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③] 광주형 일자리 지속가능성? “품질로 확보할 것”
[커버스토리③] 광주형 일자리 지속가능성? “품질로 확보할 것”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2.06.14 00:03
  • 수정 2022.06.13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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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M을 둘러싼 여러 논란, 경차? 위탁공장? 내연기관차?, 공급망?
‘품질 최우선’으로 지속가능성 확보할 것

넥스트 광주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지 8년이 돼갑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로 대표되기는 합니다만, 광주형 일자리의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세우고 청년들을 고용하고 캐스퍼도 양산하게 된 건 성과입니다. 이제 많은 이들이 광주형 일자리의 다음을 고민합니다. 다음은 현재와 과거를 살펴야 내딛을 수 있는 계단입니다. 광주형 일자리를 중간 점검해보고자 광주를 찾았습니다.

커버스토리③ 산업적 관점에서 본 GGM의 지속가능성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되는 캐스퍼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탁 생산한 현대자동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지난해 9월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까지 캐스퍼 누적 판매량은 1만 4,072대에 달한다. 현재도 매월 4,000여 대의 판매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캐스퍼의 깜짝 흥행으로 GGM을 향한 세간의 우려는 일정 정도 불식된 상태다. 하지만 캐스퍼의 인기가 사그라진 이후의 GGM스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 자동차업계 구조에서 위탁생산업체인 GGM이 정말 지속가능한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줄어든 경차 판매량
캐스퍼로 반등

2021년 4월 29일 광주 빛그린산단에서 GGM 준공식이 열렸다.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선 건 23년 만에 처음이다. GGM 설립까지 국내에 신규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많은 전문가는 전망했다.

완성차업계의 수익률은 평균 2% 남짓. 또한 탄탄한 부품 공급망을 갖추려면 상당한 생산 물량이 전제돼야 했다. 더불어 제조업 중에서도 자동차산업 종사자의 임금은 평균보다 21% 상회한다. 2020년 기준 제조업 종사자 연 평균 임금은 4,017만 원인데 반해 자동차업계 종사자는 4,878만 원이었다. 더욱이 부품업체를 제외하고 완성차업체를 따로 떼어놓는다면 평균 임금은 더욱 올라간다. 요컨대 포화상태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 공급망 구축의 어려움, 자동차업계의 높은 임금 등이 현실적 제약으로 거론됐다.

광주 노사민정은 비용적인 부분에서의 제약을 사회임금전략을 통해 돌파했다. 하지만 GGM의 운영 계획이 여론에 구체적으로 알려지자 우려의 시선이 다시 제기됐다. GGM이 내연기관차, 그중에서도 경차(통상 배기량 1,000cc 이하 차량)를 연 10만 대 규모로 생산한다고 밝힌 것이다.(현재 GGM은 연 7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 6,752대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1만 3,700대, 2020년 9만 7,092대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하지만 캐스퍼 흥행으로 축소된 경차 시장에 활성화를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있다.

경형 SUV 캐스퍼는 기존 경차 모델인 모닝이나 레이와 다른 지향점을 가진다. SUV로서 캠핑 등 레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다른 SUV 차종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사회초년생의 퍼스트카 혹은 세컨카로 입지를 새로 다졌다는 것이다. 기존 경차 모델보다 캐스퍼의 가격이 다소 높다는 지적이 소비자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품질 강조로
물량 안정성 확보

