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동자도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 위해 투쟁할 수 있다”
“어떤 노동자도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 위해 투쟁할 수 있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8.24 18:50
  • 수정 2022.08.2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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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금인상 요구 현상 유지 수준...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운동의 역사”
[인터뷰]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홍배, 이하 금융노조)이 9월 16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금융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하자 올해 금융노조의 임금인상 요구(6.1% 인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만나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번 총파업이 조합원들에게 어떤 의미이길 기대하는지도 물었다. 인터뷰는 8월 23일 오후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23일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 8월 22일에 기자간담회를 하며 이번 총파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전히 금융노조의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요구를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 같다.
덜 일하고 더 달라고 이야기한다는 식의 기사 제목들이 있다. 그런데 더 달라는 것은 아니다. 물가상승률만큼 임금이 올라야 실질임금 삭감이 없다는 현상 유지 수준 요구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태동 이후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계속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노동절의 기원이기도 한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주4일, 주4.5일 등 노동시간 단축이 국민들에게 주목 받았다. 노동시간 단축은 덜 일하겠다는 요구가 아닌 노동운동의 역사이고 최근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는 것이다. 금융노조가 노동시간 단축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노사가 지원자에 한해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델을 만들고 합의한 것처럼 가능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 임금 관련해서 금융노동자들에게 특히 잣대가 엄격한 것 같다.
그런 경향도 있다. IT기업들, 제조 대기업들의 큰 임금 인상률에 대해 혹은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고액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사용자 측에서 우리가 수출을 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런 논리도 일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금융산업이 이자 장사를 한다든지 안 좋은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 크게 작용하지 않나 싶다. 특히 정부도 금융산업에 국민들이 나쁜 인식을 하게끔 만들고 있다. 또 하나는 금융산업 사용자 측이 우리 사회 언론광고시장의 매우 큰 광고주인데, 이런 사실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 올해 파업 찬성률을 보면 현장의 불만이 커 보인다.
올해 파업 찬성률(93.4%)이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특기할 부분은 올해 투표 참여율이 작년보다 6.01% 높게 나왔다. 작년에는 찬반투표를 9월 2일에 했다. 올해는 8월 19일, 휴가철에 했는데도 작년보다 투표 참여가 더 높았다는 것은 현장에서 이번 총파업에 대한 관심이 평소보다 높고 분노와 불만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책금융기관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정부가 사용자인 셈이다. 국책금융기관이 아닌 민간금융기관도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금융산업의 특성이다. 문재인 정부 때 직접적으로 노동자를 공격하는 정책을 하지는 않았지만, 직무성과급제 도입하고 경영평가에 일부 반영도 했다. 물론 사회적 대화를 했다는 차원에서는 좀 다르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노동정책에, 사용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현장의 불만은 계속 누적돼 왔다. 거기에 올해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과 임금 인상 자제 발언이 그간 누적돼 온 불만을 한 번에 터뜨리게 한 것 아닌가 싶다.

- 8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나?
지난 금융 노사 산별교섭 복원 과정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간부들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자면, 세 명의 간부는 지금 8월 15일자로 형의 실효 및 복권 결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면 3월 대법원 형은 8월 14일까지는 존재했던 게 맞고 8월 15일 이후에는 형이 실효가 되고 집행유예 등도 이제 없어진 것이다. 이 정도면 6월 중순에 세 사람에 대해 사측이 해고 통보한 판단 근거가 지금 시점에서는 사라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징계에서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있고, 단협이 보장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 여지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고민 없이 해고를 강행한 세 사용자들이 이 부분을 제고하고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관련 판결 이전에 스스로 해고를 철회하고 세 사람을 원직 복직시켜야 한다고 본다.

- 이번 총파업을 만드는 과정과 총파업의 결과가 조합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길 기대하는가?
금융노조 39개 지부를 찾아가 간담회를 했다. 상임 간부를 만나기도 했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도중에 간담회에 온 조합원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반 동안 코로나19 거리두기 때문에 제대로 노동조합 교육을 받지 못했던, 금융노조 마지막 총파업이었던 2016년 이후에 들어온 신입 분회장과 대의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을 포함한 파업을 경험하지 못했던 조합원들에게 파업이 노동자의 기본권, 시민의 기본권 중 하나고 헌법에서 보장받고 있다는 권리라는 것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어떤 노동자라도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저하시키는 상황과 노동조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을 막기 위해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말했다.

이번 총파업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 예정된 9월 16일 총파업과 9월 30일 2차 총파업까지 진행된다면 자신들의 권리와 보다 나은 노동 환경을 위해 싸워나가는 것이 금융노동자의 삶이라는 경험을 조합원들이 쌓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필요할 때는 다시 함께 투쟁의 현장에서 같이 싸울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지난 8월 23일 서울 시청 광장에는 금융노조 추산 1만 5,0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박홍배 위원장은 총파업 결의대회 전 인터뷰에서 현장의 분노가 얼마나 누적됐는지는 결의대회에 조합원들이 얼마큼 참여하는지로 확인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1만 5,000여 명이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현재 금융노조는 2022년 산별중앙교섭에서 △임금 6.1% 인상 △저임금직군(정규직 임금 대비 80% 미만 직군) 14.4% 임금 인상 △주36시간(4.5일)으로 노동시간 단축 △영업점 폐쇄금지 △65세 정년, 임금피크 진입 2년 연장 △공공기관 자율교섭 보장 등을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8월 25일 대구, 9월 1일 부산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9월 16일 총파업대회를 서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23일 오후 7시 금융노조가 서울 시청 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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