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⑤] 넥스트 광주형 일자리
[커버스토리⑤] 넥스트 광주형 일자리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6.15 00:01
  • 수정 2022.07.11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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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지역의 긍정적 변화 이끌어
‘신뢰·비전·참여’라는 지역혁신 역량, 교육으로 키워야

넥스트 광주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 등장한 지 8년이 돼갑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로 대표되기는 합니다만, 광주형 일자리의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세우고 청년들을 고용하고 캐스퍼도 양산하게 된 건 성과입니다. 이제 많은 이들이 광주형 일자리의 다음을 고민합니다. 다음은 현재와 과거를 살펴야 내딛을 수 있는 계단입니다. 광주형 일자리를 중간 점검해보고자 광주를 찾았습니다.

커버스토리⑤ 광주형 일자리의 미래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들의 퇴근 출구에 붙어있는 현수막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이번 호 취재를 하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지금까지 끌고 오기 위해 노력했던 지역 노사민정 당사자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광주형 일자리가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 분위기를 되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입을 맞춘 듯이 당시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들이 많았다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논의해나가는 자신들도 반신반의 한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역 청년 유출과 지역 붕괴를 막기 위해 광주형 일자리 논의를 이어갔고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
지역은 어떻게 변화했나

그 결과,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과정이 지역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게 취재에서 만난 지역 노사민정 당사자들의 이야기이다. 공통적으로 4가지를 짚었다.

① 일자리가 생겼다

일자리 개수에 매몰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광주광역시는 “1,000개의 직접 일자리를 포함한 1만 2,000여개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청년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사회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기준 광주광역시의 인구 순유출은 6,000명이다. 그중 대다수가 청년 인구이다. 일자리가 생겼고, 순유출은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에 근거가 생겼다.

② 이미지가 바뀌었다

광주를 바라보는 이미지가 바뀌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광주가 노동조합 파업률도 전국 최저 수준*인데 기업들은 강성으로 보고 있어 투자를 안 한다.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기업들의 인식이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노동계를 바라보는 이미지도 바뀌었다. 윤종해 의장은 “시민들이 노동조합은 투쟁만 하는 곳으로 생각했지만, 광주형 일자리 과정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계를 지역에서 대안을 만드는 존재로 인식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집단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21년 기준 광주광역시 노사분규 건수는 2건, 광주광역시보다 적은 곳은 제주로 0건

③ 노사 상생 문화가 형성됐다

윤영현 광주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지금까지 노사관계가 대립이나 갈등 양상으로 흘러왔다면, 지역에서 특히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의를 가지고 나섰다. 노사 문화의 큰 변화가 있었다”며 노사 상생이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④ 함께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게 가장 큰 성과”라며 “노사민정 4자가 모여 함께 목표를 가지고 큰 프로젝트를 한 경험은 처음인데, 형식적 참여가 아닌 이해당사자들의 진정성 있는 참여가 일을 해내는 힘이라는 걸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신뢰·비전·참여’,
넥스트 광주형 일자리로 가기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어가면서 유·무형의 자산이 쌓인 것이다. 일자리 창출로 대변되는 유형의 자산이 생겼다. 유형의 자산을 뒷받침하는 지역 문화와 경험이 무형의 자산으로 생겼다. 그러나 앞선 기사에서 봤듯이 현재 광주형 일자리는 이 유·무형의 자산을 불려서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가동과 캐스퍼 양산, 그 이면에는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래서 사회임금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속의 이행, 지속가능한 공장 만들기, 이를 위한 지역 거버넌스의 제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것을 함축해 보면 광주형 일자리가 지속발전하기 위해 ‘신뢰’, ‘비전’, ‘참여’가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윤종해 의장은 ‘신뢰’, ‘비전’, ‘참여’라는 지역혁신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육을 강조했다. “공무원과 대화할 때 노동 언어를 행정 언어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행정 언어를 노동 언어로 바꿔 노동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육이 없으면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를 만든 어떤 단발성 사업이지 광주형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 문화를 바꿔보자 했던 것은 잊힌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관련 교육을 할 사람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윤종해 의장이 교육을 강조한 건 교육을 통해 지역 노사민정이 서로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광주형 일자리의 비전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위해 지역 노사민정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것 자체부터가 참여의 시작이기도 하다.

물론 교육 이외의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넥스트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노사민정 당사자들의 더 큰 비전,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역할, 더 넓은 참여라는 다음 단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에서 만난 지역 노사민정 당사자들은 광주형 일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잘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사회적 역할과 노사민정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역민들에게 ‘지역 공동체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퇴근 게이트를 봤다. 퇴근 게이트 위에는 ‘상생과 최고품질은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 같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