도 장만 못하고 청년들이 힘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거기는 어떻게 들어가냐?”고 바로 물었다. 채용 공고가 뜬다고 이야기하고 몇 마디 말을 더 나눴다. 민심의 바로미터가 꽤 정확하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인식하기에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청년들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이다.

지역을 떠나지 않는 청년들,
그들이 떠나지 않고 일할 이유

그날 저녁, 광주를 떠나지 않고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일하는 C씨를 만났다. C씨의 GGM 입사 지원 이유는 세 가지다. C씨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다른 직장보다 급여를 좀 더 받을 수 있다는 점, 임금 수준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지만 복지 측면으로 채워준다고 한 점, 정부에서 주도하는 일자리라 좋지 않을까 기대가 있다는 점.

첫 번째 이유는 C씨의 개인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지역 청년들도 공감할 이유다. 2021년 말 발표된 ‘광주광역시 청년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광주 청년(19~39세) 취업자의 61.2%가 250만 원 미만의 월평균 임금을 받고 있었다. 연봉으로 단순 환산했을 때 3,000만 원 미만인 것이다. GGM의 경우 평균 연봉 3,500만 원으로 지역 청년들에게 나은 일자리인 셈이다. 물론 평균 연봉 3,500만 원은 임원을 뺀 전체 노동자의 평균 연봉을 말하는 것이었다. C씨는 “합격 후 전화가 와 설명을 해주는데 주 44시간 기준 연봉 2,950만 원이라고 해 좀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른 직장보다는 더 받았기에 선택했다.

주거 지원, 공동복지프로그램 등 사회임금이 있다는 두 번째 이유 역시 C씨의 개인적 이유이자 지역 청년들도 공감할 이유다. 노동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임금을 주거비나 기타 생활비 등으로 지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C씨가 이야기한 세 번째 이유는 이 일자리가 안정적이고 발전적일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다.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 주도의 일자리가 아니지만 대통령이 직접 왔다는 점을 C씨는 강조했다. 즉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괜찮은 일자리이고 미래가 있는 일자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낮에 만난 택시 기사님의 말이 맞는 것 같다. C씨와 같은 지역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않고 일할 괜찮은 일자리이니 말이다.

내 직장의 미래가 걱정된다,
이직을 마음에 품고 있는 대부분

그러나 C씨는 이제는 광주형 일자리가 미래를 걱정하는 일자리라고 했다. 100점 만점에 30점짜리 일자리라고 했다. 직장 동료들은 30점보다 덜 줄 것이라고도 했다. C씨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자신의 미래가 너무 걱정돼 화가 날 때 공부를 한다고 했다. 이직을 위한 공부, 이직을 위해 필요한 자격증 취득 준비를 위한 공부다. 직장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이직을 고민한다. 이직률은 업계 평균이라고 하지만 이직을 마음에 품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C씨가 직장을 오가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어디 괜찮은 일자리가 났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이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공장, 캐스퍼 양산에 들어서며 희망적인 분위기가 돌고 있는 공장. 그러나 정작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무엇이 그들의 밝은 미래를 잠식한 걸까. C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어느 쪽도 보장이 안 된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게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좀 많이 원해요. 그렇다고 워라밸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임금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 강도가 낮은 것도 아니고. 어느 것 하나 저희가 긍정적인 요소를 찾기 너무 힘든 것이죠. 회사에서 애들(동료) 하고 얘기하는 게 이 회사가 미래가 있을까, 맨날 하는 얘기가 이 회사가 잘 될까, 이런 얘기해요.”

“진짜 많이 나가고 싶어 하고, 힘들어해요. 물론 첫 회사가 힘들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계획 없이 무조건 시작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약속했던 것들, 하기로 했던 것들을 막상 입사하고 나서 해주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다 하는데.”

C씨가 GGM에 지원했던 이유가, C씨의 동료들이 GGM에 지원했던 이유가 무색해졌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약속이 이행되고 있지 않음’은 무색함의 정도를 더하고 있다. 이행하기로 했던 약속은 사회임금 실현을 위한 주거, 보육, 교육, 의료 등의 지원이다. 아예 이행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약속 이행의 수준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의 온도 차가 극명하다. 온도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야심 차게 시작한 GGM의 지속가능성은 불투명해진다. 이는 C씨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GGM을 만드는 데 광주형 일자리 운동이라는 지역혁신 운동을 해온 지역 노사민정 주체들을 만났다. GGM의 지속성에서부터 지역혁신 운동으로서 광주형 일자리를 중간 점검해달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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