더불어 GGM아 위탁생산업체라는 점도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GGM은 출범 당시 현대차와 5년간 35만 대 생산을 협약한 바 있다. 향후 5년간 생산물량을 확보했지만, 그 이후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GGM은 ‘품질’을 내세웠다. GGM은 “적정한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최소 5년간 물량 확보에는 걱정이 없지만 이후 중장기적인 비전을 마련하고, 꾸준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해야만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며 “상생을 바탕으로 최고의 품질을 확보할 것”이라고 알렸다. 생산 품질이 확보된다면 위탁생산물량 수주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GGM은 통상적으로 완성차업계에서 5차례 품질 검사를 시행하는 데 비해 7차례 검수를 거친다. 광주시는 “GGM 경영진도 많은 물량을 생산하는데 역량을 쏟기보다는 먼저 품질과 완성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숙련도를 고려해 현대차·기아에 비해 가동 속도를 무리하지 않게 설정하고 있다. 품질 확보에 애를 많이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다만 현재 GGM이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친환경차 생산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문제로 거론된다. 내연기관차 생산으로는 GGM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최초로 논의되는 시점인 2010년대 초반에 비해 현재 친환경차 전환은 더 이상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GGM은 “연구 개발이나 시장 수요를 예측한 판매 전략은 GGM의 몫이 아니다. 최고 품질의 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공장을 건설할 때부터 유연한 생산라인을 염두에 뒀다”고 답했다.

광주광역시도 “아직까지 친환경차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언제든지 친환경차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에서는 EV 캐스퍼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말 전기 경형 SUV의 선행 개발 시험용 차량(Trial car, T-car)를 제작할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자동차 생산 과정상 T-car 제작 이후 1년 6개월 이후 양산차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EV 캐스퍼는 2024년경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EV 캐스터를 어디에서 생산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모델은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적지 않다. 더불어 EV 캐스퍼와 같은 소형 전기차의 경우 준중형·중형 전기차에 비해 판매가격을 높게 설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GGM에서의 생산이 유력해 보인다.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되는 캐스퍼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빛그린산단 ‘분양률 90%’
부품클러스터 형성중

다만 GGM의 부품 공급망 확충은 여전한 과제다. 당초 광주 노사민정은 GGM을 설립하며 직접 일자리 1,000여 개를 포함한 직·간접 일자리 1만 2,000여 개 등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간접 일자리는 GGM을 필두도 빛그린산단에 입지할 부품 협력업체의 고용효과를 예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GGM이 캐스퍼를 생산하면서 관련 부품 대다수를 현대자동차의 부품 공급망을 통해 조달하면서 고용 파급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빛그린산단에 GGM만 덩그러니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자생적인 부품 공급망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GGM의 생산량이 연 20만 대 수준으로 올라와야 한다. 통상적으로 연 20만 대 정도에 이르러야 부품업체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고, 부품 클러스터가 형성된다고 보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2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부품클러스터 형성’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GGM과 부품 공급망을 형성할 기업을 포함해 빛그린산단에 여러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준공 이후 지금까지 약 1년여 사이에 큰 변화가 있었다. 빛그린산단의 약 50% 정도 공장을 짓고 있거나 입주해 있다. 분양률로 따지면 90% 정도다. 이 추세면 1~2년 내 다 차지 않을까 예상한다. 초기에는 지역의 부품 납품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는데,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품기업들이 GGM을 중심으로 빛그린산단에 속도감 있게 이전해가고 있다.”

또한 광주광역시는 빛그린산단에 친환경 자동차 부품 인증센터 건립, 전남대와 연계한 자동차 산업 인력 양성 등에 힘쓰고 있다고 알렸다. 광주시는 “2016년부터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해왔다. 330억 원을 투입해 기술개발 장비 구축, 비즈니스센터 등을 갖추는 사업”이라며 “친환경 자동차 부품 인증센터도 올해 10월경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빛그린산단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관련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원하청 문제 해결 위해서도
광주형 일자리 성공 필요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여러 한계를 뚫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GGM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출발하는 단계에 와있다. GGM은 캐스퍼 성공에 힘입어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고, 부품업체들도 속속들이 빛그린산단으로 모이고 있다. 여기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계층적 임금구조를 해결하고, 원하청 상생을 위해서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파(Capa)가 늘어야지 빛그린산단에 여러 부품업체들이 입주한다. 부품업체가 입주해야지 국내 자동차산업의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였던 원·하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원청에서 임금을 조금 덜 받고, 1, 2, 3차 협력업체에 그만큼 내리면 원하청 격차 해소가 가능하다. 광주형 일자리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빛그린산단노동조합을 만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빛그린산단에 입주한 협력업체와 원청인 GGM 그리고 빛그린산단노동조합이 함께 더 나은 원하청 관계를 논의해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